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학생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연좌 농성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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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 시위가 미국을 넘어 유럽 등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학교에서도 5월 8일 팔레스타인 연대 연좌 농성이 시작됐다.
서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을 비롯한 여러 학생들이 뜻을 모아 서울대학교 자하연 앞에 팔레스타인 연대 농성 텐트를 설치했다. 학생들은 팔레스타인 깃발들을 내걸고 보도블록에 팔레스타인 저항을 상징하는 수박 그림과 “프리 팔레스타인” 구호를 그리는 등 다채롭게 텐트와 농성장을 꾸몄다.
서울대 학생들은 억압에 맞서 저항한 선배들의 전통을 계승하자는 의미에서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인 쿠피야(케피예)를 박종철 열사 동상에 두르기도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텐트는 많은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텐트를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학생들이 “Curious about Palestine? 팔레스타인에 대해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 라고 쓰인 팻말을 보고 농성장에 다가왔다. 대화를 나누다 농성에 합류한 학생도 있었다.
지지와 응원도 잇달았다. 지지한다며 함께 사진을 찍는 학생, 메모지에 팔레스타인 연대 메시지를 남기고 가는 학생, 응원의 의미로 과자를 선물하고 가는 학생, 음식을 가져다 준 교직원, 캠퍼스 투어를 하다 “Beautiful!” “사랑해요!”를 외치는 청소년들 등등.
자하연 근처를 지나던 학생들이 텐트를 보고 팔레스타인을 주제로 대화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스라엘이 학살하고 있잖아,” “아, 팔레스타인?,” “미국에서도 천막 농성하잖아.”
대학노조 서울대학교지부 조합원들도 지지 방문을 왔다. 미국에서도 대학 노동자들이 학생들의 캠퍼스 점거에 연대하고 있다.
오후 12시 30분 농성장 바로 옆에서 집회가 열렸다.
‘수박’에서 활동하는 이시헌 학생은 연좌 시위를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지금 100곳 넘는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의 점거, 연좌, 시위 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의 요구는 분명합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인종 학살을 중단하라! 팔레스타인 독립! 대학 당국이 이스라엘 및 이스라엘 관계 기업들과 연계를 끊으라!
“’수박’은 [한국의] 대학에서 최초로 건설된 팔레스타인 관련 동아리로서, 국립 대학인 서울대학교도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며 농성에 나섰습니다.”
이시헌 씨는 이스라엘의 라파흐 지상군 투입을 규탄하며 학살의 공범 노릇을 하는 미국 정부도 규탄했다.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주마나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우리는 가자에서 계속되는 인종 학살, 76년 간의 팔레스타인 점령, 그리고 인종차별·시온주의·식민주의 국가 이스라엘의 라파흐 침공에 항의하고자 모였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미국 대학생들은 팔레스타인인 학살의 공범 구실을 하는 자기 대학 당국에 맞서 캠퍼스 점거를 벌였습니다. 컬럼비아대학교, MIT, 하버드대학교, UCLA뿐 아니라 프랑스의 시앙스포 등 다른 나라 대학생들도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학생들이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고 알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세계 곳곳의 대학생들에게 연대합니다. 특히 학교가 파괴된 가자지구의 학생들에게 연대합니다.
“학생들의 반란은 역사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야만적인 테러리스트 점령 국가 이스라엘에게서 자유로워질 때까지 멈추지도 쉬지도 않을 것입니다.”
집회를 마친 학생들은 함께 대화하고 점심을 먹으며 연좌 농성을 이어갔다.
캠퍼스를 오가는 많은 학생들이 농성장에 들러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연대를 다지고 있다. 미국 대학들에서 그랬듯, 텐트 농성이 팔레스타인 연대의 거점 구실을 하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 다른 대학의 학생들도 지지 방문을 와 토론하며 농성에 함께하고 있다. 한국의 다른 대학들로도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이 더 확대돼야 한다.
농성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오늘 이후로도 서울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