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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초등교사의 경험:
‘문제 아동’에게는 분리와 통제가 아니라 학교 조건의 개선이 필요하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다양한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8월 17일에 나온 교육부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에 따르면, 학생이 교육활동을 방해할 때, 수업 시간 중 다른 좌석이나 교실 내 지정된 위치, 또는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 분리가 가능하다. 또 수업에 방해가 되는 휴대폰 등의 물품을 학생에게서 압수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20년간 초등교사로 있으며 아동의 다양한 ‘문제 행동’을 해결하려고 노력해 온 나로서는 이런 분리와 통제 조치가 별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초등교사는 중고등학교 교사와 또 달라서, 수업 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점심급식 시간이든 등교부터 하교까지 학생들과 계속 함께한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학생들의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쉴 새가 없다. 초등교사들은 학생 교육과 돌봄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이초 교사의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업무 폭탄, (학생들의) 난리가 겹치면서 모든 것을 놓고 싶다’, 연필 사건 등으로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 게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

또, 상담일지에는 ‘교사에게 비명’, ‘통제가 안 되는 느낌’ 등 과도한 업무와 생활지도의 문제가 얼마나 교사를 힘들게 하는지 보여 줬다.

정말 공감이 되는 구절들이다. 나 또한 30명에 육박하는 학급에서 ‘문제 행동’을 하는 아동과 하루 종일 씨름하고 갈등을 마주하면서, 자책하거나 무력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무능력한 교사로 찍히기 때문이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교사의 장악력이나 통제력 부족 문제로,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수학습능력이나 전문성 부족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그러나 10과목이 넘는 수업을 하고, 다른 업무도 처리하면서, 아동 30명의 처지를 다 이해하고 소통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 또, 원하는 공부가 아닌 입시 경쟁 교육 구조 하에서 배움의 이유를 갖지 못해 소외받는 아동의 저항을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설득할 수 있을까? 교사는 신이 아니다!

‘문제 행동’을 하는 아동을 분리하고 통제하는 방안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출처 교육부

엄격한 규칙

나도 교직 초년기에는 이른바 ‘금쪽이’라고 불리는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악의적으로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폭력성·반사회성을 보이는 아동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도움을 얻을 길은 전혀 없었고,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엄격한 규칙으로 다스리려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오히려 아동은 엇나가고 ‘문제 행동’은 심각해졌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첫째 교훈은 엄격한 규칙으로 다스리고 통제하려 하는 것은 아동과의 관계만 악화시켜 문제를 더 키운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동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 교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교사의 말이 아동에게 들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랬을 때 아동도 행동을 변화시킬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교사 개인의 헌신만으로는 안 되고, 교사가 아동을 여유 있게 대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돼야 한다. 교사의 업무 부담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육 과정의 느슨함 등이 필요하다.

둘째, 학생의 ‘문제 행동’은 학교에서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근본 원인은 학교가 아닌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불평등이 심해지고 노동계급의 처지가 어려워지면서, 경제적 불안정, 가정 불화, 양육의 어려움이 늘어났고, 아동들은 이런 불안정에 정서·심리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런 데서 촉발된 문제들은 담임교사가 1년 만에 고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만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아동의 문제를 아동이 처한 환경과 함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코 쉽지 않다. 30명에 육박하는 아동들을 함께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문제 행동’을 보이는 1명에게만 맞출 수는 없는 것이 담임교사의 딜레마이기 때문이다.

전문상담사 증원

그럴 때 전문상담교사(또는 전문상담사)와의 소통과 협력은 큰 도움이 된다. 전문상담교사의 조언은 아동의 입장을 고려해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 내고, 문제의 배경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상담사에게 교실에서의 아동의 하루를 얘기해 주고, 상담사는 나에게 아동의 요즘 감정 변화 등을 읽어 주면서 함께 논의해서 큰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물론 감정적으로 흥분한 아동을 잠시 분리시킬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냥 공간만 떼어 놓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아동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담해 주면서도, 스스로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 또한 다시 아동이 교실로 돌아왔을 때는 교사와 전문가가 소통해야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전문상담사나 전문상담교사가 상주하는 학교는 많지 않다. 전국적으로 상담 인력 1명이 배치된 학교 비율은 44.7퍼센트에 그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상담 인력 배치율은 2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상담사나 상담교사들이 학교를 순회하며 상담을 메우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상담사들도 쏟아지는 업무 때문에 상담에 집중하기 어렵고 상담의 연속성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나라 중학교의 경우, 상담교사 1명이 700~800명 또는 무려 1500명을 맡고 있다. 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이 200~350명을 맡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많다.

이마저도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서는 교육공무직인 전문상담사가 그만두면 새로운 상담사로 채우지 않는다. 고사되는 직종인 것이다. 전문상담교사도 상당수가 기간제 교사라 고용이 불안정하다. 교육 당국은 학령 인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올해 신규 전문상담교사 채용을 전년 대비 69.3퍼센트나 감축했다.

이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 어떻게 정서적 위기에 놓인 다양한 학생들에게 안정감을 찾아줄 수 있을까? 학생이 ‘비빌 언덕’조차 없는 학교에서 어떻게 교사의 생활지도가 먹힐 수 있을까? 상담 인력 증원은 정말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교사도 ‘문제 아동’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상담사, 심리치료 분야, 교육복지사 등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직원을 늘려 교사의 업무도 줄여야 한다.

과도한 학습량과 어려운 교육과정도 수업 일탈과 소외를 강화시키는 요인이니 이를 조정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기초 학력 저하를 빌미로 일제고사를 부활시키고, 입시 경쟁 교육을 강화하는 현 정부의 정책은 소위 ‘금쪽이’들의 회복을 막을 것이다.

문제의 책임이 교사에게 있느냐, 아니면 학생·학부모에게 있느냐 하는 식의 폭탄 돌리기로는 문제가 전혀 개선될 수 없다. 교육이 가능한 환경, 조건을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교육뿐 아니라 아이들을 어려움에 빠뜨리는 현 사회를 바꾸려고 노력하며 노동계급의 삶이 평안하고 행복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