상치로 근무한 기간제교사의 경력은 교원경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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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치는 자기 교사 자격과 다른 교과를 맡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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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경기도교육청(이하 교육청) 제1청사 앞에서 ‘기간제 사서교사 임금환수대책위원회’가 ‘경기도교육청 기간제 사서교사 교육경력 불인정 및 임금 환수 감사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얼마 전 감사원은 교육청 정기감사 중에 사서교사로 근무한 기간제 사서교사의 경력은 교원 경력이 아니므로 호봉 재산정을 하고, 그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5월 2일 각 학교에 발송된 공문은 기간제 사서교사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사서교사로서 학교 도서관을 살리고 독서교육에 매진했던 지난 5년의 교원 경력을 깡그리 부정당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2019년에 모든 학교 도서관에 사서교사를 배치하겠다고 했다.
다만 당시 교육청은 사서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부족하다며 사서교사의 자격을 완화해 유초중등교원자격증을 가진 교사 중 사서 자격증이 있는 경우 사서교사로 임용했다.
교육청은 이들 사서교사의 경력 인정에 대한 법률자문을 받아, 학교급이 다른 경우만 80퍼센트를 인정하고 학교급이 일치하는 경우에는 100퍼센트 인정하겠다고 했다. 즉, 초등학교 교원자격증으로 중학교에 근무한 경력은 80퍼센트이지만 초등학교에 근무하면 100퍼센트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교육청은 교육부 지침이라며 2024년 3월부터는 사서교사 자격증이 없는 기간제교사를 학교 도서관에 근무할 수 없게 했다(2023년 6월 발표). 유예기간도 주지 않고 기간제 사서교사를 하루아침에 해고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이제 호봉을 재산정해 임금을 삭감하고 환수하겠다니 기간제교사들은 기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규탄대회에 참가한 한 기간제 사서교사는 사서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오십의 나이에 대학원을 다니다 갑상샘암에 걸렸다. 당장 수술하라는 의사의 권고도 뿌리치고 대학원 학기를 마치는 12월 이후로 수술을 미뤘다고 한다.
그렇게 어렵게 취득한 사서 자격증을 가지고 사서교사로 근무한 지 1년 반이 된 시점에서 더는 사서교사로 근무할 수 없게 됐다. 이 교사는 사서교사가 되기 위해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은 누구에게 보상받을 수 있느냐고 눈물지었다.
기간제 사서교사들은 1, 2차 채용공고에는 지원할 수도 없다. 채용이 되지 않아 3차 공고가 나간 뒤에야 지원할 수 있는데, 어떤 교사는 17차 공고를 보고 지원해 근무했다고 한다.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기피 지역이거나 낙후 지역인 경우가 많다.
기간제 사서교사들은 사서교사에게 필요한 연수를 듣고 독서교육 연구도 하는 등 사서교사로서의 능력을 배가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이 모든 것이 교사로서의 근무가 아니라고 한다. 해당 교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교육청으로부터 ‘사기 취업’을 당한 것이냐고 일갈했다.
교사는 기본적으로 교사자격증이 있어야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할 수 있다.
다만 자신의 교사 자격과 다른 교과(비교과 포함)를 맡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학교에서는 ‘상치교사’라고 한다. 국어교사가 한문 수업을 하거나 역사교사가 지리를 수업하는 경우 등이다. 상치교사는 매우 오래된 관행이다.
지난해 김영호 의원실에서 조사한 것을 보면, 지난 3년간 상치교사로 근무한 교사는 전국에 800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의 근무 경력을 교원 경력이 아니라고 한 적은 없다.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에는 해당 교사자격증과 동일한 자격증 소지자가 없을 경우 유사 교과 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임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들도 엄격하게 따지면 자신의 자격증과 달리 임용돼 근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교원 경력으로 인정받는다.
상치교사나 유사교과 교사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가 학교에 필요한 교원을 충분히 임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10년 전부터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정규 교원을 감축하고 있다.
교육청이 이들 상치교사를 모두 문제 삼아 임금을 삭감하고 환수하려는 것인가? 결코 아닐 것이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기간제 사서교사의 근무 경력을 교원 경력으로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임금 삭감과 임금 환수도 집행돼서는 안 된다.
경기도교육청의 감사 결과에 따라 기간제 사서교사의 대응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