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트럼프 시위가 성장해 미국을 휩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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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반(反)트럼프 행동이 또다시 벌어졌다. 4월 5일 전국 동시다발 “건들지 마” 시위 후 2주 만이다.
수십만 명이 800여 개의 행동을 벌였다. 뉴욕·덴버·디트로이트·보스턴·샌안토니오·솔트레이크시티·시카고 등 여러 대도시에서 만 단위 시위대가 도심을 행진했다.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수천 명이 백악관으로 행진했다. 반갑게도, 한 시위 참가자는 한국 SBS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퇴진 운동에 경의를 표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한국에 감사합니다. 미국인들도 일어서고 있어요. 트럼프 정권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게 놔두지 않겠습니다.”
여러 곳에서 시위대는 트럼프의 이민자 공격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뉴욕에서는 수만 명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뉴욕에서 꺼져라” 하고 외치며 도심 맨해튼을 행진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미국 공영방송 NPR에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민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고 있습니다. 피노체트 같은 독재자나 테러리스트와 다를 바 없는 작태입니다.”
시위대는 뉴욕 트럼프 타워로 행진하며, 트럼프 정부가 엘살바도르로 추방한 등록 이민자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즉각 귀환을 요구했다.
“왕은 필요 없다(No Kings)”라고 적힌 팻말이 여러 지역에서 등장했다. 250년 전인 1775년 4월 19일에 발발한 미국 독립전쟁에서 착안한 문구다.
“킬마르가 아니라 트럼프를 강제 추방하라,” “트럼프의 악행을 다 적기에는 이 팻말이 너무 작다” 하는 대형 팻말 사진들이 SNS에서 회자됐다. 여러 인종이 함께 행진하는 대열에서 성소수자·트랜스젠더 권리를 상징하는 깃발과 무지개 깃발이 휘날렸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곳곳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포틀랜드에서는 팔레스타인 깃발과 팔레스타인 연대 팻말이 1만 대열의 선두에 섰다. 각지에서 시위대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중무장 부대를 동원해 마흐무드 칼릴 등 팔레스타인 연대자들과 이민자들을 탄압한 트럼프 정부를 규탄했다.
트럼프 정부 핵심 인사로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주도한 일론 머스크도 규탄의 대상이 됐다. 머스크의 기업 테슬라의 지사 건물들 앞에서 100여 건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행동의 일환으로 모금 행사, 바자회, 나눔 장터, 지역 쉼터 지원 활동들도 있었다. 트럼프 정부가 복지 제공 기관 사회보장국(SSA)·재향군인회(VA)를 구조조정해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민주당
이번 동시다발 행동은 연대 캠페인 ‘50501’이 발의했다. 50501이라는 이름은 “50개 주에서 50개 시위를 벌이는 하나의 운동”이라는 뜻으로, 소셜 미디어 ‘레딧’에서 익명의 인물이 발의해 트럼프의 이민자 단속·추방에 항의하는 자생적 운동들을 연결하며 시작됐다. 4월 19일 행동은 50501이 벌인 네 번째 전국 행동이었다.
50501 활동가 헤더 던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운동의 모토가 “민주주의, 헌법 수호, 정부 전횡 반대, 비폭력 풀뿌리 운동”이라고 밝혔다.
50501 운동 참가자들은 정치적 폭이 매우 넓다. 던은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원, 지지 정당 없는 사람들, 공화당원이 50501 운동에서 모두 함께 행진합니다.”
참가자 일부는 민주당의 운동 참여를 바란다. 반면 민주당에 대한 환멸을 숨기지 않는 참가자들도 적잖다. 한 참가자는 NPR에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을 전혀 믿지 않습니다. 트럼프에게 두 번이나 당선을 안겨준 한심한 정당이잖아요.”
민주당을 탈당했다고 밝힌 다른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민주당 찍자고 권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민주당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실로 자본가 정당 민주당은 중첩된 위기로 나락에 빠진 평범한 미국인들을 외면하고 제국주의적 이익 추구에 몰두하며 트럼프 귀환의 길을 닦았다.
한편, 민주당 내 진보파로 알려진 버니 샌더스는, 반트럼프 운동이 대중적 반향을 얻기 시작하자 그의 협력자인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와 함께 대규모 순회 시위 “과두정에 맞서자”를 10여 차례 벌였다. 그러나 그들은 4월 5일·19일 전국 행동에는 지지자들을 전혀 동원하지 않았다.
샌더스와 AOC의 시위는 트럼프의 이민자 공격을 규탄하지 않고 팔레스타인 연대를 배제한다. 4월 12일 캘리포니아 시위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를 호소한 무슬림 여성이 경호원에 의해 끌려 나갔다. 샌더스는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군중의 환호를 유도해 그녀의 항의가 묻히도록 했다!
미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은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자들을 쫓아낸 카멀라 해리스와 샌더스가 뭐가 다르냐고 따져 물었다.
미국 좌파들은 너무도 오래 민주당에 헛된 기대를 걸고 민주당의 인종차별과 이스라엘 학살 지원을 감싸느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왔다.
미국의 반트럼프 운동의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는 대중 시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더불어, 파업을 통해 노동계급 고유의 힘이 발휘돼야 한다. 바이든 정부하에서 미국 노동자들은 강력한 파업으로 임금 대폭 인상을 따내며 그 잠재력을 흘낏 보여 준 바 있다.
이번 행동을 발의한 50501과 앞서 4월 5일 행동을 발의했던 연대체 “건들지 마”는 5월 1일 메이데이에 노동자들과 함께 대규모 반트럼프 행진을 벌이자고 호소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래로부터의 반트럼프 운동이 더 강력해지기를, 그리고 그 속에서 노동계급의 투쟁을 돕는 좌파적 대안이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