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서울):
팔레스타인 유학생과 방현석 작가가 연대 운동의 지속을 호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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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에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12월 30일 오후 2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이스라엘은 인종 학살 즉각 멈춰라, 팔레스타인인과 연대를’ 집회가 열렸다. 재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인들, 국내 시민사회 단체 39곳이 함께하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했다.
이날 집회 장소였던 서울 종로 일대에는 눈이 12센티미터나 내렸는데, 13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설이었다. 궂은 날씨로 바닥에 앉을 수도 없었지만, 국적이 다양한 참가자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뜨거운 연대를 보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은 피의 성탄절을 보내야만 했고, 지난 하룻밤 새에도 팔레스타인인 187명이 숨졌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2만 1000명을 넘어서, 가자지구 인구의 1퍼센트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미국 바이든 정부는 12월 29일 의회 승인을 우회하는 긴급조항을 발동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추가 판매를 승인했다. 바이든 정부는 윤석열 정부에게 홍해 다국적 함대 참가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에 대한 전 세계와 한국 대중의 반감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정당화하려고 12월 26일에 이른바 ‘서울 불바다’ 영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 쏟아지자 곧장 비공개로 돌려야 했다.(본지 관련 기사)
집회 주최 측은 이 소식을 한국어와 아랍어로 전하며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피해자이고 야만에 맞서 싸운다고 말하지만 진정한 테러리스트는 바로 이스라엘 국가다” 하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인근에 있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을 향해 “이스라엘 국가야말로 테러리스트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그간 집회 주최 측은 재한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를 구축해 왔고, 이날의 첫 발언자도 팔레스타인인 유학생이었다.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심 씨는, 지난 수주 동안 한국에서 연대 활동에 함께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특히 한국의 청년들이 85일 동안 지치지 않고 연대 활동을 계속 벌이는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은 듯 특별히 감사를 표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75년이 넘도록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전쟁 범죄를 멈춘 적이 없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인이라면 누구나 가족 중에 목숨을 잃거나 다치거나 수감된 사람이 있습니다.
“저도 2000년 항쟁[제2차 인티파다]에 참가하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폭행·체포·살해 행위를 두 눈으로 똑똑히 목도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스라엘은 모든 팔레스타인인들, 나무와 동물들까지도 살해하려 합니다. 저들의 악랄한 전쟁 범죄 행위를 전 세계가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껏 인권 운운하던 강대국 정부들과 주변 아랍 정부들은 지금 학살을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런 말들이 모두 위선에 불과했음을 보여 줍니다.”
나심 씨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야말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전 세계 어떤 정부보다도 우리의 연대 행동이 더 강력하다고 확신합니다.
“우리의 행동이 전 세계 모든 팔레스타인인들, 특히 가자지구에서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 닿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은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새해에도 투쟁을 이어 갑시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방현석 작가의 발언도 참가자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줬다.
방현석 작가는 소설 《랍스터를 먹는 시간》, 해고에 맞선 노동자 투쟁을 다룬 《내일을 여는 집》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 6월에는 홍범도 장군 등 일제 식민 지배에 맞서 무장 저항에 나섰던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장편소설 《범도》를 출간해 주목받았다.
방 작가는 식민지 조선인들의 항일 무장 독립 전쟁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투쟁”도 정당하다며, 이스라엘의 만행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학살과 범죄 행위에 침묵한다면, 앞으로 세계 어디에서나 강한 자는 무슨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고, 우리 스스로 그런 피해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방 작가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말로 이스라엘의 범죄를 규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문인 자카리아 무함마드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빼앗아 간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과 자유만이 아니다, 전 인류가 아름다움을 기리고 찬양할 자유마저 빼앗아 갔음을 규탄한다’고 한 말을 기억합니다.
“한국어를 다루는 한국의 작가들을 비롯해 세계 모든 작가들이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해, 정의를 위해 반드시 글을 쓰기를 바랍니다.”
방 작가는 한국인 집회 참가자들에게 자카리아 무함마드 등이 쓴 산문집 《팔레스타인의 눈물》(도서출판 아시아, 2014)을 읽어보기를 권하며, “1월 13일 국제 공동 행동의 날에 팔레스타인과 전 세계가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종로와 삼일대로를 거쳐 명동까지 행진에 나섰다. 도로에는 먼저 내린 눈이 녹고 또 일부는 얼어서 걷기에 매우 불편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행여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서로 보살폈고 폭설에 우산을 나눠 쓰며 행진을 이어 갔다. 혹독한 악천후가 이들을 더 단단하게 묶어 준 듯했다.
“팔레스타인인과 연대를!”
“이스라엘 국가가 테러리스트다!”
행진 대열의 구호가 눈발을 뚫고 서울 도심에 울려 퍼지자 연말연시 연휴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사람이 붐비는 명동 거리로 들어서자 행진 대열을 영상과 사진으로 찍거나 주먹을 들어 보이며 응원하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구호를 함께 따라 외치는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그런 반응이 보일 때마다 행진 참가자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궂은 날씨 탓에 이날 행진은 명동 인근에서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새해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이어 가자고 다짐했다.
다음 집회는 새해 첫 주말인 1월 6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또한 1월 13일은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 행동의 날’로, 영국·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집중적으로 벌어질 예정이다.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일부로서 한국에서도 같은 날 집회와 행진이 개최될 예정이다.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가 2024년에도 지속·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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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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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는 새벽까지 말이 서성이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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