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팔레스타인 연대 23차 집회·행진:
라파흐 공격 중단과 가자 봉쇄 해제를 촉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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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제23차 집회와 행진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로 열렸다.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일부답게 한국인들은 물론, 재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인들, 각국의 이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기세를 높였다. 칼바람 부는 꽃샘추위에도 참가자들의 열의가 높았다.
주말을 맞아 광화문 일대를 찾은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집회 발언을 듣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에서 지상전을 벌이려고 한다. 올해 라마단이 시작되는 3월 10일을 지상전 개시일로 예고했다.
라파흐는 가자지구 내 최대 난민촌으로 140만여 명이 대피해 있다. 이스라엘이 이곳에서 지상전을 개시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다. 지난 2월 29일에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의 가자시티에서 구호품을 받으려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100여 명 넘게 죽였다.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일 팔레스타인인들을 생각하며 집회 참가자들은 ‘라파흐 공격 중단하라, 가자 봉쇄 해제하라, 인종 학살 멈춰라’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가자지구 현지 주민 하야 씨가 보낸 음성 메시지를 통해 가자지구의 끔찍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 들었다. 하야 씨는 라파흐와 가까운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의 지방정부 직원이다. 그녀는 통신이 불안정해서 다른 도시로 이동해 메시지를 녹음했다고 한다.
“모든 병원이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어머니가 고혈압 환자인데 약을 구할 수가 없고 … 제 이모는 정전으로 병원이 가동을 중단해 투석을 받지 못해 돌아가셨습니다. 100만 명이 넘는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의 직원으로서 … 저희가 지난 수년간 쌓아 온 도로, 통신, 위생, 배수, 하수 처리 시설 등이 … 모두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여러분의 시위 참석, 인도주의적 대의를 위해 들이는 노력, 시간, 돈 등 이 모든 것에서 … 저는 힘과 희망을 얻습니다.”
팔레스타인계 사우디아라비아인 유학생 주마나 씨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일부 성과를 냈다며,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고 발언했다.
“10월 7일부터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싸워 왔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나라들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사업기구(UNRWA)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라는 압력을 거부했습니다. 심지어 기부금을 더 늘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영속적인 휴전을 위해서 계속 싸워야 합니다.
“정부와 지도자들에게 계속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수 있도록 계속 싸울 것입니다.”
오늘 집회에는 에런 부슈널을 추모하는 팻말을 손수 준비해 온 참가자가 여럿 있었다.
2월 25일 현역 미국 공군인 25살의 에런 부슈널이 더는 인종 학살의 공범이 되고 싶지 않다며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군복을 입고 분신하는 비극이 있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은 바이든 정부가 유엔에서 휴전 촉구 결의안에 거듭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미국인 유학생 엘리사 씨가 부슈널을 기리는 발언을 해 큰 박수를 받았다.
“불에 타는 동안에도 부슈널은 ‘프리 팔레스타인’을 외쳤습니다. 미국의 많은 주류 언론들은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을 마치 정신질환의 결과라고 왜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 팔레스타인과 가자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입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공포를 알리면서 운동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엘리사 씨의 선창으로 참가자들은 부슈널이 죽기 직전까지 외쳤던 구호를 함께 외쳤다.
“프리 팔레스타인!”
고려대학교 학생 오수진 씨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팔레스타인 문제를 더 많이 알리겠다고 발언했다.
“지난해에는 캠퍼스에서 집회를 알리는 홍보전을 했고, 이스라엘 대사관을 이 땅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했습니다.
“진실은 발이 달려 있지 않습니다. 이제 개학을 맞아서 학교가 북적북적한데요. 이번 3월에도 학내에서 토론회를 열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한편, 이집트인 카말 씨는 발언에서 이스라엘과 이집트 정부를 모두 규탄했다. 이집트의 독재자 압둘팟타흐 시시는 이집트 쪽 라파흐 국경을 봉쇄하고, 시나이 반도에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수용소를 지으려 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종 학살을 멈추지 않고 있는 점령 세력의 지도자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합니다. … 또한 저는 이집트 정부에도 요구합니다. 지금 당장 라파흐 국경을 개방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물자를 반입시키십시오.”
또, 카말 씨는 시온주의 반대가 유대인 혐오라는 이스라엘 정부의 비난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위한 거짓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미국 대사관 앞, 광화문, 인사동 거리, 종로를 거쳐 이스라엘 대사관 앞까지 행진했다.
행진 대열을 카메라에 담거나 손을 흔들며 호응을 보내는 거리의 내외국인이 적지 않았다. 길을 가던 고등학생들이 주최 측이 나눠주는 유인물을 줄을 서서 받아가기도 했고, 행진 대열을 보고 동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다음 주 8, 9일에 제24, 25차 집회를 연달아 열 계획이다.
특히 3월 8일(금)에 열리는 집회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팔레스타인인 여성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이스라엘의 점령을 규탄하고, 이에 굴하지 않고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에게 연대하자는 취지다.
3월 9일 토요일에 열리는 제25차 집회에서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아랍 정부들의 배신적 행태를 규탄할 계획이다. 이날은 이스라엘이 예고한 라파흐 지상전 개시일 하루 전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더 많은 연대와 지지를 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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