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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몰리뉴의 실천가들을 위한 마르크스주의 입문 18: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공산당 선언》에서 마르크스가 설명했듯이,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하는 체제이다. “부르주아지는 생산 도구를, 그래서 생산관계를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고는, 그와 함께 사회관계 전체를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다. … 생산의 끊임없는 혁신, 모든 사회 조건의 끊임없는 교란이 … 부르주아의 시대를 다른 모든 시대와 구분짓는 특징이다.”

제1차세계대전 개전 전인 마르크스 사후 25∼30년 사이에 대다수 지도적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은 자본주의가 새로운 발전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분명히 알게 됐다. 이 새로운 단계의 자본주의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분석한 자본주의와 여러모로 달랐다.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 하나는 이른바 ‘거대 열강’(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 등)이 거의 세계 전역에서 식민지 쟁탈전을 벌인다는 것이었다.

이 새로운 단계의 자본주의를 가리키는 말로 ‘제국주의’라는 용어가 널리 쓰였다. 제국주의 분석이 마르크스주의의 주요 과제가 됐고, 이 과제는 제국주의 열강의 경쟁이 세계 대전 ― 당시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충돌 ― 이라는 대량 학살로 분출하자 훨씬 더 절박해졌다.

힐퍼딩·카우츠키·룩셈부르크·트로츠키·부하린·레닌 등 당대의 많은 지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 과제에 뛰어들었다. 힐퍼딩의 《금융자본》(1910년), 룩셈부르크의 《자본 축척》(1915년), 부하린의 《제국주의와 세계 경제》(1916년)가 제국주의 논쟁에서 특히 중요한 기여를 했지만, 단연 가장 영향력 있는 분석으로 입증된 것은 레닌의 소책자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1916년)였다.

레닌의 소책자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었다. 레닌 자신도 이 소책자가 제국주의라는 주제를 다룬 “대중적 개설서”일 뿐이라고 설명했고, 짜르 정권의 검열을 통과해야 했으므로 제국주의의 경제적 특징들만을 다루고 정치적 결론 도출은 되도록 자제했다. 그럼에도 이 소책자는 제국주의의 핵심 특징과 구조, 전쟁과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레닌의 정치적·이론적 토대를 놀라우리만큼 분명하고 정확하게 요약하고 있다.

세계 대전

레닌은 “제국주의가 자본주의 일반의 근본적 특징의 발전이자 그 직접적 연장”이라고 보면서도, 제국주의에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주요 특징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1. 자본의 독점이 자본주의적 자유 경쟁을 대체하고, 거대 독점기업·카르텔·트러스트 등이 경제 생활을 지배한다.
  2. 은행 자본과 산업 자본이 융합해 ‘금융자본’이 되고, 금융 과두가 출현한다.
  3. 상품 수출(그 전 단계 자본주의의 전형적 특징이었던)이 자본 수출로 바뀌고, 특히 자본 부족과 값싼 노동력·토지·원료 때문에 이윤율이 높은 경제적 후진국들로 자본이 수출된다.
  4. 국제 독점 자본들이 형성돼, 세계 전역에서 영업하며 자기들끼리 세계를 분할한다.
  5. 이런 경제적 분할과 함께, 거대 열강 사이의 세계 영토 분할도 완료된다. 따라서 또 다른 확장, 또 다른 식민지 병합은 오직 강압적 세계 재분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레닌의 분석은 분명히 제1차세계대전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일 뿐 아니라, 그의 혁명적 반전 입장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했다. [즉,] 전쟁이 제국주의의 필연적 결과이고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최근 단계이므로,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평화’는 모두 새로운 전쟁 전의 일시적 ‘휴전’일 뿐이다. 진정한 평화는 자본주의를 혁명적으로 전복해야만 찾아올 것이다.

이런 분석을 할 때마다 레닌은 자신과 카우츠키의 차이를 열심히 강조했다. 당시 카우츠키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르크스주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카우츠키가 1914년 8월 제1차세계대전에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레닌은 그를 배신자로 보았다.

카우츠키는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이런저런 ‘단계’나 심지어 자본주의 자체의 경제적 필연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국주의가 각별히 친제국주의적인 자본가들의 영향력 아래 채택된 ‘정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본주의가 머지않아 ‘초(超)제국주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고, 아니 거의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제국주의’ 단계에서는 서로 경쟁하는 독점 기업들끼리, 국가들끼리 서로 싸우거나 충돌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합의·협력하게 될 것이라 했다.

레닌은 그런 견해가 제국주의의 정치와 그 경제를 완전히 분리해서 본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틀렸을 뿐 아니라, 자본주의의 모순이 없는 비(非)제국주의적이고 평화로운 자본주의가 가능하다는 환상을 부추겨, 전쟁·제국주의·자본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을 무디게 만들고 기회주의·개량주의·계급협력 노선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재앙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제국주의에 대한 레닌의 경제적 분석은 피억압 민족의 자결권에 대한 그의 정치적 입장이라는 맥락 속에서도 봐야 한다. 그가 처음에 이런 입장을 발전시킨 것은 짜르 제국 내의 많은 피억압 민족들 ― 라트비아인·그루지야인·우크라이나인 등 ― 과의 관계를 고려한 결과였다. 레닌은 억압국인 러시아의 혁명가들이 피억압 민족들이 원한다면 분리할 권리도 옹호해야 할 절대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레닌은 이를 바탕으로 해서만 노동계급이 국제적으로 단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입장을 식민지 일반으로 확대·적용해서, 제국주의 때문에 아일랜드에서 중국까지 반제국주의 투쟁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투쟁들이 제국주의 열강을 약화시키고 노동계급의 제국주의 열강 전복을 돕는 결정적 구실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세계의 피억압 민족들·국민들과 노동계급 사이의 국제적 동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물론 독자적인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과잉 확장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출간된 지 91년이 흐르는 동안 세계 자본주의는 경제적·정치적으로 엄청난 변화 ― 1930년대의 대공황, 파시즘과 스탈린주의의 성장(과 몰락), 제2차세계대전, 냉전, 상시 군비 경제와 전후 호황, 식민주의의 퇴조, 1970년대 경제 위기의 재발, 세계화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변화 ― 를 겪었다. 때때로 레닌의 분석에서 어떤 요소들, 즉 저개발국들로의 자본 수출 같은 요소들은 현실 관련성이 떨어진 반면, 다른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강조한 요소들, 예컨대 부하린이 지적한 국가와 자본의 결탁은 현실 관련성이 더 커졌다. 그럼에도 레닌이 분석한 핵심들이 시간의 시험대를 아주 잘 통과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이 대부분 오늘날의 세계에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여전히 거대 자본주의 기업들(물론 레닌 당시보다 훨씬 더 큰)과 제국주의 국가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이데올로그들이 옛 소련 붕괴 뒤 ‘새로운 세계 질서’의 평화가 찾아왔다거나 ‘역사의 종말’이 도래해 충돌이 끝났다거나 자본주의 세계화 덕분에 빈곤과 전쟁이 사라졌다고 환상을 퍼뜨렸음에도, 제국주의는 여전히 호전적이고 반제국주의 반란도 성장하고 있다. 미국이 유일 제국주의 초강대국이라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 미국이라는 열강은 중국이나 부활하는 러시아 같은 미래의 잠재적 위협들에 맞서 나름대로 전략을 짜야만 하고,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과잉 확장해 있다. 그리고 물론 우리편을 보면, 제국주의와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비타협적 반대가 사회주의 정치의 절대적 핵심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존 몰리뉴는 《마르크스주의와 당》(북막스),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무엇인가?》(책갈피), 《사회주의란 무엇인가?》(책갈피)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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