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 차별 해소는커녕:
매해 채용 신체검사와 마약검사 강요하는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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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교원(50만 명) 중 15퍼센트를 차지하는 기간제교사는 정규교사와 동일한 업무와 노동을 하는데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임금·복지 등에서 차별받는다. 정규교사의 조기 복직으로 계약 기간 중 해고를 당하는가 하면, 호봉승급이 제때 안 되고, 퇴직금·성과급·복지포인트·연가일수 등에서도 차별에 시달린다.
기간제교사 차별은 채용 신체검사와 마약검사 등 임용 첫 단계부터 시작된다.
정규교사는 처음 임용될 때 채용 신체검사를 1번만 받으면 되지만, 기간제교사는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는 이유로 매년 채용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명백한 차별이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조차 기간제교사에 대한 채용 신체검사에서 불합리와 불공정을 개선(신체검사 비용 구직자 부담 금지, 기간제교원 채용 신체검사 면제 규정 마련, 건강검진 결과로 신체검사 대체)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4월 교육공무원법에 교원 결격 사유로 마약복용이 추가됐다. 그런데 정규교사는 임용될 때와 1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할 때만 마약검사 확인서를 제출하는 반면, 기간제교사는 마약검사지의 유효기간이 1년이라는 이유로 매년 마약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기간제교사를 잠재적 마약범죄자 취급하는 것과 같다.
매해 두 검사비만 10만 원 안팎이 든다고 한다.
기간제교사들은 각종 차별과 고용 불안을 겪는 것도 서러운데, 신체검사와 마약검사에서도 차별을 받아야 하냐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전국기간제교사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는 2월 27일 국무회의(교육부 장관 참석)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간제교사 차별 폐지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기간제교사를 비롯 정규교사, 교육공무직, 학부모 등 약 70명이 참가해 정부청사 정문 앞 인도를 가득 메웠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육부가 필요에 따라 기간제교사를 채용하고는 차별은 시정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코로나 팬데믹하에서는 여러 업무를 위해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교사를 1만여 명 채용했고, 윤석열 정부는 늘봄학교 운영을 위해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교사를 2000명 채용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러 지역에서 기간제교사를 채용하지 못해 과목 제한, 나이 제한을 풀고 있지만 여전히 채용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교육부는 모두 기간제교사에게 전가할 것이 뻔합니다. 기간제교사들의 분노가 끓어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분노에 기름을 부은 차별이 바로 채용검사, 마약검사입니다.
“교육부는 기간제교사들이 겪는 모든 차별을 폐지하고, 채용 신체검사와 마약검사의 차별을 분명하게 시정해야 합니다.
“정규교원 확충이 필요하며, 정규교원 확충의 한 방법으로 기간제교사를 정규직화해야 합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이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박영진 전교조 기간제교사특위 위원장은 교육부가 기간제교사 차별을 폐지하지는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기간제교사를 활용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기간제교사는 한 달간만 근무하게 되더라도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마약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 비용은 12만 원부터 15만 원가량 됩니다. 비용도 문제이지만, 기간제교사만 이렇게 각종 서류를 내야 하기 때문에 신학기 준비로 바쁜 이 시기에 서류를 구비하느라 몇 배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간제교사 차별에 반대하는 연대 발언들도 이어졌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인 정인용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장은 “기간제교사와 교육공무직원 중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강사직군은 1년마다 마약검사지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며 “기간제교사 동지들의 투쟁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힘을 보탰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과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는 기간제교사 차별을 없애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채용 신체검사, 마약검사 차별을 폐지하라”, “임금, 복지 차별 폐지하라” 구호를 힘차게 외치고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싸울 것을 다짐하며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