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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혁신 재창당:
겨우 반 발짝 왼쪽으로 가자는데도 내부 반발이 심하다

“[정의당의] 사회 비전과 가치에 동의하며 기득권 양당체제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가진 ‘노동 정치세력’, ‘기후·녹색 정치세력’, ‘제3의 정치세력’과 합당 및 통합의 방식으로 신당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의 기득권은 과감히 내려놓는다.”

정의당이 6월 24일 전국위원회에서 신당 설립 방식으로 재창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혁신 재창당은 정의당이 지난해 결정한 것이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저조한 성적을 거둔 후 논쟁 끝에 노동 기반 강화(또는 노동중심성 강화) 등을 중심 방향으로 한 재창당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 이정미 지도부는 노동조합 지도층과의 관계 회복에 노력해 왔다.

한편, 민주노총 현 집행부가 올 봄 노동계 정당들(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에게 내놓은 진보대연합당 제안에는 거리를 둬 왔다.

이는 당 내에서 상반된 반발에 직면했다. 일각에선 민주노총의 제안은 실패한 과거를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금태섭, 양향자 등 민주당 탈당파들이 만드는 중도 신당과의 연합을 모색해야 한다는 “해체 후 신당” 목소리가 나왔다. 장혜영·류호정 두 의원이 이를 대변했다.

한편, 정의당계 의견그룹 전환은 정의당이 민주노총의 제안과 논의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민주노총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안 된다는 단서와 함께).

이정미 지도부의 어정쩡한 재창당 노력은 “자강론”으로 불렸는데, 정의당 간부급 활동가들 다수는 그 정도로는 외연 확대가 쉽지 않다고 본 듯하다. 6월 초 열린 전국 간부들의 연석회의에서 신당 창당을 표방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이정미 지도부는 이 요구를 수렴해 정의당 내 의견그룹들을 모아 절충안을 만들고 이번에 통과시킨 것이다.

좌선회

이 결정에는 두 가지가 특징인 듯하다.

하나는 이 기사 서두에서 인용한 구절대로 정의당의 사회 비전과 가치에 동의한다는 조건 하에 노동과 녹색을 통합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다.

9월 당대회에서 채택할 “사회 비전” 최종안을 위한 토론문도 이번 전국위에서 채택됐다.

이 문서는 현재의 “복합 위기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있[다]”고 진단하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전환적 비전으로 “사회 생태 국가”를 제안한다.

덜 급진적이지만 기존 노선의 좌선회를 명시한 것이다.

정의당 주류는 두 차례 선거 참패 후 필요한 만큼은 아니지만 왼쪽으로 노선의 미세 조정을 하고 있다 ⓒ출처 정의당

결정의 특징 또 하나는 노동계 4당간 선거연대에 조건없이 나서겠다는 태도 변화 표명이다.

“진보4당과 민주노총, 사회운동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실천기구를 구성하고 총선 시기 공동 공천전략 등 다양한 연대연합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진보당과는 통합이 어렵다는 정의당과 민주노총의 견해차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내년 총선에 노동계 정당들이 공동 후보를 내자는 점에선 소통과 협력의 여지를 크게 열어놓은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6월 29일 “정의당의 혁신 재창당 방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전국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태섭·양향자 등이 추진하는 중도 신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살아왔던 어떤 궤적, 공당을 선택해 왔던 과정들 이런 것들을 놓고 볼 때는 지금 그분들과 함께한다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삶의 궤적

그런데 이정미 대표의 이 발언에 조성주 세번째권력 공동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정미 대표가 “누구는 안 된다는 식으로 규정하는 것은” “전국위 결정을 의도적으로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고, “살아왔던 궤적” 운운은 “오만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후자부터 논하자면,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의원이나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향자 의원의 삶이 국가 탄압과 계급 차별에 맞서 핍박 받으며 노동자 운동이나 피차별자 운동에 헌신해 온 삶과 “궤적이 다르다”고 말한(그리고 후자가 더 가치있다고 암시한) 것은 옳고 정직한 발언이다.

물론 과거 삶의 궤적이 전부인 건 아니다. 사람들의 삶(실천)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위 결정 전체의 맥락은 앞서 봤듯이 조성주 대표와 장혜영·류호정 두 의원의 정의당 해체 후 중도신당론과 전혀 다르다. 금태섭·양향자 등이 자본주의는커녕 신자유주의 반대조차 하겠는가?

세번째권력이나 장혜영 의원은 전국위 결정이 마치 자신들의 의견이 관철(또는 크게 반영)된 것처럼 해석했는데, 애초에 이것은 정확한 인식이 아니었다.

전국위에서 통합 대상 중 (사실상 중도신당론 측의 선호 용어인) ‘제3의 정치세력’을 삭제하자는 의견이 부결됐지만, 이는 전국위 결정의 맥락에 비춰 보면, 중도신당론을 지지해서라기보다는 분열을 피하고 싶어서로 보인다.

기존 노선의 산물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세 청년 정치인의 반발이 정의당이 벌여 온 기존 노선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정의당은 정치 영역과 노동조합(과 현장 투쟁) 영역을 분리시키는 주류 사회민주주의의 분업론에 충실해 왔다. 기층 운동과 거리를 두고, 선거(당선)와 의회 협상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민주당 개혁파와의 연립정부를 목표로 한 노선을 추구해 왔다. 이는 간부들의 지향과 구성에도 반영됐다.

갈수록 정의당 내 무게중심은 의원단으로 이동하고, 진득하게 기층에서 운동을 조직하기보다는 기성 사회 주류의 관심에 들어 유명세를 얻거나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의원직 유지가 대중의 진보 염원과 노동운동보다 (더구나 보통의 정의당원들을 대변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해지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지금 정의당 주류는 기존 노선이 지난해 두 차례 선거에서 참패를 겪고 난 후, 필요한 만큼 급진적이지는 않아도 왼쪽으로 노선의 미세 조정을 하고 있다. 노동 기반 확대나 모종의 반자본주의적 언설이 그것이다.

이 점에 비춰 보면, 정의당 세번째권력 측의 반응은 기존 노선의 최대 수혜자들이 왼쪽으로의 방향 조정에 반발하는 것이다.

그들과 정반대로, 우리 노동자연대는 정의당의 ‘반(半) 좌향좌’가 이전보다는 낫다고 평가하면서도 더 급진적으로, ‘좌향좌’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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