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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쿠데타 시도와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군사 쿠데타는 과거지사가 아니다

국회 앞부터 여의도역까지 가득 채운 100만 여명의 윤석열 퇴진 집회 참가자들 ⓒ이미진

지난주는 세계 제국주의 시스템의 위기로 정치 불안정이 크게 가속되고 있다는 것이 생생하게 드러난 한 주였다.

가장 중요한 사례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갑작스럽게 몰락한 것이다. 아쉽게도 그것은 대중 봉기의 결과가 아니라 2011년 이래 시리아 상황에서 득을 보려 한 세력들, 즉 튀르키예와 러시아, 이란, 이스라엘 사이의 힘의 관계가 재편된 결과다. 아사드 정권하의 시리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적 제국주의 블록에 맞서는 이른바 “적대국들의 축”의 위성국이었다.

또 다른 격변들은 서방 진영에서 일어났다. 루마니아에서 대선 1차 투표가 무효화됐다. 프랑스에서는 바르니에 내각이 붕괴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는 한국에서 우익 대통령 윤석열이 계엄 통치를 기도하다 실패했다.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에 이르는 한국은 한때 가난했지만 경제 발전을 통해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부국들의 클럽인 OECD에 들어간 극소수 나라의 하나다. 한국은 또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국의 핵심 우방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에서 큰 논란거리인데, 미국이 1961~1987년의 군사 독재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강대국 간 경쟁이 세계 정치를 지배하는 동안 윤석열 정부가 취한 행보에 관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윤석열은 지난해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한 것으로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확고한 친미 인사다. 그는 이웃 국가 일본과의 관계를 복구하고, 약간 좌경적인 전임자 문재인보다 더 적대적인 대북한·대중국 정책을 추진했다.”

윤석열과 그의 국방장관의 계엄 통치 시도는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려는 계책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의 강력한 노동자 운동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은 파업과 시위를 금지하고 파업 중인 의료 노동자(전공의)들의 복귀를 명령했다.

윤석열이 기도한 것은 쿠데타였다. 그러나 국회 회의 소집을 막으려고 투입된 특수부대가 국회의사당으로 몰려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저지당하는 바람에 쿠데타는 미수에 그쳤다. 이를 보며 누군가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하이퍼 정치 시대의 쿠데타는 주도면밀하거나 일사불란하지 않고, 성공 가능성도 없다.”

국제사회주의경향의 성명서에서 지적하듯이 그것은 “어리석은 견해다.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대중 반란인 2011년 1월 25일에 일어난 이집트 혁명을 분쇄한 것은 2013년 7월 3일 육군 원수 압델 파타 엘시시의 유혈 쿠데타였다.”

“하이퍼 정치”라는 말은 2007~2009년 세계 금융 위기 이래 신자유주의적 중도의 정치 장악력이 붕괴해 온 것을 젠체하며 이르는 말이다. 그러한 붕괴의 결과로 여론은 더 변덕스러워지고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됐다. 그 결과 군사적 수단을 비롯해 권위주의적 수단이 동원될 가능성도 커졌다.

루마니아의 대선 1차 투표가 무효화된 것이 그런 사례다. 재선거를 명령한 루마니아 헌법재판소는 우익 민족주의자 대선 후보인 컬린 제오르제스쿠가 틱톡을 이용한 러시아의 공작 덕분에 1위를 했다고 주장한다. 유럽판 〈파이낸셜 타임스〉 편집자조차도 그런 주장이 어리석다고 논평했다. 일론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를 당선시키려고 최소 2억 7700만 달러를 투입하고 트위터를 동원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대선을 무효화하려고 미국 대법원에 소송을 거는 사람은 없다.

프랑스 바르니에 내각의 붕괴는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지난 7월 총선으로 국회 장악력을 잃었는데도 긴축 정책을 강행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마크롱이 권력을 내려놓을 생각이 아닌 한, 그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의회의 다수파를 우회하기 위해 반드시 더 수상쩍은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프랑스 제5공화국은 1958년 5월 군사 반란의 결과로 수립됐다.

아르헨티나의 극렬 자유 시장 지상주의자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또한 의회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유혈낭자한 군사 독재는 그것을 몸소 겪은 세대가 살아 있을 만큼 그리 먼 과거가 아니다. 그리고 밀레이의 부통령은 당시의 군사 독재를 옹호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곳에서든 군부가 권력을 장악할 공산이 커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 위기는 또한 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하다. 그만큼 한국의 대중 운동이 윤석열을 몰아내는 과업을 완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영감을 주는 모범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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