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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들과 분리된 집단인가?

10월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이든은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두둔하면서 팔레스타인인 지지 세력을 이간하려는 말이다.

바이든이 하마스의 대표성을 따지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이스라엘과 서방은 2006년 팔레스타인 의회 선거에서 하마스가 다수의 지지를 받자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쿠데타를 사주했다.

하마스는 아이시스(ISIS) 같은 그저 반동적인 테러 집단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속에서 성장하고 뿌리를 내린 정당이다. 하마스는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반대하고 그 협정을 맺은 기존 팔레스타인 저항 지도부의 타협적 노선을 비판하면서 지지를 받았다.

특히, 하마스는 오슬로 협정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와 환멸 속에서 일어난 2000년 제2차 인티파다에 적극 동참하며 팔레스타인 대중 속에 뿌리내렸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항쟁의 대의를 지지해 온 사람들 사이에서도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인들을 분리해서 보는 관점이 꽤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컨대 팔레스타인 전문가이자 팔레스타인 점령의 현실을 탁월하게 폭로해 온 홍미정 단국대 교수는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 하마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모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대의는 없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지지해 온 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의 저항으로부터 성장한 세력임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하마스를 대중과 분리시키는 것은,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표하면서도 현재 비난의 표적이 된 하마스의 군사 작전과는 선을 긋는 것인 듯하다.

그런 관점은 마치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와는 무관한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하마스의 군사 행동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직면한 현실의 논리와 필요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갈수록 인종 청소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스라엘 국가와 증대하는 식민 정착자들의 폭력에 직면해 왔다.

하마스는 저항 속에서 성장하고 뿌리를 내린 세력이다. 하마스 집회에 참가한 팔레스타인인들 ⓒ출처 The Palestine Chronicle

한편, 언론들은 하마스가 그저 정치 위기를 외부로 돌리려고 공격을 감행한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위협은 실제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다.

물론 이번 기습 공격 자체는 십중팔구 소수에 의해 비밀리에 추진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염원과 분리된 것이 결코 아니었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소가 지난 9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팔레스타인인의 절반 이상(53퍼센트)이 점령을 끝낼 최선의 방법으로 무장 투쟁을 꼽았다. 전투에는 비밀스런 모의가 불가피하다.

또한 이번 기습은 하마스 외에 여러 저항 세력이 함께 가담한 것이기도 하다.

5년 전 포로가 된 이스라엘 군인의 송환을 협상한 바 있고 현재 하마스의 민간인 포로와 연락하고 있는 이스라엘 측 협상가 거손 배스킨은 10월 11일 ‘BBC 월드 투데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마스의 원래 계획은 이스라엘군 기지 두 곳을 공격하고 군인들을 납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 [국경이 뚫리자] 이슬람 지하드, 팔레스타인인민전선 대원들, 민간인, 무장한 과격 분자 등 온갖 사람들이 밀고 들어갔다. 하마스는 더는 작전을 통제하지 못했다.”

이런 사실은 하마스 자신도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를 어느 정도 좇아야 하는 처지임을 보여 준다.

하마스를 팔레스타인인들과 분리시키는 견해에는 하마스의 이번 기습이 괜한 보복을 불러와 재앙을 몰고 왔다는 우려가 깔려 있기도 하다.

물론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에 야만적인 폭력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저항을 완전히 궤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이스라엘은 수렁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마스의 공격이 낳은 정치적 효과를 봐야 한다. “아랍과 이슬람 도시의 ⋯ 거리와 광장으로 나오라”는 하마스의 호소에 수많은 중동 대중이 호응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중동 대중은 하마스의 기습을 이스라엘(과 미국)에 맞선 투쟁의 일부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반서방 정서는 한국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한 아랍인들에게서도 느낄 수 있다.

하마스를 먼저 지지해야 건설적 비판 자격 있다

일부 좌파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지지한다면서도 그들이 생각하는 하마스의 이러저러한 문제점을 이유로 하마스와는 선을 긋는다. 특히, 하마스가 비민주적이고 보수적인 편견과 종교적 편협함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런 비판은 이슬람과 이슬람주의에 관한 잘못된 편견에 기초한 것일 때가 흔하다.

물론 우리가 보기에 하마스가 여러 편견과 전략적 약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하마스는 혁명적 좌파 정당이 아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운동이 하마스 당의 그런 약점들을 극복하고 더욱 급진적인 전망과 전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그들이 벌이는 투쟁을 일단 무조건 지지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전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실의 투쟁을 가르치려 드는 종파적 태도는 오히려 그런 발전을 어렵게 만든다.

무조건 지지한다는 것이 무비판적 지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판은 운동을 건설하는 데에 도움 되는 건설적·생산적인 것이어야 하고 또 동지적인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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