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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야 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모든 것》:
기계적 중립을 내세우며 일부러 핵심을 비켜 가는 책

《우리가 알아야 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모든 것》을 출간한 출판사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공정하고 객관적인 저자의 시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모든 것》 도브 왁스만 지음, 소우주, 388쪽, 20,000원

이 책의 저자인 도브 왁스만은 서문에서 이스라엘 소설가 아모스 오즈의 말을 인용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비극이며, 정의와 정의의 충돌이다. 따라서 흑백을 구분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의와 불의의 충돌이기도 하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양측 다 충분히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듯이, 역사를 바라볼 때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객관성(더 정확히 말하면 중립성)을 가장하는 일은 오히려 문제의 진정한 본질과 해법을 찾는 일을 방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나열해 놓기는 하지만) 기계적인 중립을 추구하려고 해 오히려 독자들이 길을 잃게 만드는 책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이스라엘 국가의 실체인 정착자 식민주의를 분명하게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유대인 정착민들이 “아랍인을 문화적 또는 정치적으로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지 않았고, 영토권이나 민족 자결권을 가진 독립된 민족으로 간주하지도 않”는 등 “시온주의 프로젝트는 과거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유럽 정착민들의 식민지 프로젝트와 유사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시온주의와 유럽 식민주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시온주의는 유럽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전략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아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물론 나름의 목적을 지닌 일부 국가의 지원을 받긴 했다). 유대인 정착민들은 특정 제국주의 국가에 의해 보내진 것이 아니었고, 제국주의 국가를 위해 행동하지도 않았다.”

이스라엘의 모든 유대인 시민은 강탈한 땅 위에서 살고 있다. 팔레스타인인 거주지를 파괴하는 이스라엘인들 ⓒ출처 Activestills

물론 시온주의는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저자도 지적하듯이, 시온주의의 진정한 뿌리는 동유럽에서 시작됐다. 1882년 러시아의 차르가 끔찍한 대규모 유대인 학살(포그롬)을 일으켰고, 유대인들은 당시 세계 유대인의 절반 이상이 살던 러시아에서 세계 각지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에 250만 명 이상의 유대인 난민이 발생했는데, 대부분 미국으로, 일부는 서유럽,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로 이동했으며, 전체의 3퍼센트도 되지 않는 극소수(약 7만 명의 유대인)만이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했다.” 이 극소수의 유대인들이 시온주의자 정착지의 초기 핵심을 구성했다.

그러나 시온주의가 제국주의 국가를 위해 행동하지 않으므로 정착자 식민주의가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은 참말이 아니다. 이는 저자 자신의 서술과도 모순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시온주의 지도자 테오도어 헤르츨이 “시온주의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대국의 외교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믿었다”고 지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 독일의 카이저, 오스만의 술탄, 러시아 및 영국 정부의 장관”들을 만나고 다녔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중에서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은 건 영국이었다.”

또한 저자는 ‘영국은 분쟁 초기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라는 장에서 “영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즉 인도로 향하는 육로와 수로 보호라는 전략”을 위해 1917년에 밸푸어 선언을 발표해 시온주의자들에게 지지를 제공하고, 1917년부터 1948년까지 시온주의를 지지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시온주의가 제국주의와 밀착하고, 또 제국주의가 시온주의를 지지한 점을 몇몇 단편적 문장들에서만 지적할 뿐, 이를 시온주의 국가의 본질로 보는 데에는 한사코 반대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이스라엘 건국 이후 벌어진 여러 중동 전쟁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기술하지만, 이를 주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대결로 다룰 뿐이고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신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스라엘을 지원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의 이런 왜곡된 관점은 불충분한 설명과 대안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등에 정착촌 건설을 지속하는 게 갈등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저자는 왜 이스라엘 국가가 재정을 투입하면서까지 정착촌을 확대해 가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시온주의자들이 이스라엘 정부에 로비”를 했다거나, 이스라엘 정치인들이 “정착민 로비 단체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고 말할 뿐이다. 그러나 정착촌 건설 문제는 이스라엘의 본질이 정착자 식민주의라는 점을 인정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를 바이든의 친이스라엘 성향이나 “친이스라엘 로비 세력”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친이스라엘 로비를 탓하는 것은 미국 다국적기업 소유주들의 압도 다수가 유대인이 아닌데도 왜 이스라엘을 열렬히 지지하는 소수가 그런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내버려두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이와 관련해서는 크리스 하먼이 쓴 기사 ‘운동을 약화시키는 음모론’을 참고하시오). 이 문제도 중동 지역에서의 제국주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의 전략을 봐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스라엘 국가가 본질로 가진 정착자 식민주의를 부정하는 저자에게 남는 것은 각자 민족국가를 건설하려고 하는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사이의 갈등뿐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이 갈등을 “정의와 정의”의 충돌이자, “불의와 불의의 충돌”이라고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두 국가 방안’이다. “이스라엘 옆에 가자 지구, 서안 지구, 동예루살렘을 관할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설립”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본질이 식민 정착 국가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이스라엘과 나란히 존재하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자신이 쫓아낸 사람들과 끝없이 전쟁을 하며 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지역의 일부에라도 진정한 팔레스타인 국가를 허용하는 것은 시온주의의 적대자들에게 발판을 내주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가가 오슬로 협정 이후에도 서안지구에 정착촌을 건설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반을 계속 약화시키려 한 까닭이다. 저자는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사실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서방 강대국들이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하는 현 상황은 이 책이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정착자 식민 국가’의 본성을 밝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저러한 사실 나열로 사태의 본질을 감추려 하는 책을 읽는 것은 어쩌면 고역일 것이다.

사회진보연대의 양비론

한편, 이 책을 우호적으로 서평하고 있는 사회진보연대의 입장에 대해서도 짚어야겠다.

사회진보연대는 꽤 긴 분량을 할애해 이 책을 요약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사이에서 양비론을 펴는 근거로 삼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가진 이스라엘에 짓눌려 고통 받는 상황에서 나온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먼저라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일각의] 주장”마저 뿌리치면서 사회진보연대는 “하마스와 네탸냐후 정권이 이런 식으로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회진보연대는 “‘모든 민간인 살해와 납치, 구금에 반대한다’는 국제사회의 일반 원칙 또한 절대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들의 양비론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서방 제국주의의 지원을 받아 선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고 건국된 강탈 국가다. 또한 핵무기까지 보유한 중동 최대 군사 강국이다. 그 힘을 이용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75년 동안 체계적으로 억압하고 인종청소를 자행해 왔다. 이스라엘의 폭격과 임의 구금, 살해 등이 수시로 벌어졌다.

이런 극악한 상황에 맞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무장 저항을 벌이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전사들이 공격한 곳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강제로 쫓아내고 땅을 빼앗아 세워진 정착촌들이었다.

더 문제적인 점은 사회진보연대가 ‘러시아 제국주의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며 서방의 무기 지원을 지지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을 치르는 서방 제국주의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그러나 사회진보연대는 우크라이나에 보여 준 공감을 팔레스타인에는 적용하려 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이야말로 서방 제국주의의 후원을 받는 식민 정착자 국가의 인종청소에 맞서 피억압 민중이 무장 저항을 벌이고 있는 사례인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