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레바논 융단 폭격:
이스라엘의 중동 확전 규탄한다
〈노동자 연대〉 구독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7일 가자 학살을 개시한 이후 가장 강도 높게 레바논을 폭격하고 있다.
9월 23일(이하 현지 시각) 이스라엘은 전투기와 드론을 동원해 레바논 전역을 공격했다. 레바논인 492명이 죽었다. 그중에는 어린이가 35명 있었다.
9월 21일에도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 헤즈볼라 시설·설비 400여 개를 공습했다. 이 공습으로 최소 38명이 숨지고 68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3명도 포함됐다. 특히, 헤즈볼라의 군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과 아메드 와비, 헤즈볼라 정예부대 라드완의 간부 9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관련된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레바논 국민을 향해 말합니다. 이스라엘은 여러분이 아닌, 헤즈볼라와 전쟁하고 있습니다.”(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런 이간 시도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학살로 비난받을 때마다 써먹던 수법이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심판의 전투”를 선포했다. 9월 22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북부 도시 하이파 인근의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에 보복 로켓을 발사했다.
헤즈볼라는 이 공격이 이스라엘의 반복적인 공격과 대량 살해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9월 17일과 18일 이스라엘의 삐삐·무전기 테러 공격으로 최소 39명이 사망하고 3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이래 저강도 전쟁을 벌여 왔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벌인 일종의 측면 전쟁으로 레바논인 600여 명이 죽었다.
그러나 삐삐·무전기 테러는 이스라엘이 도발 수위를 새로운 차원으로 (그리고 부도덕한, 전쟁범죄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가자 전쟁이 중동의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지뿐 아니라 레바논과 이란으로까지 전쟁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 무게 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스라엘 디아스포라 장관 아미차이 치클리는 레바논 남부에 “적 인구가 없는 완충 지대”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레바논이] 이 지역에서 주권을 행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 지역을 “점령”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반면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은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한다.
7월 말 이스라엘이 베이루트와 테헤란에서 각각 헤즈볼라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와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거의 동시에 암살했다. 그래도 이란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8월 말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비교적 관리된 포격전이 있었을 뿐이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이면 미국이 개입할 것이고, 그리 되면 이란 자본주의가 심각하게 타격받을 수 있음을 이란 지도자들이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 위기 국면에서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하는 데 훨씬 관심이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레바논 공격은 이 지역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
새로운 목표
네타냐후가 레바논을 공격하는 것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소탕을 완료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기는커녕 네타냐후는 가자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덮고 싶어 한다.
네타냐후는 전쟁 목표 달성 실패와 자신의 부패로부터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고 가자 전쟁을 지속해 왔다.
물론 네타냐후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시온주의 프로젝트를 일관되게 밀고 나가려는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의 전략과 부합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대부분을 파괴하고 어린이 수천 명을 죽이고 학교와 병원을 파괴했어도 하마스를 제거하지도, 인질들을 데려오지도 못했다.
이스라엘 북부에서 피난을 간 6만 명도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네타냐후는 “새로운 전쟁 목표”를 추가했다. “우리는 북부 주민들을 안전하게 귀환시키기로 결심했다.”
이스라엘은 정착자들이 북부 지역으로 돌아갈 권리를 구실로 삼아 전쟁을 지역 전체로 확대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 되면 서방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네타냐후를 지지하지 않는 이스라엘 야당과 이스라엘인들도 대체로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 ‘반전’ ‘평화’ 시위에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 사이에 긴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숨을 걱정해서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과 확전이 이집트 등 아랍 나라들에서 대중의 반란을 촉발할까 봐 두려워한다(그래서 이집트는 서둘러 레바논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그런 반란이 친서방 아랍 정권들을 무너뜨린다면 미국의 중동 지배가 위협받을 수 있다.
미국과의 긴장에 대응해 오히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지와 무기 지원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전쟁을 확대하려고 했다.
미국은 “외교적 해결을 계속 추진”하겠다면서도 중동에 추가 병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확전(특히, 이란의 개입)을 막고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대량 학살을 계속 저지르고 전쟁을 확대하려는 이스라엘에 수십억 달러와 각종 무기를 지원하면서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방화범이 소방관 행세를 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사령관 아킬 살해를 “정의 구현”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쟁을 확실하게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동 패권을 지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은 이스라엘을 결국 철통같이 지지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전략을 둘러싼 것이라기보다는 전술과 작전, 책략을 둘러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