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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2월 26일 인하대 맞불 시위:
학내 구성원과 연대 단체들이 힘을 합쳐 극우를 광장에서 밀어내다

2월 26일(수) 오후 2시 인하대학교 인경호 앞 광장에서 네댓 명의 극우 학생들이 윤석열 탄핵 반대 기자회견을 시도했지만, 탄핵 찬성 측이 ‘인하대 긴급 행동’ 맞불 집회를 벌여 그들을 광장에서 밀어냈다.

같은 날 오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인하대로 넘어온 수십 명을 비롯한 극우 시위대와 몇몇 국민의힘 인천시당 간부들까지 총 150명 안팎으로 모여 한 줌의 극우 학생들을 둘러싸 감싸 줬지만, 인하대 긴급 행동의 기세 때문에 극우 학생들은 집회 시작 10분 만에 광장을 떠나 수십 미터 떨어진 비룡탑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민주주의 지켜 내자!” 극우의 기자회견 소식에 인경호 앞 광장에서 먼저 맞불 집회를 시작하는 인하대 긴급 행동 참가자들 ⓒ김샘
인하대 긴급 행동을 발의한 인하대 대학원 의학과 이서영 씨 ⓒ김샘

인하대 긴급 행동 집회에는 재학생, 졸업생, 대학원생, 교수, 청소노동자 등 인하대 구성원들뿐 아니라 호소에 응해 달려온 인천 연수구 촛불행동, 전교조 인천지부, 정의당 인천시당, 조국혁신당 등 단체와 연대 시민들 70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장 주변에서 학생들과 교수 10여 명도 인하대 긴급 행동을 응원하며 자리를 지켰다. 한 문과대학 교수는 캠퍼스 건너편에서 자신이 주최하는 학회 행사가 진행 중인데도 광장으로 와 집회 끝까지 광장을 떠나지 않았다.

인하대 긴급 행동은 극우 기자회견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집회를 시작했다. 대열은 비룡플라자(학생회관) 건물을 등지고 섰는데, 인하대 학생 운동의 상징적 장소인 광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같은 위치에서 집회를 하려던 극우 학생들은 안절부절 못 했지만, 인하대 긴급 행동 측과의 접촉을 한사코 피했다. 극우 학생들은 시작 전부터 주눅이 들어, 학교 측이 철제 울타리를 쳐 광장을 둘로 나눠 준 데에 안도하는 눈치였다. 극우 유튜버 한둘이 광장을 얼쩡거리며 인하대 긴급 행동 측에 시비를 걸자 극우 학생들이 “학교 와서 이러시면 안 된다”며 그들을 말릴 정도였다.

인하대 긴급 행동을 발의한 인하대 대학원 의학과 이서영 씨가 구호와 발언으로 기세 좋게 포문을 열었다.

“우리는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혐오와 차별의 극우 정치에 맞설 준비가 돼 있습니다. 오늘 여기 모여 주신 여러분이 그 중요한 첫걸음에 함께해 주신 것입니다. 쿠데타 옹호 웬말이냐, 극우 세력 물러가라!”

“극우 세력 물러가라!” 인하대 긴급 행동을 발의한 의과대 이서영 씨와 인하대 학생, 졸업생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샘

여러 재학생·졸업생·활동가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인하대 졸업생 오선희 씨는 극우들에 맞서 광장을 지키자고 호소했다.

“1980년대 인하대 학생들이 학내의 이승만 동상을 끌어내린 자리가 바로 보이는 곳에서 쿠데타 옹호가 웬말입니까! 민주주의 지켜 내자!”

재학생 임규이 씨도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윤석열 파면이[야말로] 정당합니다!” 하고 규탄했다.

인하대 긴급 행동 건설에 중요한 기여를 한 최규진 부교수는 “민주주의의 가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켜 내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12월 3일 윤석열의 계엄에 맞서] 우리 시민들이 몸을 던져 생사기로에 있던 민주주의를 살려 낸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민주주의 덕분에 윤석열은 당장 처단당하지 않고 ... 망발을 내뱉고 있습니다. 그 망발에 좋다며 저렇게 극우들이 계속해서 민주주의의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확히 말하면 심폐소생술을 하는 중입니다. 저기 있는 저런 인간들이 활개치는 한 결코 민주주의를 온전히 살려 낼 수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 힘냅시다. 저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돌아가게 해 줍시다!”

지난주에 연세대학교에서 맞불 행동을 주도한 김민수 학생도 참가해 연대 발언했다.

“오늘 인하대학교 광장이 짓밟히는 것은 인하대학교 학생만의 일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사회를 희망하는 모든 학생들의 광장이 짓밟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연대해 맞서야 합니다. 대학가에 내란 동조 세력의 자리는 없다고 단호하게 외칩시다.

“우리는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2월 21일 고려대에서는 맞불 집회로 저 내란 동조 세력들이 학내에 한 발자국도 들이지 못했습니다! 저들은 연세대를 시작으로 계속 대학가에 침투하려 하지만 계속 패배하고 있습니다. 조선대학교에서는 아예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취소됐습니다! 진짜 민심을 만나면 도망가는 것이 저들의 실체입니다.”

구호와 발언을 이어 가던 인하대 긴급 행동 대열은, 극우 학생들이 집회를 시작하려 하자 방향을 틀어 두 대열 사이를 가로지른 철제 울타리 쪽으로 전진했다. 때마침 극우 시위대 수십 명이 승합차를 나눠 타고 광장 인근에 도착해 저편 대열이 눈에 띄게 불었지만, 인하대 긴급 행동 대열은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구호를 외쳤다. “나가라! 나가라!”

“나가라!” 우익들을 바라보며 힘차게 구호를 외치는 인하대 긴급 행동 참가자들 ⓒ김샘

몇몇 극우 시위대·유튜버가 욕설을 퍼부으며 으르렁댔지만, 극우 학생들은 점점 초조해 하다가 집회 시작 10분 만에, 첫 발언을 하다 말고 현수막을 접고 광장을 떠나 자리를 옮겼다.

인하대 긴급 행동은 계속 구호를 외치며 광장을 떠나는 극우를 뒤쫓아 행진하려 했다. 그러나 그때 교직원들과 그들의 지시를 받은 학생들이 스크럼을 짜고 대열을 가로막았다.

대치 끝에 인하대 긴급 행동은 울타리 앞에 나란히 서, 극우들이 도사린 수십 미터 건너 비룡탑에까지 들리도록 계속 구호를 외쳤다. 마이크 하나 없이 육성으로 외치는 구호 소리가 광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극우 시위대 100여 명이 차도 건너에서 인하대 긴급 행동과 대치하는 동안, 극우 학생들은 그 보호를 받아 가며 ‘기자회견’을 이어 갔다. 기자는 거의 없고 극우 유튜버들의 핸드폰만 빼곡했지만 말이다.

준비한 글을 모두 읽은 우익 학생들은 40분 만에 대열을 해산했다. 그러자 욕설과 음담패설을 퍼붓던 극우 시위대도 서둘러 해산을 선언하고 철수했다.

인하대 긴급 행동은 그들이 광장 인근을 떠난 후까지 구호를 외치며 기세 좋게 집회를 이어가다, 환호와 함께 집회를 마무리했다. “우리가 이겼다!”

오늘 인하대 긴급 행동으로 인하대 안팎의 민주주의 지지자들이 결집해 기세로 극우를 눌렀다. 그로써 극우가 대학가에서 소수에 불과한, 환영받지 못하는 자들임을 보여 줬다. 드센 극우 시위대가 150명 안팎으로 외부에서 몰려들었음에도, 그들은 감히 인하대 긴급 행동과 충돌하지 못하고 광장을 떠나야 했다.

오늘 행동은 대학가에 침투하려는 극우에 맞서는 “중요한 첫걸음”(발의자 이서영 씨)을 뗀 것이다. 이는 3월 1일 서울 도심에서 극우가 대규모 동원을 한 후에도, 윤석열이 헌재에서 설령 파면되더라도 계속 준동할 극우에 맞서 싸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이겼다!” 극우를 쫓아낸 후 인하대 학생, 졸업생, 연대 시민들이 함께 승리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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