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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문제아’ 배제 방안은 학생과 교사 간 갈등만 키운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폭발한 교사들의 분노가 뜨겁다.

지난주에는 무더위 속에서도 전국에서 교사 3만 명(집회 측 추산)이 서울 경복궁역 앞에 모여 분노를 표현했다.

교사들의 분노가 터져나오자, 윤석열은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주문했다. 그리고 “학생 인권을 이유로 규칙 위반 학생 방치는 범법 행위”라며 관련 고시 제정을 지시했다.

교육 환경 악화의 책임을 선언적 효과밖에 내지 못한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리더니, ‘문제아’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비교육적 폭언을 쏟아낸 것이다.

7월 29일 오후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교사 3만여 명(집회 측 추산)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하고 있다 ⓒ조승진

그러나 ‘규칙 위반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이들을 내쫓는 방법은 학생을 낙인찍는 효과만 내고 교육적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갈등을 심화시킨다.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는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겠다는 방침도 마찬가지다. 학교 현장이 몸살을 앓게 만든 학교폭력 사안과 마찬가지로 온갖 소송만 난무할 수 있다. 이런 갈등이 심화될수록 교사의 교육적 개입은 설 자리가 줄어든다.

치열한 입시 경쟁과 억압적 교육 환경에서 가장 억압받고 소원해지는 측은 바로 학생이다. 한국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높다는 점은 이 나라(그리고 학교)가 학생에게 얼마나 가혹한 곳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학생들이 당하는 억압과 극심한 소외감은 학교 생활에서 교사의 지도에 대한 불응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다시 강화하며 엄벌주의로 대처하는 것은 학생의 반발심을 키우고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을 키울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교사들이 학생 한 명 한 명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법 개정만으로는 ‘정당한 교육활동’을 둘러싼 논란 못 막는다

교사들의 분노가 폭발하자 정부와 각 교육청은 부랴부랴 교권 보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부모들의 ‘악성 민원’을 교권 침해로 규정해 교육청이 대응함, 교권 침해 행위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함,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아동학대 면책권 부여함,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가이드라인(고시)안 마련함 등이다.

많은 교사가 학부모의 무분별한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느낀다.

특히, 교사들은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일단 아동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교사의 소명 기회 등 사실관계 확인 절차도 없이 바로 직위 해제, 담임 교체 처분 등 교사·학생 분리 조처가 진행된다. 사실상 교사 징계가 곧장 실행되는 것이다. 게다가 교사들은 혼자서 형사사법절차를 거치며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많은 교사가 자신도 아동 학대 혐의로 신고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은 무조건 이행해 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이를 막는다며 이미 여당과 야당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대책 중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사가 즉각 직위해제 되는 것을 막는 방안은 교사의 부담을 약간 덜어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법률들이 통과되더라도 교사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 것이다. 이미 법원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교사 중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비율이 극히 적은 까닭이다.

문제는 법이 개정돼도 ‘정당한 교육활동’을 둘러싸고 갈등과 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고시안 등을 통해 ‘정당한 교육활동’을 명시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교육 현장에서의 갈등을 막기는 어렵다. 구체적 사안에서 그것이 정말 ‘정당한 교육활동’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 개인이 형사사법절차를 혼자 감내해야 한다면 그 스트레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의 민원이나 문제 제기가 곧장 신고나 수사로 가기보다 교육계 안에서 논의되고 조정되도록 하는 중재 기구가 필요하다. 이미 교육청 내에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설치하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7월 29일 오후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교사 3만여 명(집회 측 추산)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하고 있다 ⓒ조승진

이 기구들이 제 구실을 하려면 이를 전담할 공무원이 충분히 배치돼야 한다. 또한 이 기구들로 인해 늘어날 교사 업무를 고려하면, 교사들에게 떠넘겨진 다양한 행정 업무를 감축할 인력 지원도 꼭 필요하다.

이런 중재 기구들은 학부모의 무분별한 신고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학부모가 중재에 불복하고 신고하는 일을 완전히 막는 방안은 될 수 없다.

결국 교사들이 학생·학부모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도록 더 많은 인력과 재정이 투입되는 게 가장 필요하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사의 업무 감축, 상담·특수 교사 증원 등 교사 처우 개선과 전반적인 교육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주호민 교권 침해 논란

제대로 된 특수교육을 위해 정부 지원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

최근 유명 웹툰작가 주호민 씨가 교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자신의 아들을 담당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많은 사람들은 이 논란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봤을 것이다.

주호민 씨가 학교와 교사를 믿지 못하고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낸 상황에 씁쓸해 하면서도, 장애 아동이 흔히 겪는 차별·학대와 그를 우려하는 장애 아동 학부모의 심정도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특수교육에 헌신해 온 교사의 노고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교사의 몇몇 발언은 우려할 만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주호민 씨나 교사 개인의 잘못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다.

장애 아동의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의 협력이 특히 필요하지만, 우리 나라의 열악한 교육 환경이 이런 협력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교사 정원이 정해져 있지만, 교육 현장에 실제로 배치된 특수교사는 턱없이 부족해 과중한 업무를 떠안아야 한다. 특수교사를 도울 보조 인력도 부족해, 전문성이 부족한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장애 아동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특수교사가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지만 이를 지원하는 대책도 거의 없다.

교사와 학부모가 충분히 소통하며 신뢰를 쌓을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조건하에서는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들이 함께 생활하고 배움으로써 서로 이해하고 상호 협조하도록 가르친다는 취지의 통합교육도 제대로 실행되기가 어렵다.

많은 교사들이 통합교육 진행에 어려움을 겪지만, 충분한 인력을 비롯한 여러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보수 정당 국민의힘조차 특수교사 부족을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특수교육 인력 확충과 교육 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장애 자녀를 키운 나경원 전 의원도 “충분히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너무 중요한데, 그 출발은 교사 1인당 학생 수, 보조교사 등의 지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정부 정책 차원으로 가면 립서비스에 불과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오히려 교사 정원 감축과 교육 예산 삭감을 추진해 왔다. 더 많은 교사와 특수교사가 없다면 제대로 된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은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생색내기 말을 믿을 게 아니라 집단으로 투쟁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정부 지원을 늘려 교육 환경이 개선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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