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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기자회견:
사상자 400명, 이스라엘의 칸 유니스 난민촌 학살 규탄한다

7월 15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이재혁

7월 15일 월요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에 항의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기자회견 영상 보기).

이틀 전인 7월 13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칸 유니스에 있는 알마와시 난민촌을 공습해 대학살을 저질렀다. 알마와시는 이스라엘이 ‘안전 구역’으로 설정해 수많은 피란민들을 내몰았던 곳이다. 이스라엘군이 바로 그곳에 2000파운드급(907킬로그램) 초대형 폭탄 5발을 떨어뜨려, 피란민 400여 명이 죽거나 다치게 만든 것이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7월 6일 가자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의 유엔 학교를 시작으로 칸 유니스의 학교까지 나흘 연속으로 각지의 학교들을 공습했다.

그간 이스라엘의 공격이 집중됐던 최남단 라파흐보다 더 북쪽으로 이스라엘군의 주민 소개령과 공습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자회견에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재혁

기자회견에 참가한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는 슬픔과 분노를 표했지만, 그러면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의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강조했다.

“우리의 마음은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있습니다. ⋯ 그러나 저는 우리의 적인 시온주의자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우리를 이렇게 학살해도 그것은 끝까지 싸우고자 하는 우리의 굳건한 의지를 더 공고히 할 뿐이라고 말입니다.”

나심 씨는 이스라엘의 명백한 인종 학살 의도를 비판했다.

“시온주의 지도자들은 [난민촌 폭격이] 팔레스타인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거짓말임은 세 살배기라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이 수십 년 동안 벌여 온 학살은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재한 이집트인 알리 씨도 이스라엘의 명백한 인종 학살 의도를 규탄했다.

“그제 이스라엘이 공습한 칸 유니스의 알마와시는 이스라엘 자신이 전 세계 앞에서 안전 지역이라고 밝히고 수많은 피란민을 몰아넣었던 지역입니다. ⋯ 이스라엘이 미국에게서 지원받은 MK84 폭탄은 폭발력이 매우 강력해 ‘벙커버스터’라고 불립니다. 그런 폭탄을 피란민이 밀집한 곳에 투하한 것입니다. ...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모든 생명을 말살하려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김영익 노동자연대 활동가도 이런 이스라엘의 학살이 미국의 지원을 통해 가능한 것임을 지적했다.

“칸 유니스 공습 이틀 전에 바이든은 ‘가자에서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이스라엘이 떨어뜨린 폭탄은 바로 미국이 준 것입니다. 개전 이래 미국이 이스라엘에 보낸 2000파운드급 벙커버스터가 최소 1만 4000발에 이릅니다. ⋯ 최근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미국과의 군수품 공급 논의가 잘 풀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분명 이번 학살의 공범인 것입니다.”

벙커버스터 1만 4000발을 준 미국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과 끝까지 연대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이집트인 알리 씨는 같은 아랍인으로서 아랍 정부들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를 표했다.

“아랍 정권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단순히 공범이 아니라 그 학살의 적극적 공모자들이다. 현재 국면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은 자신이 그 학살의 적극적 파트너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자지구에 있는 동포들에게도 이렇게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여러분을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독립 만세.”

윤지영 나눔문화 연구원 또한 이스라엘과 ‘국제 사회’를 규탄하며 연대를 지속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가는데 유엔은 왜 이스라엘에 아무런 강제 제재도 가하지 않는 것입니까? ⋯ 저들은 끝없는 전쟁으로 세계의 침묵과 무관심을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희생된 이들이 흘린 피와 눈물 위에서 전쟁 범죄자들의 처벌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입니다.”

칸 유니스 등지에서 이스라엘의 학살이 벌어지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은 7월 15일에 케이팝(K-pop) 축제를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가자지구에서 불과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축제를 벌이는 한국 대사관을 규탄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금 이스라엘이 벌이는 잔학 행위를 멈추려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연대가 더 커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이번 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집회와 행진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 이스라엘의 대학살을 규탄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집회 및 행진과 함께,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는 집중 행동의 날을 벌일 예정이다.

7월 15일 기자회견이 급하게 잡혔음에도 40여 명이 참가했다 ⓒ이재혁
팻말을 들고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는 참가자들 ⓒ이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