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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를 분쇄하지 못하자 헤즈볼라에 전쟁 위협을 가하는 이스라엘

하마스 제거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고 인정하는 이스라엘 군부 ⓒ출처 이스라엘 총리실 (플리커)

이스라엘 정부(내각)의 위기가 점입가경이다.

6월 22일(이하 현지 시각) 토요일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사퇴와 바이든의 휴전 제안 수용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그 전주 토요일에도 대규모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리쿠드당 소속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부의장 니심 바투리는 시위대가 객관적으로 하마스를 돕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마스의 무기는 여러 개다. 아이들을 공격하고 살해한 빌어먹을 테러리스트들의 전투 무기가 있고, 하마스를 지지하고 돕는 시위 무기가 있다.”

네타냐후는 야당 대표 베니 간츠가 사임하자 전시 내각을 해체했다.

제1 야당 예시 아티드(히브리어로 ‘그곳이 미래다’)의 대표인 야이르 라피드는 네타냐후 정부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전쟁 전부터 있던 내각과 사법부의 갈등에 이어 지금은 내각과 군부 간의 갈등이 더해졌다.

이스라엘군(IDF)은 지난해 10월 7일 공격 몇 주 전에 그 계획이 이스라엘 정보 관리들에게 전해졌다는 정보 문서를 입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네타냐후 정부가 이 정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AP 통신은 “가자지구 전쟁 수행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의 정치 지도부와 군 수뇌부 사이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6월 20일 자).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대한 세계적 반대와 이스라엘의 동맹인 서방 국가들의 압력으로 네타냐후와 군부 사이에 전례 없는 신뢰의 위기가 생겨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이스라엘은 또 다른 적인 레바논의 저항 단체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는 지난주에 이렇게 말했다. “헤즈볼라의 공격이 커지면서 레바논과 지역 전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더 큰 확전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스라엘군은 6월 18일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 계획을 승인했다.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6월 25일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을 만나 레바논 공격 계획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는 북쪽에서 안보를 확립하고 지상의 현실을 변화시켜 주민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이제 이란이 핵 보유하는 것을 막겠다는 미국 정부의 약속을 이행해야 할 때이다.”

또, 요아브 갈란트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긴장 완화를 위해 프랑스가 제안한 미국·프랑스와의 3자 그룹에 이스라엘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정책을 채택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몇몇 이스라엘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 관리들은 갈란트의 입장을 “부정확하고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원하지 않지만 준비돼 있다”고 했다.

네타냐후는 지난해 10월 7일 직후 요아브 갈란트 등 군부가 헤즈볼라를 선제 지상 공격하려는 것을 (지금은 전시 내각에서 사퇴한) 베니 간츠와 가디 아이젠코트의 지원을 받아 막은 바 있다. “장기적이고 복잡한 전쟁일 뿐 아니라 이스라엘이 이길 수 없는 전쟁”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스라엘군 전직 장성 에란 오르탈은 “10월 8일 헤즈볼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이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고 했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 6월 14일 자)

가자 전쟁 초반만 해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는 이스라엘이 전쟁을 원하면 싸우겠다고 말한다. 셰이크 나임 카셈 헤즈볼라 부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전투 준비가 됐으며 어떤 경우에도 이스라엘의 승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 이스라엘이 전쟁에 나선다면 황폐와 파괴를 겪게될 것이다.”

내부 투쟁

네타냐후 정부의 존속 여부, 바이든의 휴전안, 레바논으로의 확전, 가자지구의 전후 계획 등을 두고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주된 요인은 군사력의 절대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15일 라파흐에서 이스라엘 군인 10명이 전사했는데, 지난해 12월 이래 하루 동안 최대 전사자 수다.

개전 이래 전사한 이스라엘 군인은 662명이고, 3841명이 부상당했다. 물론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된 팔레스타인인들(대부분 여성과 어린이)이 최소 3만 7500명이 넘는 것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전쟁 기구는 만만찮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병력 부족 때문에 이스라엘 예비군의 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예비군 복무 연령을 병사는 40세에서 41세로, 장교는 45세에서 46세로 연장하는 법안이다. 또, 의사나 항공 승무원 같은 전문직은 50세까지 복무하는 것으로 돼 있다(현행 49세).

이번 전쟁에 동원된 이스라엘 예비군은 이미 36만 명인데, 더 많은 생산인구를 전쟁에 계속 붙잡아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비군 복무 기간 연장 법안 논의는 난항을 겪고 있다. 대규모 반네타냐후 시위의 근저에 예비군 동원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전비 지출 증대로 인한 소비와 첨단기술 투자 위축 등 경제적 불만도 깔려 있는 것이다.

한편,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가한 압력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바이든의 “휴전안”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정부는 휴전안을 이스라엘이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이 휴전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지금껏 밝힌 바 없다.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하마스가 휴전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비난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 계획의 “1단계”가 끝나면 이스라엘이 (바이든 제안의 “허점”을 이용해) 학살을 재개하지 않도록 이스라엘 군대의 가자 철수와 영구 휴전을 서면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네타냐후는 이에 응하기는커녕 하마스 제거와 인질 구출이라는 전쟁 목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6월 8일 라파흐에서 군사작전을 벌여 인질 4명을 구출했지만, 이 일은 하마스 궤멸이라는 전쟁 목표의 달성은 아직 멀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

그래서 다니엘 하가리는 하마스 궤멸이라는 목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하마스는 이념이자 정당이다. 이들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뿌리 내리고 있다. 누구든지 우리가 하마스를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틀렸다.”

군 수뇌부가 정부의 전쟁 목표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시온주의자들의 상호갈등에 환상 갖지 말고 다만 그것을 이용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더욱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