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연세대 맞불 집회 제안자들에게 듣는다:
극우에 맞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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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가 세력을 키우기 위해 대학교에서도 조직에 나서고 있다. 2월 10일 연세대, 15일과 17일 서울대에서 극우 학생들이 탄핵 반대 행동을 벌였다.
이에 극우에 맞설 필요성을 느낀 학생들이 방학 중임에도 긴급 맞불 집회를 열었다.
극우는 시작부터 만만찮은 반발에 부딪혔지만,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고려대, 경북대, 한양대, 이화여대, 숭실대, 건국대, 인하대, 전남대, 한성대 등지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예고하거나 물밑에서 조직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극우가 성장하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1920~30년대 독일에서도 나치는 대학교에서 새 세대 간부층을 적잖이 만들어 내며 성장했다.
지금부터 대학에서 극우에 맞대응하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연세대와 서울대에서 벌어진 극우 반대 맞불 집회의 경험은 반극우 운동의 초석을 놓는 데에 유익할 것이다. 두 대학에서 맞불 집회를 조직한 김민수, 김태양, 이시헌, 임재경 씨를 인터뷰했다.
비판만으로는 극우를 막을 수 없다
극우가 대학가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대다수 학생들은 분개했다. 연세대 학생 김태양 씨는 이렇게 전했다.
“소름 끼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탄핵 반대 학생들의 쿠데타 옹호 주장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서부지법 난입 폭도들도 주장했다는 걸 학생들이 알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다거나 분노하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연세대 학생 김민수 씨는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감이 일었다”고 말했다.
“그곳은 이한열 열사와 노수석 열사의 사진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민주주의 파괴를 지지하는 시국선언을 한다는 걸 듣고 분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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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씨와 김태양 씨는 긴급하게 맞불 집회를 열기로 뜻을 모았다.
“사실 처음에는 그들을 상대해 줘야 하나 했어요. 그러나 우리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언론들은 대학가에서 여론이 바뀌었다고 보도할 것입니다. 우리가 윤석열 퇴진을 결의한 학생총회 정신을 행동으로 보여 줬기 때문에, 여론을 호도하려는 보수 언론들도 “vs”라고 보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김민수)
“우리는 학생총회에서 확인된 압도 다수의 윤석열 퇴진 염원을 대변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극우가 학내에서 전혀 지지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자는 목표로 행동에 나섰습니다.”(김태양)
일각에서는 맞불 집회보다 공개 토론회를 열어 극우를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태양 씨는 맞불 집회 이후 탄핵 반대 시국선언 발의자가 자신에게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지만 무시했음을 밝히며 이렇게 강조했다.
“극우가 토론장에서 공공연히 자기 주장을 펴며 자신의 주장이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해선 안 됩니다.
“다수의 학생들이 극우가 틀렸음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파괴 자체가 대학가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압도 다수의 학생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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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씨도 “극우들에게 공론장을 내줘선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자들입니다.
“윤석열의 포고령 1호는 모든 정치 활동의 자유를 금지했습니다. 극우는 표현의 자유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표현의 자유를 원하지 않습니다.”
서울대 학생 이시헌 씨는 “극우는 논리적으로 반박한다고 해서 박멸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애초에 논리 따윈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서부지법 폭동에서 보듯,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면 법도 가볍게 무시하지 않습니까.”
극우 맞대응은 효과가 있다
서울대에서 두 차례의 맞불 집회를 제안한 이시헌 씨는 극우 집회를 허용한 학교 당국을 성토했다.
“17일 월요일에는 극우 유튜버가 학내에 소리가 엄청 큰 방송차를 끌고 들어와서 대북 확성기마냥 맞불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3시간 가까이 온갖 상스러운 욕설을 퍼붓고 여성들에게는 성차별적 욕설까지 했습니다. 우리를 향해 ‘빨갱이’라 외치면서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며 다른 극우 참가자들을 선동하기까지 했고요. 그러나 학교 당국은 별 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어요.”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다른 대학에서도 극우 반대 행동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맞불 집회를 열면서 얻은 경험을 전했다.
“우리가 소수일 때, 규모가 비등할 때, 우리가 압도할 때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예상 시나리오를 짰습니다. 설령 소수일지라도 학생총회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는 압도 다수의 퇴진 염원을 대변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극우가 학내에서 전혀 지지받지 못한다는 것을 폭로하자는 목표로 행동을 조직했습니다.”(김태양)
연세대 맞불 집회 제안자 중 한 명인 임재경 씨는 이렇게 말했다.
“맞불 집회를 열기로 결의한 사람들이 모였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방식의 집회를 구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함께할 친구들이 얼마나 모이는지, 새로 합류한 친구들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인지, 극우 측 집회가 어느 정도일지 등에 맞게 계획을 구체화하고 수정해 나가는 게 좋습니다. 처음부터 수세적 계획을 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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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헌 씨는 대치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자신감과 사기를 유지·고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시헌 씨는 2월 15일 서울대 맞불 집회에서, 동시간대 열린 광주 맞불 집회가 두 배 넘는 규모로 모여 승리했다는 소식을 전해 참가자들을 고무했다.
“맞불 집회 현장에서는 우리의 대의를 거듭 강조하는 것이 참가자들의 사기를 위해 중요합니다. 예컨대 서울대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죽어간 선배들의 혼이 서린 학내 광장에 민주주의 파괴 세력을 들일 수 없다면서 우리의 대의를 강조했습니다. 저들이 쿠데타를 지지하고 정당성도 없는 저열한 자들임을 폭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극우가 제대로 집회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구호를 계속 외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극우 반대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한편, 좌파 내에서는 맞불 집회가 오히려 극우에게 주목 받을 기회를 준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미 극우는 선전의 장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그런 시도가 견제와 도전을 받지 않는다면, 극우는 자신감이 오를 것입니다.”(김태양)
이시헌 씨는 “가장 효과적인 것은 민주주의 수호 세력의 집회를 크게 여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학내에서 극우의 목소리만 일방적으로 전파되게 하는 것보다, 그에 맞서는 항의도 있다는 것을 꼭 보여 줘야 합니다. 또한 캠퍼스와 온라인에서 지켜보는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학내에 있음을 보여 줘야 합니다. 이는 다음 행동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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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씨는 극우가 대학가로 더 확산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의 행동은 학내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설령 맞불 집회에서 우리 규모가 작더라도,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예고된 대학들은 대부분 윤석열 퇴진 학생총회가 열렸던 곳입니다. 명분에서 우리가 훨씬 앞섭니다.
“우리가 공론장을 이끌어야 합니다. 한 번 더 대학교에서 집회를 열면 좋겠습니다. 극우를 향해 ‘대학교에 너희를 위한 공간은 없다’, ‘너희는 민주주의 파괴자들이다’ 하고 외치는 집회를 열면 좋겠습니다.”
“단지 한 대학의 일이 아니라 모든 대학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어느 한 대학에서 극우가 생겨날 때 꺾어놓지 않으면 퍼지게 됩니다. 대학 내에서 민주주의 파괴 세력이 의견을 퍼트릴 공간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