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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 역사 전쟁을 벌이나?

윤석열 정부의 강경 우경화 시도가 역사 전쟁으로 드러나고 있다.

8월 8일 ‘뉴라이트’ 김형석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자, 광복회와 독립운동가 단체들이 반발했다. 이로 인해 올해 광복절 행사는 둘로 쪼개졌다.

김형석은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광복”이라고 발언해 건국절 논란에 불을 지폈다. 또, “일제 시대에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우리 국민은 일본 신민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반발을 산 바 있다.

이승만의 “건국 운동” 찬양하며 뉴라이트의 건국절 논리에 힘을 실어 온 윤석열 ⓒ출처 대통령실

이미 윤석열은 건국절 논란의 핵심인 뉴라이트 인사들을 주요 자리에 임명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다. 그는 뉴라이트 학자 모임인 ‘뉴라이트 싱크넷’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가 주도해 만든 ‘한국자유회의’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전형적인 전체주의 사고를 갖고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낙년 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의 가장 열렬한 옹호자이며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최근 서울 지하철역 3곳에 설치됐던 독도 조형물이 철거됐는데, 이러한 역사 인식의 반영이 아닐까 싶다.

이 외에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박지향, 국사편찬위원회 허동현 위원장도 뉴라이트의 핵심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복절을 앞두고 독립기념관장마저 ‘뉴라이트’로 지목된 김형석을 임명하자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다.

독립기념관장 인사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윤석열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제국주의 식민 지배에 대한 비판 없이 “1948년 자유민주주의 헌법 제정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뉴라이트의 건국절 추진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광복절 후에도 윤석열은 홍범도 장군의 육사 흉상 철거 논란으로 역사 전쟁을 시도한 바 있다.

윤석열이 우파로 사장을 교체한 KBS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광복절에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하면서 ‘기미가요’를 내보냈고, 이승만을 미화한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작’을 방영했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에 〈건국전쟁〉 영화를 통해 이승만 띄우기에 나선 바 있고, 최근에는 박정희 관련 영화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과 〈박정희: 경제 대국을 꿈꾼 남자〉 상영을 통해 박정희 띄우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또, 윤석열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인권과 핵무장을 핑계 삼아 “자유 통일”을 강조했다. 이는 뉴라이트 성향의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말하는 ‘자유의 북진’의 연장선으로 사실상 흡수통일 방안이다. 이승만의 ‘북진 통일론’은 남북 사이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결국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한 원인이 됐었다.

윤석열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동맹 및 우방국들과 자유의 연대를 공고히 하겠다”고도 했는데, 이는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은 18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1주년을 맞아 “철통 같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으로 연결된 안보 협력”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윤석열은 일본 제국주의의 과거사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표시 없는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기시다 내각이 자국 역사를 세탁하는 데 발견한 완벽한 공범”이라는 내용의 글이 실릴 정도다.

광복절 경축사에 일본 제국주의 식민 지배에 대한 비판이 없다 보니, 여당에서조차 “과거사를 언급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본 신문들은 “광복절 연설에서 일본과 관련한 생각을 언급하지 않은 건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건국절’과 역사전쟁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우파들은 왜 건국절을 추진하려고 하는가?

우선, 1948년 건국절을 부각하면 친일파와 미군정에 협력했던 자들이 도리어 독립과 건국의 공로자가 된다. 친일파 출신이 포함된 현 기득권 세력에게 정통성이 부여되는 것이다.

반면, 일제 강점기의 사회주의 운동 등 독립 운동, 김구의 단독정부 수립 반대 운동 등은 사실상 대한민국 건국을 방해한 것으로 이해된다. 일제 식민지 시절에는 남한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조선의 사람들은 일본 신민이었고, 따라서 친일 활동은 문제가 없는 것이 된다. 반면 항일 독립 투사들의 역사적 의미는 축소된다.

무엇보다, 뉴라이트는 자본주의를 절대선이라고 보며, 남한 자본주의 성장의 출발이 1948년 대한민국 수립에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면 식민지 조선을 ‘근대화(자본주의화)’시킨 일본 제국주의의 구실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윤석열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정신은 우리가 누리는 풍요와 번영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을 지배계급의 공으로 돌리고 친시장주의 노선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이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좌파를 단속하는 데 활용된다. 뉴라이트 역사관이 다중의 위기에 직면한 윤석열 정부가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데 정당성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뉴라이트들은 냉전 경쟁의 한복판에서 미군정의 도움으로 국가가 수립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냉전 반공주의와 친제국주의 노선은 오늘날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미일 군사 동맹 추진을 정당화해 준다.

그러나, 미·소 제국주의 경쟁의 결과로 남북한은 분단됐고, 남북한 민중 모두 한국전쟁과 권위주의 통치라는 고통을 받아야 했다.

미군정과 그 후원을 받는 이승만·친일파 건국 세력은 해방 후 공장자주관리 운동, 1946년 9월 총파업과 10월 인민항쟁을 탄압했다. 무엇보다 1948년 이승만의 대한민국 정부는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제주 4.3항쟁을 잔인하게 짓밟고 탄생했다.

진정한 독립과 해방을 원한 노동자·농민 운동과 좌파를 잔인하게 탄압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야말로 건국절 추진 세력이 진정으로 노리고자 하는 바다.

지금 윤석열과 우파들이 역사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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