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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기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운동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5월 13일부터 캠퍼스 텐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은 이스라엘 정부·대학과의 교류 협력을 중단하라고 대학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수박’은 서울대가 히브리대학교, 텔아비브대학교 등 BDS(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 학술 보이콧 대상으로 지목된 기관들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서울대학교 내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를 폐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는 심지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이 시작된 뒤인 지난해 10월 13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것이다.

‘수박’은 이런 요구를 담아 6월 12일 교수, 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창수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부지부장이 참가해 발언했다.

최무영 교수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할 필요성을 이렇게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서구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암적 기능을 하고 있[다.] … 연대를 하지 않으면, 개별 구성원이 따로따로 있으면 곧바로 암세포에 파괴되기 십상이다.”

이창수 부지부장은 학생들의 용기와 행동을 지지하고 연대한다고 발언했다. “잔혹 행위에 직면하면 보통은 압도당하고 무력감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학생들은 굴복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내고자 행동에 나섰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를 결성한 데 이어 가장 먼저 캠퍼스 텐트 농성을 시작한 ‘수박’은 대학 당국을 향한 이스라엘 교류 단절 요구에서도 선봉에 나서고 있다.

계속되는 텐트 농성

한 달 넘게 서울대 자하연 앞을 지키고 있는 ‘수박’ 농성장에는 지지와 연대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반갑게도 최근에도 서울대 소속 교수와 연구자들의 지지 방문이 잇달았다. 시아바시 사파리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 최무영 명예교수, 구기연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아시아연구소 웹진 〈다양성+Asia〉의 최서연 편집위원 등이 농성장을 찾아 학생들을 격려했다.

다른 대학의 학자들도 자하연 앞 농성장을 방문했다. 팔레스타인인 자이나 슬레이만 씨 등 캐나다 놀퀘스트 컬리지 학자들, 크리스 사비우 서울시립대 연구교수 등도 응원차 농성장을 방문했다.

힙합 그룹 Y2K92의 연대 공연도 있었다.

연세대에서도 6월 12~14일 텐트 농성이 이어졌다. 다국적 학생들이 함께한 연세대 신촌캠퍼스 독수리상 앞 농성장에는 지지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텐트 농성을 한 연세대 학생들은 다양한 언어의 지지 메시지로 빼곡한 팻말들을 나눠 들고 6월 15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주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에 참가했다.

고려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쿠피예’도 6월 4~5일 민주광장에 텐트를 차리고 농성을 벌였다.

5월 24일 서울대 '수박' 농성장을 연대 방문한 고려대 '쿠피예' ⓒ출처 서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
연세대 팔레스타인 연대 텐트 농성장 ⓒ임재경

학내 토론회

텐트 농성과 학내 시위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거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관심을 보이는 새로운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다.

6월 들어서는 그런 상황에 발맞춰 텐트 농성이 벌어진 고려대, 서울시립대, 연세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토론회가 열렸다. 이에 고무된 한국외국어대의 내외국인 학생들도 힘을 모아 함께 토론회를 열었다.(6월 19일 서울대에서도 ‘수박’이 주최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토론회장이 많은 학생들로 들어찼다.

모든 토론회가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발제를 집중해서 듣고, 평소 갖고 있던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질문들을 적극적으로 꺼내 놨다.

‘이스라엘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은 하마스의 폭력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팔레스타인 당국(PA)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비종교적·민주적 팔레스타인 단일 국가는 어떻게 가능한가?’ 등.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급진성을 보여 주는 의견과 소감도 여럿 나왔다.

“이스라엘이 미국에 기대는 이유가 이제 이해됐다. 시온주의가 태생부터 제국주의에 기대고 있었다는 것을 배워서 좋았다.”

“식민 지배 자체가 폭력적이기 때문에 이에 저항하는 과정도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은 그러한 무장 저항으로 봐야 한다.”

한국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 역사를 얘기하며 학생 운동이 사회를 바꾸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음을 강조한 참가자도 있었다.

6월 11일 한국외대에서 열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왜 시작됐고,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토론회 ⓒ출처 서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

대학 토론회들에서는 팔레스타인인 유학생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텐트 농성과 학내 행동에 함께해 온 팔레스타인인 유학생들은 직접 발제자로 나서 식민 점령과 억압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하고 팔레스타인 해방의 대의를 역설해 많은 학생들에게 큰 용기와 영감을 줬다.

한국인 학생들뿐 아니라 미국, 독일, 이집트, 일본,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도 토론회 스태프와 사회자로서 토론회를 함께 준비하고 운영했다.

대학 캠퍼스 내 농성, 집회, 행진, 토론회 등을 통해 새로운 학생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관심을 보이고 동참하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조직하는 학생들 자신이 정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대학생들은 이제 6월 23일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 집중 집회·행진을 알리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들은 전 세계 학생 운동과 함께 “쉬지도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