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 구조조정 철회, 인력 충원:
서울지하철 노동자들도 쟁의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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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1~8호선 노동자들이 실질임금 인상, 구조조정 철회,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12월 6일부터 파업을 예고했다.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은 수년간 실질임금이 삭감되고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 왔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경영 혁신’이란 미명하에 마른 수건 쥐어짜듯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했다.
2021~2023년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심지어 정부의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에도 못 미쳤다.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인데 말이다. 대졸 신입 직원의 월급이 200만 원대 초반에 불과한 데다 임금 인상률도 낮아 신규 직원들의 퇴사도 늘고 있다.
사용자 측은 초과수당을 절감하고 연차수당 지급을 유예하자고 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 탓에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초과근무를 하고 연차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왔는데 말이다.
여기에 서울시는 2026년까지 서울교통공사 정원의 13퍼센트에 해당하는 2200여 명 인력 감축(구조조정)도 강행하려 한다. 지난해 383명에 이어 올해는 341명을 줄일 방침이다. 사용자 측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올해 정년퇴직 예정 인원을 보충할 신규 채용을 지금까지도 안 하고 있다.
서울시에 보고한 서울교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환승역 역사 인력 감축, 2호선 1인 승무제 도입, 차량·기술 업무의 외주화·인력 감축 등이 구조조정 방안으로 제시됐다.
대규모 인력 감축은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더욱 높일 뿐 아니라 지하철 안전도 내팽개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간 서울지하철에선 인력 부족으로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16년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열차에 치어 숨진 (당시) 19세 김 군의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 사고에 대한 항의가 크게 일어 외주화돼 있던 스크린도어 수리 업무가 직영화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사용자 측은 서울지하철 노선 중 밀집도와 혼잡률이 가장 높은 2호선에 내년부터 1인 승무(열차 맨 뒤에 차장 탑승을 없앰)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의 주요 원인이 1인 승무였다. 현재 1인 승무를 하는 5~8호선의 경우 2003~2016년에 공황장애로 기관사 9명이 자살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오세훈은 2021년 취임 후부터 지하철 적자 감축을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압박해 왔다.
그러나 지하철 적자는 노약자 등 무임수송, 환승 할인, 심야 운행 등 공공서비스와 교통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착한 적자’다. 반면 중앙·시 정부는 재정 지원은 전무한 채 요금 인상과 인건비 공격을 통해 노동자 등 서민층에 고통을 떠넘기고 있다.
따라서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의 임금·근무조건 개선 요구는 생계비 위기에 맞선 노동계급의 울분을 대변하는 것이자, 지하철 안전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이롭고 정당한 요구다.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은 지난 2년간 사용자 측의 공격에 맞서 저항한 바 있다. 오세훈은 지하철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고자 서둘러 합의하고는, 약속을 어기고 야금야금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임금 인상도 최대한 억눌러 왔다.
그래서 적잖은 노동자들은 오세훈의 구조조정을 완전히 좌절시키고 실질임금을 올리려면 이전 투쟁 때보다 더욱 단호하고 완강하게 싸울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윤석열과 오세훈이 명태균 게이트로 정치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은 지하철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기에 유리한 상황이다.
특히 12월 5일부터 파업 돌입을 밝힌 철도노조 투쟁과 결합된다면 서로의 투지를 고무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철도노조의 준법 투쟁이 맞물리자 두 노동자들이 같이 운행하는 지하철 1, 3, 4호선의 열차 지연이 더욱 늘어났다.
또한 서울지하철 9호선 노동자들도 서울시와 위탁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에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12월 6일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