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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휴전 요구는 양날의 칼이다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가자지구에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가자지구 지상전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더 많이 희생될 것이다. 참혹한 인명 피해에 몸서리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휴전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휴전을 촉구한 유엔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도 휴전이 아니라 “인질이 풀려나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이 “대응할”(가자지구를 봉쇄하고 폭격할) “의무가 있다”고 못 박았다.

미국은 10월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 결의안에 반대했다. 이사국 15곳 중 12곳이 찬성했지만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이 불발됐다.(러시아와 영국은 기권했다.)

“휴전? 인질이 먼저 풀려나야 한다” 피비린내 나는 보복을 원하는 바이든 ⓒ출처 백악관

이스라엘과 미국의 지도자들은 휴전 요구가 이스라엘의 계획에 차질을 줄까 봐 반대한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이렇게 말했다. “하마스와의 전쟁은 한 달, 두 달, 또는 세 달 걸릴 수 있고, 결국 하마스는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피비린내 나는 보복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 도전하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를 확실하게 보여 준다는 것이다. 2001년 9·11 공격을 당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보복”을 공개 천명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만행을 더는 도저히 못 보겠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투 중단 요구가 나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시가전

그러나 휴전 요구는 멀리 내다보는 눈이 결여돼 있다.

그 이유를 알려면 현재 팔레스타인 저항을 둘러싼 세력균형을 봐야 한다.

운동의 전술과 요구는 구체적인 정치 상황과 세력균형을 고려해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밀물 때와 썰물 때를 분간할 줄 모르면 배를 띄울 수 없는 법이다.

10월 7일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 측이 패러글라이더, 모터사이클, 보트를 이용해 자신들을 가뒀던 장벽을 허물고 이스라엘에 빼앗긴 땅을 밟았다. 그 역습에 이스라엘 국가는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맛보고 충격을 받고 전율에 휩싸였다.

‘일진’ 학생에게 맨날 괴롭힘을 당하고 얻어터지던 피해 학생이 어느 날 회심의 주먹을 날려 ‘일진’ 학생의 위세에 한 방 먹이고 그동안 그 위세에 눌려 있던 친구들의 속을 후련하게 한 상황 같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을 공언했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대규모 투입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 기구에 진입하면 무장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시가전을 벌일 것이고 그리되면 이스라엘군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진입을 망설이며 지상전을 위한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의 역습으로부터 상처받은 자존심을 만회하려고 이스라엘은 결국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벌일 듯하다. 〈뉴욕 타임스〉는 가자지구 지상전이 시가전으로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군사력은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시가전(특히, 도시 게릴라전)이 객관적 전력만으로 결판나는 것은 아니다. 시가전이 점령군의 무덤이 된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덤

가령 2004년 11월 이라크의 팔루자 전투가 그런 사례다. 팔루자 전투는 이라크 판 ‘뗏(설) 공세’였다. (최근에 미국은 이스라엘의 지상전을 군사적으로 조언하기 위해 이라크의 팔루자 전투를 지휘한 바 있는 해병대 중장 제임스 글린을 이스라엘에 파견했다.)

가난에 찌든 도시 팔루자에 있던 이라크 전투원들의 무장 정도는 허접한 갱단 수준이었다. 반면 미군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1만 5000여 명을 이 전투에 투입했다.

그러나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군은 빽빽이 들어선 건물과 비좁은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도심 전투에서 쩔쩔맸다. 총알과 로켓탄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고 인파 속에서 누가 적군이고 누가 민간인인지 구별하기도 어려웠다.

팔루자 전투에서 미군은 151명이 전사하고 1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이라크인은 2000여 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이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이라크 수렁에 빠지게 됐다.

가자지구도 세계에서 건물이 가장 밀집한 도시 중 하나이고, 이런 지형은 방어자에게 유리하고 공격자에게 불리하다.

이렇듯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지상전으로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가자지구 점령은 말할 것도 없고 하마스 제거도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가자지구 지상전이 이스라엘의 발목을 잡고 네타냐후 정부에 커다란 손실을 안겨 이스라엘에 대한 국내외 지지를 떨어지게 만들 수 있다.

사태가 이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휴전 요구는 현재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염원을 정면으로 거스르게 되는 것일 것이다.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측에 무기를 내려놓고 모종의 협상을 받아들이라는 요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약화되게 될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에 시간을 벌어 주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국제 협상”이라는 외교의 덫에 걸리게 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 협상”이라는 것은 기실 최후까지 저항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비굴한 협상에 타협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이간시키기 위해 구상된 것이다.

게다가 “국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지구를 봉쇄하거나 점령할 것이다.

결국 현재의 맥락에서 휴전 요구는 지금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낳은 이스라엘의 끔찍한 억압이 지속되는 상황이 유지되는 것으로 귀결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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