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추모 7차 집회:
20만여 명이 윤석열 정부의 징계 위협에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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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일에도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가 국회 앞에서 벌어졌다. 대열 규모가 국회 앞 대로를 가득 채우고도 여의도 광장 안까지 채울 정도로 컸다. 집회 주최 측은 교사 30만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실로 뜨거운 분위기였다.
이날 집회는 9월 4일 공교육 멈춤 행동을 이틀 앞두고 벌어졌다. 연단에 오른 발언자들 대부분은 공교육 멈춤의 날 행동 참가를 호소했고, 참가자들도 이에 열렬히 호응했다.
먼저 서이초 교사들의 옛 동료들과 대학 동기들이 연단에 올라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옛 동료들은 “뽑기 운에 기대기보다 안전한 울타리가 있길 바란다” 말했고, 대학 동기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앞장서 달라”고 요구하며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어서 교사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스스로를 교사이자 학부모라고 소개한 한 교사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학생을 돌본 경험을 이야기했다. 관리자가 대책이랍시고 담임교사가 학생과 “1대 1 농구를 즐기며 분노를 삭이게 하라”고 한 것을 떠올리며, 모든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교육 당국의 무책임함에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이슈가 됐던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 피해 교사도 연단에 올랐다. 그는 사건에 대응하다 지쳐 결국 교직을 내려놓고 다시 직업을 구하는 중이라고 한다. 피해 교사를 보호해야 할 교육청은 오히려 사건 공론화를 문제 삼아 품위유지규정 위반을 들먹이며 그를 협박했다고 한다.
그는 “수업보다 업무와 민원에 치이고,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사회가 외면해 온 결과”로 오늘의 비극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너무 쉽게 겁먹고 입맛에 맞는 호소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더 많은 교사들이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함께해 줄 것을 호소했다.
또, 경기도의 한 7년 차 초등 교사는 ‘법과 원칙’을 운운하며 공교육 멈춤의 날을 파괴하려는 교육부와 교육 당국의 위선을 비판했다. 그는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교사 보호야말로 진정한 법과 원칙이라 주장하며 공교육 멈춤의 날의 정당성을 이야기했다.
이날 집회 운영진 정책 TF팀은 정책 요구안 8개 조를 내놓았다. 정책 요구안에는 아동학대처벌법 남용을 방지할 것, 학부모 민원 및 학교폭력 대응을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만 전가하지 말고 교육 당국과 관리자 등이 함께 해결할 것, 교육 정책을 추진할 때 교사의 참여를 보장할 것 등이 담겼다.
교사들은 아동학대법 등을 시급히 개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 이날 집회에는 강민정, 도종환, 안민석 의원 등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함께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분노가 제대로 된 교육 환경을 만드는 힘으로 바뀌려면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행동에 더 많은 교사들이 함께해야 한다. 이는 정부와 교육부가 예고한 탄압에 맞서는 힘이 될 것이다.
교사들의 요구가 실질적으로 시행되려면 지난 한 달여간 그러했던 것처럼 교사들 자신의 투쟁이 계속돼야 한다. 9월 4일은 투쟁을 끝맺는 날이 아니라 앞으로의 투쟁을 위한 토대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