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12 신고 녹취록과 경찰청 기밀 보고서:
이래도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아닌가
〈노동자 연대〉 구독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록들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경찰은 참사 발생 4시간 전인 10월 29일 저녁 6시 34분 “압사당할 것 같다,” “통제 좀 해 달라”는 최초 신고자의 절박한 SOS를 무시했다. 이 신고자는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를 통제해 달라는 결정적 대책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모든 것을 놓쳤다.
경찰은 참사 전까지 11건의 112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지만, SBS는 취재 결과 79건이었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찰은 진상을 숨기려 한 것이다.
경찰청은 녹취록 공개 뒤 용산경찰서 압수수색 등 수사에 착수했다. 누가 보더라도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심산이다. 그만한 규모의 군중 동선을 관리할 권한과 책임은 그 윗선에게 물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된 책임은 인파가 몰릴 것을 알면서도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은 윤석열 정부(행정안전부, 경찰 수뇌부)에 물어야 한다.(물론 오세훈의 서울시, 용산구의 ‘준비된 무능’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편, 112 신고 녹취록 공개 직전에 정부의 참사 책임자들은 일제히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대비할 수 없었을 사고”라던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던 박희영 용산구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고개를 숙였고 서울시장 오세훈은 눈물 ‘쇼’까지 했다. 112 신고 녹취록이 낳을 커다란 파장 때문이었을 것이다.
윤석열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경찰을 비판하면서 “엄정한 대처와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다. 윤석열도, 이상민도 “국민 안전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진지하게 믿지 않을 것이다.
사찰과 감시로 항의 억누르기
11월 1일 SBS가 10월 31일에 작성된 경찰청 기밀 보고서를 폭로했다. 경찰청 정보국이 대통령실과 행안부 장관 보고용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이 보고서는 과거 유사 사례, 유가족·언론·사회운동단체 등의 동향 파악 등을 꼼꼼히 분석해 정부 책임론 확산 방지책을 다방면에 걸쳐 제시한다.
이 보고서는 판교 환풍구 참사,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유가족 동향, 언론 보도 추이, 항의 운동 사례들을 돌아 보며 비교 분석하고, 유가족을 회유하기 위한 보상금 문제 등 각종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의 비판적 보도와 사회 운동 단체들을 감시·사찰하는 대응이 포함돼 있다. 고위 공직자 입 단속을 당부하는 것은 덤이다. 이 보고서 작성 다음 날 이상민 등이 줄줄이 사과한 것도 뭔가 석연치 않다.
정말이지 정부와 경찰은 대중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는 지독하게 무능하면서, 진실 은폐, 꼬리 자르기, 책임 전가, 저항 억압에는 누구보다 발 빠르다. 경찰은 허위사실 유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방송심의위원회와 협력해 온라인 게시물들을 삭제·차단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게 없다.
윤석열 정부의 이태원 참사 대응은 이 정부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안전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악하고, 철도·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등 가진 자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평범한 사람들은 나 몰라라 해 온 정부의 우선순위는 이번 참사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나가 있던 경찰 상당수가 사복 차림으로 마약 단속에 치중했던 것도 그간 ‘범죄와의 전쟁’을 강조하며 사회 분위기를 경색시키려 해 온 정부 기조와 맞닿아 있다.
그러고는 정부의 무관심·무대책에 대한 사람들의 항의와 질타에 대해서는 권위주의적인 통제 방안을 만들려 한다.
이태원 참사는 진상이 조금씩 밝혀질수록 윤석열 정부가 대중의 생명과 안전에 지독하게 무관심한 정부임을 충격적이고 비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