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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조를 잃지 않다: 창원‍·‍제주 보안법 사건 담당 장경욱 변호사 인터뷰

올해 1월부터 국정원과 경찰은 창원과 제주에서 전국적인 지하 조직망을 가진 간첩단을 검거했다며 국가보안법 사건을 터뜨렸다. 이 두 사건 재판의 변호를 맡고 있는 장경욱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창원’ 사건은 현재 9개월째 진행 중이고 공판은 단 두 번 열렸다. ‘제주’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신청 후 항고·재항고 절차가 길어지며 공판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구속 재판을 받던 피고인은 현재 모두 보석 석방됐다.

검찰과 우파들은 두 사건의 피고인들과 변호인단이 의도적인 재판 지연 책략을 펼쳐 공판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장경욱 변호사는 원칙 있는 싸움에 ‘종북’ 딱지를 붙여 양심수들을 고립시키려는 노림수라고 반박한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정권과 언론이 결탁해 1년째 계속 피의사실을 공표하며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하고 있어요.

지금 검찰과 보수 언론들은 저희가 재판을 일부러 지연시킨다고 하는데요. 저희가 낸 국민참여재판 신청, 관할 법원 이전 신청,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재판부 기피 신청, 판사 고발이 다 그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아니, 이런 권리들을 행사하면 안 되는 겁니까?

장경욱 변호사 ⓒ김승주

제가 피고인들에게 검찰 인권보호관 면담도 하지 말라고 했어요. 경찰에서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면, 보통 그 첫날에 인권보호관들과 면담해요. 그런데 그 인권보호관이 검찰 지휘하에 있어요. 독립적이지도 않고, 권한도 없죠. 그래서 면담을 거부했는데, 그것조차도 ‘종북’ 몰이 소재가 되더라고요.

진술거부권 행사와 강제 인치 문제도 있습니다. 진술을 거부할 건데 왜 [국정원에] 가서 앉아 있어야 하죠? 하루 종일 앉아서 묵비할 사람 앞에서 계속 묻고 또 묻는 것, 그래서 사람을 무기력하게 하는 것들이 고문이 아니면 뭡니까?

강제로 끌고 갈 테면 해 보라는 거예요. 그러면 제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소하고 공수처에도 직권 남용으로 걸겠다고 했어요.

원칙

그렇게 거부하고 국정원에 강제로 끌려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하면서 [피고인들이] 싸운 거예요. 끌려가다 다치기도 하고. 이에 저항해서 ‘창원’ 사건 피고인들이 단식했는데 제일 길게 하신 분이 40일 이상 하셨죠.

국정원은 제가 피고인들에게 단식과 묵비를 체계적으로 교사하는 배후이고 심지어 북의 지령을 받아서 하는 것처럼 말해요. 강제 인치 거부도 북의 지령이라고 해 버리면 그만이죠.

하지만 저는 조언을 할 뿐입니다. 우리 양심수들이 공익과 대의를 위해서 희생과 헌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우리가 형사소송법을 원칙대로 지켜서, 국민들이 판사 권력과 국가보안법 앞에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예요. 그걸 행사하려면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돼요.

강력히 저항하고 대의를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상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어요.

물론 어려움은 있죠. 판사를 고발하면 괘씸죄가 되고요.

하지만 저는 형사소송법상 원칙대로 다 하도록 해요. 예를 들면, 제가 판사하고 싸웠어요. 판사들과 제가 얘기한 게 조서에 다 나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판사들은 자기한테 불리한 내용은 [조서에서] 뺄 수 있어요. 재판 진행이 파행적이거나 고압적이었음을 조서에 남기지 않으려 하죠. 예를 들어 피고인 신문하면서 실제로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는데, [조서에는] 했다고 써 놓는 거예요. 허위 공문서 작성이죠.

그래서 제가 녹음을 증거로 내면서 이렇게 경고했어요. ‘공판 절차상 조서에 의해서 고지하거나 조서가 작성되지 않더라도 구두로 고지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면, 그날의 공판은 무효입니다.’ 이거를 재판 지연이라고 하는데, 그러나 당연한 권리 행사예요.

제가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낼 때, 검찰은 재판이 굉장히 공정하다고 말하며 재판부를 옹호했어요. 그런데 재판부가 새 구속영장을 발부해 달라는 검찰 요구를 거부하고 보석을 허가하니까, 이제 검찰은 판사들이 피고인 측에 ‘쫄아서’ 그렇게 했다고 해요. 황당하죠. 진실은 그게 아니라, 재판부가 최소한의 양심을 발휘해 뒤늦게나마 보석을 해 준 거예요.

이렇게 불공정 재판의 우려가 많지만, 판사 기피 신청이 인용된 사례는 거의 없어요. 재산이고 뭐고 다 날릴 때까지 법원 앞에서 인생을 걸어 버리는 사법 피해자들이 많아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당했을 때 그런 불평등과 불공정에 맞선 인간의 저항이라는 게 엄청나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 중에 그런 문제도 개선돼야 하죠.

표적

국가보안법 재판은 기본적으로 충돌이고 저항이에요. 원칙대로 하면서 여러 가지 부당한 것들이 조금씩 변모돼 온 거예요. 지금 이 역사도 시국 사건들에서 저항하면서 쟁취해 온 거고요.

‘그래도 옛날에는 마구잡이로 연행하고 구속했지만 지금은 안 그러지 않냐,’ ‘제가 진전된 거를 너무 평가하지 않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데, 본질은 똑같아요. 물론 지금은 사찰을 옛날만큼은 안 하고 딱 표적이 된 단체에 하죠. 하지만 이렇게 표적을 삼아서 나머지 전체를 길들일 수 있다는 본질은 여전히 그대로인 거예요. 이런 본질을 놓쳐 버리니까 국가보안법이 불편하지 않은 거예요. 표적된 것을 회피하면 되니까요. 가지 말라는 곳에 안 가고요.

저항하면 탄압이 있고, 탄압이 있는 곳에서 또 저항이 발전되고 운동이 단결해 탄압 세력보다 압도적인 힘을 일으켜 기존의 체제를 바꿔 나가는 거잖아요.

현상 유지에 머무르지 말고 더 큰 저항과 모범을 만들어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우리의 역량을 축적하고 탄압을 극복할 돌파구를 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