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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교사: 매년 마약 검사도 고통인데 검사 비용까지 부담하라니!

5월 14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간제교사노조 주최로 열린 기간제교사 차별 폐지 촉구 기자회견 ⓒ비주류사진관 전병철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이하 기간제교사노조)이 5월 14일(수)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차별적 마약 검사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023년부터 교사들이 마약 검사를 받게 된 것은 윤석열이 벌인 ‘마약과의 전쟁’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마약과의 전쟁의 본질은 마약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경찰력 강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교사들에게 마약 검사를 의무화한 것은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해 위축시키고 통제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 때 개정된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결격사유)에 따라 ‘마약·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는 교육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이를 계약제 교원인 기간제교사에게 준용하여 시행하면서 기간제교사도 마약 검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기간제교사들은 정규교사보다 과도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기간제교사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다.

정규교사는 마약 검사를 평생 두 번 받는다. 대학이나 교육대학원에서 2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할 때 한 번, 교사로 임용돼 3년 근무 후에 시행하는 1급 정교사 자격 연수를 받을 때 한 번 . 그런데 기간제교사는 이외 매년 계약을 할 때마다 마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자회견에서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인 나는 “정규교사는 3년 동안 휴직해서 경력 단절이 되었다가 복직해도 다시 마약 검사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간제교사는 하루의 단절도 없이 근무를 해도 매년 마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왜 제도를 마련할 때 기간제교사가 차별받지 않도록 조치하지 않았습니까” 하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연대한 조지현 철도노조 고객센터지부장이 대독한 기간제교사노조 조합원 발언문에는 마약 검사의 심리적·신체적 고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마약 검사는 까다롭고 불편합니다. 마약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1~2주 정도 약물이나 영양제를 복용해선 안 됩니다. 만약 지병이 있는 경우라면 건강에 해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커피에 든 카페인 때문에, 몸이 아파 복용했던 약 때문에, 월경혈 때문에 마약 검사 결과는 위양성[음성이어야 할 검사 결과가 잘못돼 양성으로 나온 경우]으로 판정될 수 있습니다. 재검을 받기 위해선 1~2주를 기다려야 하고, 검사 비용은 최초 금액보다 몇 곱절 비싸집니다.

“검사 결과지도 우편으로 받을 수 없고, 본인이 직접 방문하거나 대리 수령을 위해 여러 복잡한 서류를 구비해야 합니다. 이런 불편하고 까다로운 검사를 매년 받아야 하는 기간제교사의 자괴감을 교육부는 알까요?”

기간제교사로 임용될 때마다 받아야 하는 검사가 늘어나면서 피로도가 쌓이고 교사로서 무결하다는 증명을 받아야 하는 기간제교사들은 서글프고 불쾌하다.

김혜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도 기간제교사가 매년 받는 마약검사의 과도함을 비판했다.

“이미 고용이 불안정한 기간제교사에게 과도한 검증 절차를 요구하면서 잠재적 범죄자 취급과 매번 검사비를 개인이 부담하게 하는 경제적 부담 등 이중 삼중의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정규직과의 형평성 문제이기에 동일 노동에 동일 기준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박은경 평등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는 계속되는 기간제교사 차별을 비판했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우리 사회는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회 대전환에는 기간제교사에 대한 대전환도 필요합니다. 기간제교사 차별을, 기간제교사 제도를 없애야 합니다. 차별과 제도를 없앤다는 것은 기간제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간제교사에게 1년에 한 번씩 강요되는 마약 검사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현재 기간제교사가 부담하고 있는 마약 검사 비용을 교육청이 책임지라고도 요구하고 있다. 교육감 총회에서 의결하면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4월에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실을 방문해 마약 검사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요구하는 문서를 전달했다.

4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 기간제교사노조가 실시한 ‘마약 검사 비용 교육청이 부담하라’ 서명에 기간제교사 약 6,500명이 참여했다. 마약 검사에 대한 기간제교사의 분노가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더 적극적으로 마약 검사에서도 벌어지는 기간제교사 차별을 폐지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기간제교사들이 새로 만나고 싶은 사회는 비정규직 없는 사회, 교사로서 존중받고 차별 없이 근무할 수 있는 학교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오른쪽)이 서울시교육청에 6,500명의 기간제교사가 참여한 ‘마약검사 비용 교육청이 책임져라’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비주류사진관 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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