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한 뜻깊은 세계 여성의 날 집회·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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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행진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로 열렸다.
이날 집회는 특별히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하는 장으로 진행됐다.
지금도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크나큰 재앙이다. 특히 많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동시에 그들은 이스라엘의 학살과 점령에 저항하고 있다.
바로 그런 팔레스타인 여성들에 대한 연대가 이날 집회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재한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주도성이 두드러졌다.
재한 팔레스타인 유학생들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쓰고 인증샷을 찍어 달라고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등 집회 시작 전 부스 행사에서부터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이밖에 팔레스타인 깃발 페이스 페인팅, 팔레스타인 관련 책 전시, 기념품 나눔 등 여러 사전 부스 행사가 열렸다.
사회를 맡은 팔레스타인 유학생 나리만 씨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집회의 시작을 힘차게 알렸다. “Solidarity with Palestine women!”(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를!)
나리만 씨는 집회를 활기차게 이끌며 참가자들의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처한 혹독한 현실을 얘기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가자지구 여성들은 어떠한 권리도 없이 가장 끔찍한 억압과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점령과 억압을 겪는 가자지구 여성들은 전 세계 여성들과 여성 단체들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되는 것을 두 눈으로 봐야 하는 팔레스타인 여성들도 있습니다.”
이어서 나리만 씨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강인함을 역설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온갖 어려움에도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흔들리지 않고 투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집회 연단에서는 가자지구의 17살 소녀 탈라가 보내 온 음성 메시지가 소개됐다. 참가자들은 숨죽인 채 탈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의 꿈, 일상, 건강 모두 파괴됐어요.
“깨끗한 물도 없고 음식도 없습니다. 전염병은 퍼지는데 약도 없고 치료도 받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밤에 배고파 울며 잠들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여기 가자지구에는 삶이 없습니다. 가자지구를 상대로 한 전쟁을 멈춰야 합니다.
“우리를 도와 주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시위에 나선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자지구 한복판에서 여러분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슬픔과 분노에 찬 참가자들은 나리만 씨의 선창에 따라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No More Chains, No More Fears! Free Free Palestine!”(“속박도 두려움도 이제 그만! 팔레스타인이여 독립하라!”)
인천의 중학교 교사인 조수진 씨는 가자지구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참혹한 고통을 폭로했다.
“최근 발표된 유엔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여성 9000명을 살해했다고 추산했습니다.
“하루 평균 63명의 여성들이 살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출산 과정에 필요한 의료 지원과 도움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보고서가 지난달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저희 반 여학생 두 명이 생리 결석을 했습니다. 그 학생들이 팔레스타인에서처럼 생리대도 없이 아무 천 쪼가리를 써야 하는 처지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생리 용품을 구할 길 없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에게 그것은 일상입니다.”
조수진 교사는 전국의 교사들과 함께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을 꾸렸다며 연대를 계속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재한 팔레스타인 유학생 나심 씨와,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시각 예술가들의 비디오 릴레이 프로젝트 하이파’에서 활동하는 이강선 씨는 팔레스타인의 여성 시인 파드와 뚜깐의 시 ‘마지막 노트’를 각각 아랍어와 한국어로 낭송했다.
마지막 순서로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억압을 없애자는 의미의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여성 참가자들이 무대 앞으로 나가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도심 행진
퍼포먼스를 마치자마자 행진이 시작됐다. 행진은 교보문고 앞에서 종로2가를 거쳐 이스라엘 대사관 앞까지 진행됐다.
팔레스타인 여성 유학생들이 번갈아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선창하며 행진을 이끌었다.
많은 여성 참가자들이 행진 대열 앞에 적극 나섰고, 매우 다양한 인종·국적의 남녀노소 300여 명이 행진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인스타그램 홍보물을 보고 온 대학생, 동남아시아계 여성 등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처음 온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평일 낮 집회였음에도 공무원·금속·공공·교사 등 여러 부문의 노동자들이 휴가나 반차를 내고 참가했다.
활기찬 행진은 퇴근길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가는 길을 멈추고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많았을 뿐 아니라, 행진에 합류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몇몇 외국인들은 종로 중앙버스정류장에 서 있다가 행진 대열을 발견하고 행진에 합류했다.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행진을 마무리하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다음 날인 3월 9일의 25차 집회·행진 참가를 강조했다.
지금 이스라엘의 라파흐 지상군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 공격으로 벌어질 참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집트 정부는 라파흐 국경 봉쇄를 강화하며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집트로 오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3월 9일 집회는 오후 2시에 이태원에서 열리며 집회 후 이집트 대사관 방면으로 행진할 계획이다(자세한 정보 보기). 주최 측은 이 집회와 행진에도 많이 참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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