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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한일 군사 동맹 구상하는 윤석열 정부

4월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해상 훈련 ⓒ출처 해군

8월 27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국회에서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악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무기와 연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도 가능해진다.

그런데 김선호는 반나절 만에 급히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나 한·일 군사 협력 수준을 질적으로 높인 지난 7월 말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이후, 한일 ACSA 추진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 때 밀실에서 한일 ACSA 협상을 주도했던(그러나 당시에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중단됐다) 인물이 현 정부 안보 정책 실세라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김태효이다.

만약 한일 ACSA가 체결된다면, 윤석열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을 공식 정상화한 것과 더불어 한일 군사 동맹의 출발 단계가 될 것이다.

우파들은 한일 동맹 반대를 “철 지난 일본 과거사 콤플렉스” 따위로 묘사한다. 그러나 한일 동맹에 대한 반감과 불안감은 역사 정의에 대한 정당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바로 오늘날 제국주의 전쟁의 위험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미국과 손잡은 제국주의적 진출 심화는 격화되는 미·중 갈등과 깊이 맞물려, 인도·태평양 지역을 매우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8월 30일 일본 방위성이 2025회계연도 방위비 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8조 엔(약 73조 3000억 원)대를 요청하자, 중국은 정찰기나 측량함으로 일본 영공·영해를 침범해 외교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중·일 간에는 대만 일대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의, 우크라이나만큼이나 잠재적으로 위험한 뇌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에 국방부 차관이 ACSA에 관해 논란이 일자 급히 말을 바꾼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로 한일 군사 동맹을 추진하는 과정은 모순이 적잖을 것이다.

여론의 반발뿐 아니라 경제적 관계가 깊은 중국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뉴라이트 인사를 중용해 한미일 군사 동맹을 이데올로기적으로도 뒷받침하려 하지만, 그런 방향은 또 다른 정치 위기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런 위기를 이용해 대중적인 반대 운동을 건설하고 위험한 친제국주의 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민주당을 믿지 마라

한편, 한일 ACSA 추진을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한일 동맹 추진을 막을 수 있을까?

아니다. 민주당은 못 믿을 세력이다.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민주당 입장에는 근본적 모순이 있고, 실천도 일관되지 않다.

민주당은 야당일 때 우파 정부의 “친일 행보”를 자주 비판하지만, 그 비판의 내용은 제국주의 반대가 아니다. “굴욕적 협상,” 즉 국익의 관점에서 정부가 일본과의 거래에서 너무 많이 양보한다고 비판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한미동맹을 외교·안보·경제의 기본이라고 보고 확고하게 지지한다. 그런데 바로 그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한일 관계를 밀착시켜 온 핵심 파워다.

또,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안보적 이해관계를 많이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은 미국 제국주의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한국 자본주의에 이롭다는 바로 그 이유와 마찬가지로, 일본 제국주의와의 협력 필요성을 부인한 적이 없다. 그것이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 해결을 가로막을지라도 말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일 정책의 지론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다.

민주당이 말하는 한일 협력에는 결코 군사적 협력이 배제되지 않는다. 한일안보정책협의회(1998년), 한일 공동해난구조 훈련(1999년) 등 한일 간 안보 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다름 아닌 김대중 정부 때였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라 불리는 한일 정상 공동선언 이후였다.

윤석열 정부와 호전적 한미일 동맹을 반대하는 운동이 일관되게 성장하려면 반제국주의적인 운동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삼가지 않는 정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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