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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가들을 위한 마르크스주의 입문 6:
저들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 : 역사유물론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이 시리즈의 다섯 칼럼에서는 마르크스의 핵심 정치사상 가운데 노동계급·자본주의·혁명·국제주의 등을 다뤘다. 이런 사상들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더 광범한 사상 체계, 흔히 '역사유물론'이라고 부르는 마르크스 역사이론의 일부이기도 하다.

역사유물론은 마르크스주의 전체의 중추다. 역사유물론은 구석기시대부터 현대까지 인류 역사 전체를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프랑스 혁명이나 제2차세계대전 같은 과거 사건들뿐 아니라 중국의 성장이나 레바논 전쟁 같은 현재 사건들을 분석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 역사유물론은 단지 이론이 아니라 행동 지침이기도 하다.

사실에 충실하면 됐지 굳이 역사이론을 고민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역사에는, 정말이지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든, 무수한 '사실들'이 있고 무수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역사에 대한 어떤 설명이든 인류의 발전에 중요한 사실과 그렇지 않은 사실이 어떤 것인지, 그런 사실들의 적절한 관계가 어떤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일반 이론에 의존해야 한다. 어떤 역사 서술이 이 점을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렇다.

사실

주류 역사, 언론과 학교에서 유행하는 역사는 주로 다음과 같은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역사를 좌우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권력자 개인들 ― 황제·국왕·정치인·군장성 등등 ― 의 행동, 특히 그들이 벌인 전쟁이나 그들이 추진한 정책들, 그들이 제정한 법률들이다. 이 이론은 지배계급들의 관점을 꽤나 분명하게 표현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역사를 만든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와 달리 지식인들에게 인기있는 이론은 역사를 좌우하는 주된 요인이 사상이라는 것이다. 그 사상은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공자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일 수도 있고, 다양한 시대의 사회들을 난해하게 인식하고 그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질서'·'민족주의'·'민주주의'·'경제성장'같은 실체 없는 사상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의 중대한 약점은 그런 사상들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또는 그런 사상들이 왜 그 때 생겨났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특히 학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관점도 있다. 역사의 동력은 특정한 단일 요인이 아니라는 관점이다. 역사를 좌우하는 것은 서로 다른 다양한 '요인들'이라는 것이다. 경제도 약간 영향을 미치고, 정치도 약간 영향을 미치고, 계급이라는 요인도 있고, 종교라는 요인도 있고 기타 등등. 요즘에는 이 목록에 '인종'과 '성(性)'이 흔히 추가된다. 때로는 '다원주의'라고 부르고 때로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부르는 이 방법은, 특정한 결심을 하거나 어느 한 쪽을 편들기를 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사상이 공평무사하고 정교하며 심오하다고 내세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딱 들어맞는다. 그런 관점은 서로 다른 '요인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즉, 모든 것을 설명하지만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 모든 관점들을 아우르는 것은 사회와 역사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향이다. 마르크스의 역사이론은 사뭇 다르다. 마르크스의 이론은 아래로부터,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역사를 본다. 그리고 이 점을 공공연하게 시인한다. 마르크스의 역사이론은 강력한 개인들의 행동과 사상이 역사에서 일정한 구실을 한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거기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마르크스의 역사이론은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평범한 노동자 대중의 일상 행동과 노동에서 시작한다.

역사유물론은 다양한 주류 이론들, 즉 부르주아 이론들보다 더 급진적일 뿐 아니라 더 일관되고 더 과학적이다. 왜냐하면 역사유물론은 역사의 출발점, 즉 현실의 인간들과 그들의 필요, 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들이 무엇을 하는가 하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썼다. "인간이 '역사를 만들기'위해서는 먼저 생존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역사의 첫번째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식주를 비롯해 다른 많은 것들이 충족돼야 한다." 물론 동물도 물질적 필요사항들이 있지만, 그 차이는 인간이 사회적 노동을 통해 생계수단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유물론은 무엇보다 생산 ― 생산의 기술적 수단들(마르크스가 생산력이라고 부른)과 생산의 사회적 관계들(마르크스가 생산관계라고 부른) ― 에 초점을 맞춘다.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특정 생산양식, 즉 고대 노예제 사회나 봉건제나 자본주의 같은 경제체제를 이룬다.

마르크스는 생산양식이 사회의 "진정한 기초", 즉 경제적 토대이며 "그 위에 법률적·정치적 상부구조가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토대가 "사회적·정치적·지적 생활의 일반적 과정을 조건짓는다. 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규정한다."

생산양식

여기서 마르크스의 통찰은 이런 관계에 대한 흔한 통념을 뒤집는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상을 신봉하기 때문에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것이다.(누군가가 자본주의 개념을 만들어내기 오래 전부터 자본주의 사회는 봉건제의 토양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대서양의 노예 무역과 서구 제국주의가 인종차별주의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주의가 노예 무역과 제국주의에서 비롯했다.(노예 무역과 제국주의는 자본주의가 확장되는 과정의 일부였다.) 또, 최근의 현상으로, 이슬람 혐오 때문에 미국 제국주의가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지배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가 진실이다.

마르크스가 이런 통찰 ―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정치를 모두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 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미 노동계급의 혁명적 잠재력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이런 통찰을 사회 변화와 혁명에 관한 완성된 이론으로 어떻게 발전시켰는가 하는 것이 다음 칼럼의 주제다.

존 몰리뉴는 《마르크스주의와 당》(북막스),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무엇인가》(책갈피), 《사회주의란 무엇인가》(책갈피)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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