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장애학생 지원을 위해 정부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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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교권을 보호하라는 목소리와 함께 학교 현장의 여러 어려움이 드러났다.
주호민 씨가 녹음기를 이용한 정보로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건, 교육부 공무원의 소위 ‘왕의 DNA’ 편지 사건이 연일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들은 단지 교사와 학생·보호자 사이의 갈등 문제가 아니다. 장애학생의 교육(특수교육과 통합교육 모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것이 소원”.
참담한 이 문장은 이 사회에서 장애 자녀를 둔 평범한 사람들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개별 가정에 오롯이 떠넘겨진 양육 책임은 보호자들을 위축시키거나 방어적으로 만들기 십상이다.
국가가 지원하는 양질의 시스템이 별로 없어서, 학부모들은 1회에 5만~6만 원, 많게는 10만 원씩 하는 병원이나 사설 치료실을 이용하느라 등골이 휜다.
교사 1명이 학생 20~30명을 살피며 하루 5~6시간씩 다양한 교과목을 가르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장애가 있는 자녀 또는 경계에 선 자녀를 둔 보호자는 ‘우리 아이가 선생님께 찍히지 않을까’ 하고 전전긍긍하게 마련이다. 때로는 자녀를 보호하려고 ‘교육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내세워 더 강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다 자녀가 갑자기 학교를 거부하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원인을 찾게 된다. 자녀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도 없고, 이미 학교에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으니 교사에게 물어보는 것도 쉽지 않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있었으리라. 녹음기 사용은 그렇게 시작됐을 것이다.
그러나 특수학급이 ‘징벌’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특수”가 들어가는 모든 행정업무는 특수교사 1~2인에게 맡겨진 상황에서 특수교사들은 무기력감과 분노에 처할 수밖에 없다. 내 수업도 녹음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느낄 것이다.
장애학생의 교육은 특히 교사와 보호자의 신뢰와 협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신뢰를 쌓을 수 없는 상태이다.
특수교육연차보고서를 보면, 2022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0만 3695명으로 전체 유·초·중·고 학생의 약 1.8퍼센트이고 매년 4000~5000명씩 늘어나고 있다. 이 중 72.8퍼센트는 통합교육을 위해 일반학교에 배치돼 있다.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은 특수교사와 학생의 비율을 1 대 4로 규정하고 있다. 이 비율이 적정한지는 차지하더라도, 이 비율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특수교사 2만 5924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특수학교 또는 특수학급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는 2만 3498명으로 법정 기준보다 2000여 명이 부족하다. 특수학교 기간제 교사 비율은 23.5퍼센트로 일반학교 12.1퍼센트의 2배에 가깝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내년에 특수교사를 전년보다 130여 명 정도 늘린 680명을 뽑는다며 생색을 낸다.
특수교육 보조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수교육실무사(교육공무직), 지역자립생활센터 소속 인력, 사회복무요원, 심지어 무급자원봉사자까지 활용하지만, 특수교육 보조인력은 1만 4466명으로 학생 10명당 1명꼴이다.
이동, 식사, 신변처리, 수업참여 등 학생에 따라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특수교육 현장은 언제나 사람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특수교육 보조인력의 전문성 문제를 논하기도 쉽지 않다.
책임 전가
특수교육 대상 학생 중 약 70퍼센트가 발달장애 학생이다. 발달장애 학생들은 장애의 특성과 의사표현 방법의 제한으로 다양한 어려운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주호민 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발달장애인의 어려운 행동은 자신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당연히 적절한 표현 방법을 배우고 행동중재를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그 속도는 매우 더디기 때문에 비장애인과 함께 하는 사회가 그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통합교육을 지향한다는 선언과 달리, 이를 위한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하고 특수교사에게만 책임이 떠넘겨진다.
게다가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정부는 교사 정원을 계속 감축하고 있다. 학급에는 장애학생뿐 아니라 다양한 학생이 있지만 입시 경쟁을 위해 내달리는 교육 열차는 그 학생들을 품을 여유가 없다. 장애학생들이 어려운 행동을 보이면 대처 방안이 없어 특수학급으로 보내거나 버티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정적이고 제대로 된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다.
결국 특수교사와 보호자에게만 책임이 떠넘겨진 상황이 장애학생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을 방해하고 특수교사와 보호자, 학생 사이의 갈등을 유발한다.
진정한 교권 침해는 정부와 교육 당국, 나아가 이 체제에 의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와 교육 당국을 향해 요구해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사 업무 감축, 특수교사 증원, 행동중재전문가의 지원, 지원인력 증원, 특수교사-일반교사-보호자 역량 강화를 위한 양질의 연수 마련 등으로 교육 환경을 개선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교육활동 중 생기는 특수교사의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에 대해 적절하고 적극적인 치료 등을 제공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더 근본으로 보자면, 이처럼 턱없이 부족한 지원은 이윤 창출을 최우선으로 두는 자본주의의 압력이 초증등 교육 일반과 특수 교육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장애를 가진 몸을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존재로 여긴다. 그래서 개별 가정에 책임을 떠넘기는데, 교육에서도 그런 패턴이 작동하는 것이다.
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장애 당사자들이 투쟁을 벌여, 여러 개혁 법안들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방치와 배제는 장애 차별의 근본적 특징이다. 진정한 차별과 배제,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앞서 제시한 개혁 요구들을 위해 싸우면서, 그런 개혁 투쟁들이 반자본주의적 전망과 만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