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들러리:
윤석열 정부를 몰아내야 할 또 다른 이유
〈노동자 연대〉 구독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5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들이 “확인했다”는 발표 결과를 요약하면 ‘모든 시설이 도쿄전력의 설계도에 있는 대로 있다는 것을 눈으로 봤다’는 것뿐이다. “추가 분석과 확인이 필요하다”는 자료도 도쿄전력이 제공한 것뿐이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무책임한 거짓말은 역사가 길고 악명이 자자하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조차 2021년 한 인터뷰에서 “도쿄전력의 정보 은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며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고 안전하다는 말도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이전인 2002년에도 도쿄전력은 29건의 안전성 검사보고서를 조작한 바 있다. 도쿄전력은 1977~2002년 사이에도 보고서 200여 건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사고 뒤인 2013년에는 사고 지역에서 다량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을 숨기다가 들통났다.
일본 정부는 충분히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조차 도쿄전력의 정보 은폐 가능성에 눈을 감았다. 거짓말이 정부에게도 도움이 되는 한 못 본 체 하다가 폭로되면 도쿄전력 측에 책임을 묻는 식이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안전성 판단의 근거로 삼겠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 결과는 어떤가?
IAEA는 핵발전을 정당화하려고 설립된 기구다. 이들에게 후쿠시마는 빨리 잊혀져야 할 사건이다.
태평양도서국포럼 전문가 패널의 일원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시료 데이터를 분석해 본 아르준 마키자니 미국 에너지환경연구소 소장은 IAEA가 자신들이 정한 규칙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자체 조사 태스크포스가 구성되기도 전에 도쿄전력 계획을 지지했고 2021년 이후 모든 논의는 오염수 투기를 전제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훨씬 다양한 핵종이 포함돼 있는데 IAEA는 도쿄전력에 처리 전 탱크의 내용물 정보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해양 방류 말고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탱크를 추가로 건설할 부지도 있고, 시멘트에 섞어 콘크리트로 만들어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단지 비용이 더 들 뿐이다.
삼중수소, 괜찮다?
일본 정부는 방류될 오염수 내 삼중수소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인 리터 당 1만 베크렐을 넘지 않으니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절대적인 안전 기준이 아니다. 일본 정부의 삼중수소 배출 기준은 6만 베크렐이지만,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기준은 7000베크렐, 미국 기준은 740베크렐이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삼중수소가 체내로 흡수돼도 며칠이면 모두 배출된다고 주장하지만, 도쿄전력 측은 공식 문서에서 깨알 같은 글씨로 “일부는 배출되기까지 1년 정도 걸린다”고 밝히고 있다.
삼중수소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이론적·통계적 근거는 많다. 캐나다(2016년)와 독일(2008년) 등의 연구에서 선천성 이상과 사산, 소아 백혈병, 암, 염색체 이상 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의 핵발전소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2011년)에서도 암 발병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수준 이하의 방사선 노출은 무해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매우 적은 양이라도 방사선 노출은 암 발병률을 높인다. 국내외에서 통용되는 방사선 ‘허용치’는 그 수준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일 뿐이다. 핵발전소 근무자에게 적용되는 허용치가 일반인의 10배 가까이 되는 이유다.
문제는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 정부가 천연덕스럽게 삼중수소가 포함된 냉각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근거로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려 하고, 〈조선일보〉 등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큰 문제 아니라는 듯 물타기한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에 삼중수소만 있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 아니다. 인근에서는 최근까지도 세슘 등에 오염된 물고기가 잡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해 각국의 핵발전소에서도 다량의 삼중수소를 배출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운동과 그 요구(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로는 오염수 방류를 막기 어려움을 보여 준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계획을 확정한 2021년에 문재인 정부도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를 고려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자신도 핵발전소를 짓고 인근 바다를 오염시키는 마당에 일본 측이 일본 바깥의 바다를 특별히 더 오염시킨다는 증거를 제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는 제소는커녕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고 있다.
정부 여당이 ‘제2의 광우병 괴담’을 들먹이는 것은 지금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2008년 촛불 운동은 그 목표를 온전히 이루지는 못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이 기업주의 이익을 위해 대중의 안전을 내팽개치는 조처라는 사실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거리에서 투쟁이 벌어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은 초기부터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물론, 운동을 촉발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그대로 진행됐지만, 정부는 운동의 압력을 의식해 수입 농수산물의 통관 절차를 강화해야 했다.
그 운동을 미국산 소고기 수입만 반대한 단일 쟁점 운동으로 축소하려 애썼던 일부 개혁주의 지도자들과 달리, 운동 참가자들은 처음부터 이명박 정부의 교육·보건의료 정책, 민주적 권리에 대한 억압 등에 반대했고, 다양한 운동들을 결집시키며, 그 결론으로 이명박 퇴진을 요구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도 윤석열에 맞선 일반화된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