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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가 세력에 대한 항전” 운운하는 윤석열의 재극우화

윤석열은 둘로 쪼개져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정부의 안보 노선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가짜뉴스를 선동하는 “반국가 세력”으로 왜곡했다.

8월 19일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면서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은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총선 때까지 주춤했던 극우 행보를 재개한 것이다.

윤석열은 최근 고위직에 뉴라이트 인사들을 줄줄이 임명하며 극우적 색깔을 노골화했다.

윤석열 정부 극우·뉴라이트 주요 인사들

안보 정책을 수립하는 실세라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김태효, 국방부 장관에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신원식, 통일부 장관 김영호, 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문수, 방송통신위원장 이진숙도 뉴라이트로 분류된다. 이진숙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했다.

또한 윤석열은 최근 한미일 군사 동맹 추진 속도를 높이면서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국사편찬위원장, 진실화해위원장 등 국가의 이데올로기 기관들에 뉴라이트 인사들을 줄줄이 임명했다.

뉴라이트의 주장은 일제 식민 강점을 정당화하는 일본 극우의 주장과 흡사하다.

가령 뉴라이트의 식민지근대화론은 한반도에는 자생적 발전 가능성이 없었는데, 일제가 자본주의를 이식해 이후 경제 성장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일제 강점의 침략성·약탈성은 물론이고 그 불법성, 일본군 위안부와 징용 등의 강제성도 부인한다.

이런 자들을 급기야 독립기념관장에까지 임명하자 국가정보원장 출신의 광복회장 이종찬마저 격하게 반발한 것이다. 이종찬과 광복회는 8월 15일 광복절 정부 기념식에 불참하고 별도 기념식을 열었다. 민주당은 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광복절 행사가 처음으로 나뉘어 열린 것이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은 8월 16일 김태효의 “중일마” 발언이었다. 김태효는 KBS 방송에 나와 일본에게 억지 사과를 받아 낼 필요가 있냐며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행은 단순히 친일파 등용의 문제가 아니다. 뉴라이트는 조선 독립운동의 의의를 사실상 무시하는데, 이는 한반도 해방이 미국 덕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제헌 헌법은 물론이고 지금의 ‘87년 헌법’ 전문에도 실린 임시정부 법통 계승론까지 부인해 우파 내에서조차 반발이 컸다.

윤석열 정부는 미·중 갈등에서 미국 편을 확실히 들어야 한국 자본주의가 복합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한미일 군사 동맹 구축으로 달려가면서 그 걸림돌들을 제거하고 있다. 제국주의 범죄의 피해자들도, 홍범도 장군 등도 그 과정에서 내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데올로기 내전

국가의 안보 정책과 이데올로기를 관리하는 기관들에 뉴라이트 연구자들을 집중 배치한 것도 시사적이다. 윤석열은 국가 안보, 체제 수호의 미명하에 체제 정당화를 위한 이데올로기적 내전을 벌이려는 것이다.

뉴라이트 역사관은 역사를 “자유” 시장 자본주의가 승리하는 목적론으로 파악한다. 온갖 불의와 파괴, 살상도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수립과 성장으로 귀결되면 그것은 역사가 바른 길을 걸은 것이라는 식이다. 건국의 완성이 “자유” 통일이라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주장이다.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주인공인 이 우승열패의 세계관·역사관 아래서는 제국주의 강도 범죄들이 정당화되고,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수혜자들이 역사의 정당한 승리자가 된다.

1948년 미국 중심의 자유시장 자본주의 진영에 속한 반공·친미·독재 국가인 대한민국 수립에 동의하지 않은 세력들을 모두 실패자이자 배제 대상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제국주의 질서,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의 수혜자들이 가진 불평등한 특권도 뉴라이트에겐 정당한 것이다. 친일·군사독재의 후예인 한국 지배계급을 미화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극도의 비도덕적 출세주의와 실용주의도 자본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뉴라이트의 대안 현대사 교과서 운동을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산업계의 전경련(현 한경협)과 경총이 적극 후원했던 이유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극우 이데올로기 재가동은 세계적 극우 부상이라는 맥락에 동행하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에 대한 반대를 이간하고자 장차 군국주의와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 정치적 반대파 억압으로 표현될 수 있다.

윤석열의 광복절 기념사에 “민족”도 “일본”도 아닌 “자유” 단어가 50차례나 포함된 것과 19일 “반국가 세력”에 대한 “항전” 운운은 그 신호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