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돌아 보는 트럼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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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AFO
2026년 1월 3일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대통령 마두로와 그 부인을 납치한 후 백악관이 SNS에 올린, ‘까불면 다친다’(Fuck Around and Find Out)는 뜻의 속어. 이 침략을 통해 트럼프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을 거스르는 정부나 정치 단체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했다. 또한 그것은 세계적 패권을 놓고 자신과 경쟁하는 중국에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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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전 완료”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분출하고 정권이 살인 진압에 나선 가운데, 미국이 군사적 조치에 돌입할 수 있다며 트럼프가 쓴 표현. 그러나 이란 시위를 촉발한 경제난은 다름 아닌 미국이 주도한 제재 때문이고 미국은 이란 시위대의 친구가 아니다. 미국의 개입은 적대 관계에 있는 이란 정권을 압박하고 반정부 운동 안에서 미국의 입맛에 맞는 세력을 선별해 키우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개입을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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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핵무기 경쟁
트럼프는 10월 말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직전에 “중국 핵무기가 5년 내에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며 핵실험 재개를 발표했다. 트럼프가 중국과 경제적 경쟁만 한다는 관측이 있지만 군사적 경쟁도 여전히 핵심적이다. 트럼프는 중국 포위와 대만 개입을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력 증강 예산을 대폭 늘렸다. 한국에도 더 많은 ‘안보 분담’을 떠안고 일본과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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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양복이 있기는 하냐”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2025년 2월 백악관을 방문했다가 공개적 모욕을 당하면서 들은 말. 젤렌스키에 대한 모욕은 러시아에 맞서 젤렌스키를 지원하는 유럽의 동맹국들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보해서 러시아가 중국에 밀착하는 흐름을 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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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타코
관세 문제에서 ‘트럼프는 언제나 먼저 꼬리를 내린다’(Trump Always Chickens Out)고 조롱하는 약어. 4월 2일 트럼프는 “해방의 날”이라며 세계 각국을 상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채권 시장이 흔들리자 금세 관세 대부분을 유예시켰다. 중국이 고율의 관세에 굴하지 않고 맞대응했을 때에도 트럼프는 또 다시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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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중동의 리비에라
취임 직후 트럼프는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해 리비에라와 같은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제 트럼프는 ‘휴전’ 1단계를 이뤘다며 다국적군을 가자지구에 파병함으로써 그 구상을 진척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에 항의하며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은 일방적인 무장해제 요구를 거부하고 있고, 다국적군 결성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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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ICE
트럼프는 이주민을 매년 100만 명씩 추방하겠다며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동원해 인간 사냥하듯 이주민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이에 맞서 6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거대한 항쟁이 벌어졌고 주방위군과 해병대까지 투입됐지만 저항을 꺾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ICE 대원이 미니애폴리스에서 미국인 여성을 ‘즉결 처형’ 식으로 사살해서 분노가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조지아주에서 배터리 공장을 짓던 한국인 수백 명이 끌려가 수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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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주방위군 투입
8월 트럼프는 워싱턴DC를 시작으로 민주당이 시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 도시들에 치안과 이주민 단속을 명분으로 주방위군을 잇달아 투입했다. 국방장관 헤그세스는 군인들에게 총을 들고 다니라고 명령했는데, 억압적 분위기를 자아내 저항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군 장성들은 이처럼 국내 정치에 군을 동원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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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문화 전쟁
트럼프는 여성, 이주민, 트랜스젠더와 다른 성소수자 등이 겪는 차별과 억압을 학교에서 가르치기 어렵게 만들고,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의 예산을 끊었다. 이런 ‘문화 전쟁’은 1960~1970년대의 흑인, 여성, 성소수자 운동의 성과들을 공격하고 보수 이데올로기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구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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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왕은 없다’(No Kings)
트럼프의 재선으로 민주당이 사기저하된 탓에 1기 때와 달리 전국적 저항이 등장하기까지는 수 주가 걸렸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 ICE에 맞서 이주민을 방어하는 운동이 저항을 선도했다. 이후 트럼프가 강화하는 각종 억압,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결합되면서 4월과 6월, 10월에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트럼프에 맞서 ‘왕은 없다’라고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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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엡스틴 문건
악명 높은 성착취범 엡스틴의 고객 명단 공개 문제를 놓고 트럼프의 지지층이 사분오열할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 서로 앙숙인 스티브 배넌과 일론 머스크 모두 이 문제에서 트럼프를 옹호했다. 이는 심각한 내부 모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주의 운동이 저절로 약화되지는 않을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강력한 반(反)극우 대중 운동만이 트럼프주의 운동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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