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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에게 중형 구형한 검찰:
마녀사냥 피해자를 방어해야 한다

지난해 1월 국정원의 민주노총 압수수색. 윤석열의 보안법 공격은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이다 ⓒ출처 〈노동과세계〉

9월 2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검찰은 민주노총 전직 간부 4명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이 사건의 선고 공판은 11월 6일에 열린다.

특히, 검찰은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 석권호 씨에게 무려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석권호 씨는 1980년 진도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18년간 감옥에 갇힌 석달윤(1932~2022) 씨의 아들이다.

검찰은 석권호 씨 등 4명이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장기간 간첩 활동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윤석열 정부가 국가 안보를 내세워 속죄양을 만들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다.

지난해 1월 국가정보원은 경찰 병력을 대거 동원해 민주노총 중앙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보안법 수사를 이유로 민주노총이 압수수색당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검찰은 압수수색 단계부터 피의 사실을 흘리며 민주노총의 한미일 군사 동맹 해체 요구 등 정부 비판, 이태원 참사 항의 운동 등을 모두 북한의 지령과 연관된 활동인 것처럼 뒤집어씌웠다. 보안법 공격을 통해 반정부 선동을 위축시키고, 좌파와 노동운동을 내부적으로 분열시키고자 한 것이다.

지난해 3월 윤석열은 이 사건을 콕 집으며 대공 수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에 호응해 여당 지도부는 “종북 간첩단이 암약하는 근거지”라며 민주노총을 모략했다.

최근에 정부·여당은 이런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윤석열은 “반대한민국 세력(또는 반국가 세력)”에 대한 경계와 대비를 강조하고 있다. 여당도 국가정보원이 대공수사권을 다시 가져야 한다고 성화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민중민주당 당사 압수수색 등 보안법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2월에 청주지방법원은 보안법 위반 혐의로 평화운동가 3인에게 무려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북한과 연계된 간첩 혐의를 받은 청주 평화운동가들을 의회와 선거를 지향하는 대다수 좌파가 외면한 가운데, 국가가 터무니없는 중형으로 탄압한 것이다.

청주 평화운동가 중형 선고는 이번에 검찰이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에게 중형을 구형한 데 청신호가 됐을 것이다.

이처럼 반미자주파 활동가들에 대한 국가 탄압이 효과를 내면 더 광범한 좌파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공격받을 수 있다.

지난해 온건 주류 좌파들은 보안법에 반대한다면서도, 북한 국가와 연계된 간첩 행위는 방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석권호 씨 등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민주노총 일각에도 4인에 대해 “개인적 일탈”이라며 선을 긋거나, ‘민주노총을 이용했다’며 방어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석권호 씨 등은 북한 지배 관료의 일부가 아니다. 천대받는 남한 노동계급의 활동가이기 때문에 그들은 마녀사냥 대상이 된 것이다.

그들이 단지 북한 관료의 입장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구실을 한 것도 아니다. 한미일 동맹 해체 같은 요구들은 광범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좌파의 지지를 받는 것이다.

물론 북한 관료는 남한 좌파가 연대할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비록 정치적 오류로 여겨지더라도, 누군가가 그 정치적 신념을 타인을 해치지 않는 평화적 방식으로 실천하려 했다면 이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24일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어 검찰의 중형 구형을 규탄했다. 당연한 일이다.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에 대한 마녀사냥은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11월 6일 선고 공판에 맞춰 적어도 하루 총력 파업을 하는 등 방어를 위한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