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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10월 7일 ─ 인종학살과 저항의 2년

샤반 알달루는 스무 살 생일을 며칠 앞둔 팔레스타인인 학생이었다. 알달루는 도살장으로 변한 ‘천장 없는 감옥’ 가자지구에서 자기 가족이 벗어나기 위한 자금을 어떻게든 마련하려고 자신들의 고난을 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올렸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알달루의 영상은 그 자신이 촬영한 것이 아니다. 데이르 알발라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에서 수액을 맞던 그가 산 채로 불타 죽는 영상이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2년의 참상은 수없이 많은 사진과 영상으로 담겼고, 수많은 사람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 모든 사진과 영상은 시온주의 정착민 식민 점령과 제국주의의 민낯을 드러냈다 ─ 폭력, 인종차별, 그리고 이제는 인종학살이라는 민낯을.

“식민주의는 사고(思考) 기관도, 이성의 담지자도 아니다. 폭력이 식민주의의 자연스러운 상태다.” 혁명가 프란츠 파농이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1961)에 쓴 표현이다. 이전에는 이 말이 수려한 비유라 여겼던 이들도, 이제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선전, 거짓말, “인질 석방” 요구를 쏟아내도 수많은 사람들의 눈 앞에서 현실을 가릴 수는 없다. 인종학살이 매일같이 휴대폰 화면에 뜨기 때문만이 아니라, 세계를 뒤흔들어 놓은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덕분이다.

10월 7일 공격 2년을 맞아 이 점을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스라엘이 천하무적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가자지구 ‘휴전안’은 이스라엘에 식민 점령 토지 강탈을 허용함으로써 베냐민 네타냐후의 인종학살을 포상했다. 또, 그간 레바논·예멘·이란·시리아·카타르를 공격한 이스라엘은 이제 중동에서 지역 강국으로서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동시에 이스라엘은 이전 어느 때보다 고립돼 있고, 패퇴시킬 수 있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이 취약함을 드러내 보이고 굴욕을 맛봤던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날, 살상 무기와 첨단 기술로 무장한 세계 4위 군사 강국이 팔레스타인 전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식민 점령자들로서는, 그들이 “인간 짐승”으로 여기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지략에서 밀린 것은 특히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비록 잠시였지만,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은 75년 전인 1948년 ‘나크바’ 당시 시온주의 정착자들에게 빼앗겼던 땅을 되찾았다.

이에 대한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의 대응은 인종차별적 폭력을 다시 한 번 퍼붓는 것, 즉 ‘제2의 나크바’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정착민 식민주의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응하며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와 인종학살 사이를 오간다. 2023년 10월 7일 이후로는 확연히 말살 쪽으로 기울었다.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 하마스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약속했다. 네타냐후의 연립 정부는 가자지구를 인종청소하고 점령하고 싶어하는 극우 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와 베잘렐 스모트리치에 의존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 내 일부는 가자지구 점령을 원치 않는데, 상시적인 반란이라는 수렁에 빠질까 봐 우려해서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이전의 인종 분리 상태로 복귀하기를 원하는 “자유주의적 시온주의자”들은 이제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여기서 던져야 할 질문은,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내 이런 분열에 어떻게 대처했는가이다. 네타냐후의 선택은 이스라엘 사회를 전쟁의 광기로 몰아넣는 것이었다.

이 확전 전략은 단지 이스라엘 국내 정치 때문에 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방 제국주의와 이스라엘의 관계와 더 연관돼 있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미국 제국주의의 중동 지역 경비견이다. 그러나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쇠락하고 이스라엘이 지역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현재 양국 관계에는 긴장이 있다.

미국 지배계급 일부는 이스라엘의 막대한 공격이 역내 아랍 정권들에 맞선 저항에 불을 댕길까 봐 두려워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온건하기 짝이 없는 비판이나 “자제” 요청을 받을 때마다 미국을 교묘히 이용할 수 있었다. 네타냐후는 결정적 순간에는 미국이 결국 자신의 역내 경비견 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임을 안다. 그래서 네타냐후는 전쟁을 확대해 왔고, 매번의 확전을 서방의 지지를 공고히 할 기회로 삼으려 했다.

중동에서는 지역 강국들인 이스라엘·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튀르키예 사이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2년을 거치면서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떠오르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해 있고, 주요 경쟁자인 이란을 약화시켰다. 이스라엘은 지금의 혼란을 이용해 중동을 자신과 미국 제국주의에 이득이 되게끔 재편하려 한다.

본지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항할 권리를 언제나 지지할 것이다. 본지는 10월 7일 직후 발행한 신문 1면에서 팔레스타인 저항 지지를 천명했다. 가자지구에서 저항 세력이 터널을 이용해 용맹하게 맞서는 데에 환호했다.

그러나 무장 투쟁과 중동 정권들의 지원에 의존해서는 서방 제국주의의 경비견 이스라엘을 물리칠 수 없다.

하지만 미국 제국주의, 이스라엘, 아랍 정권들에 도전하는 대중 운동은 팔레스타인 해방의 길을 열어젖힐 수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우리는 혁명들로 친서방 독재자들을 타도하고 이스라엘을 고립시키는 경험을 잠시나마 맛볼 수 있었다. 광범한 중동의 노동자·빈민에 기반한 혁명들이 다시금 분출하는 것에 팔레스타인 해방의 문을 열 힘이 있다.

아랍의 봄이 똑같이 ‘재방송’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동에 반(反)혁명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인접한 중동 주요국에서는 자본주의가 전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왔다. 궁극적으로 이는 노동계급을 대규모로 창출하고 그들에게 힘을 부여한다. 중동 전역에서 자국 통치자와 제국주의 질서에 도전할 힘 말이다.

아랍 세계 바깥에서도 희망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노동자들의 힘과 연결시키는 데에 있다.

2년 전 이탈리아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작았고 좌파의 존재감은 없다시피 했으며 파시스트 총리가 이끄는 정부의 탄압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2주 전부터 이탈리아를 뒤흔들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은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나아갈 길을 보여 주고 있다.

대중적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덕에,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지원하는 서방 정부들은 심각한 정당성 위기에 빠져 있다. 이는 기회의 문을 열어 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결코 잊지 못할 또 다른 장면이 있다. 알달루가 데이르 알발라에서 타죽어가던 2024년 10월 서방 지도자들은 입을 모아 이스라엘이 아닌 하마스의 전쟁 범죄를 비난했다.

그 악귀 같은 자들이 대가를 치르게 하려면 팔레스타인 연대자들은 운동을 확대·심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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