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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피로 물든 종전 협상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한 곳을 계속 공격하는 러시아 군대 ⓒ출처 우크라이나 국군참모부

12월 2일 밤(현지 시각)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미국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 등이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5시간가량 협상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희생과 파괴가 나날이 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 정부가 작성한 ‘28개 항 종전안’을 온전히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이 문서는 유럽의 참여로 ‘19개 항’으로 수정됐다. 이번에는 러시아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 정부가 ‘28개 항’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의 진위 여부를 떠나, 트럼프 정부의 종전안은 러시아의 핵심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이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루한스크·도네츠크를 합병하는 것을 인정하고, 우크라이나가 결코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확약을 포함했다.

러시아는 현재 도네츠크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지만 전체를 점령하지는 못하고 있다. 푸틴은 “만약 그들이[우크라이나 군대가] 떠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력으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겠다” 하고 경고했다.

단지 말뿐은 아니다. 러시아 군대는 지난 몇 달 동안 느리지만 꾸준하게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이 전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전진을 막아 내는 것을 점점 힘에 부쳐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무기와 탄약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기자 세르게이 마이두코프는 〈알자지라〉(11월 28일 자)에 이렇게 썼다.

“외교적 경로에서는 돌파구가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지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거의 중단했다. [미국] 관리들은 연방 정부 셧다운을 이유로 들었지만, 국방부의 운송 인력 부족이 실제 원인일 가능성은 낮다. 어찌 됐든 미국의 군사 지원은 이제 최소한으로 줄었고, 대부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승인된 물품들이다.”

유럽도 이런 지원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방위 산업과 공동 조달 계획은 약속만 무성할 뿐, 실제로 투입되는 돈은 없다. … 회원국들은 자국 재무장을 우선하고 우크라이나를 후순위로 돌리고 있다. 비록 그들 자신의 프로그램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대의 최대 문제는 장비 부족이 아니다. 병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은 이 전쟁에 지쳐 가고 있다. 마이두코프 기자는 이렇게 썼다.

“검찰은 2022년 이래 무단이탈 25만 5,000건과 탈영 5만 6,000건 이상의 사건을 접수했다. 2025년 첫 10개월 동안에만 약 16만 2,500건의 무단이탈과 2만 1,600건의 탈영이 기록됐다.”

젤렌스키 정부의 최근 잇따른 부패 스캔들은 대중의 전쟁 염증을 공공연한 반정부 정서로 바꿔 놓고 있다. 젤렌스키의 최측근인 안드리 예르마크가 부패 의혹으로 사임했다. 예르마크는 대통령 비서실장이자 미국·유럽과의 협상을 총괄해 왔다. 예르마크 없이 젤렌스키가 여당과 내각을 장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서방은 영토 수복에서 전선 동결로 후퇴했지만, 푸틴은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하고 싶어 한다 ⓒ출처 백악관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주인’ 결정전

우크라이나 전쟁은 공식적으로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실제 기원은 더 오래됐다. 이 전쟁은 2014년에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이 냉전의 패전국인 러시아의 영향력을 대체하려는 시도 속에서 비롯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 독립을 위한 전쟁이 아니라 누가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주인’이 될지를 결정하기 위한 전쟁이다.

그래서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은 이 전쟁을 자신의 전쟁으로 여기지 않고, 병사들은 기회만 있으면 탈영하거나 복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젤렌스키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지배자들에게 이 전쟁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최근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젤렌스키 측근 티무르 민디치의 아파트에서 황금 변기가 발견됐고 현금이 가득 든 가방도 압수됐다.

반면 대다수 우크라이나인들은 난방도 물도 식량도 없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또,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수백만 명이 국외로 피난해, 우크라이나 인구는 2025년 초 현재 3,100만 명(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영토 기준)으로 감소했다.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 당시 우크라이나 인구는 5,000만 명이었다(마이두코프 기자의 위 기사에서 인용).

그러나 이런 추위, 굶주림, 인구 붕괴는 우크라이나 권력자들에게는 문제가 안 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전쟁을 지속시킬 무력과 이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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