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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전세 사기 피해를 온전히 보상하라

지난 2월 27일 민주당, 정의당이 추진한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 개정안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담겼지만, 경매 시 감정되는 시세가를 기준으로 보상해 주는 것이라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조차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관련 개정안을 다룬 기사를 현 상황에 맞게 개정해 재게재한다.

2월 24일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 문화제 ⓒ조승진

전세 사기 특별법이 만들어진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 한 번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 하나 내놓은 게 없다. 피해자들은 이를 강력히 성토했다.

2023년 6월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1만 3000곳이 넘는 가구가 공식적으로 피해자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피해자 인정 기준이 너무 높은데다 지원도 너무 적다 보니 피해자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전세 사기 피해는 수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특별법이 나온 이후에도 대전, 수원 등 곳곳에서 집단 전세 사기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깡통전세,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자들이 대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 가구 중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가구는 17.5퍼센트에 불과하다(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 등이 피해자 대책위와 함께 실시한 실태조사). 다가구, 신탁 주택 등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경우를 비롯해 실질적 대책 없이 집에서 쫓겨나거나 빚더미에 앉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피해자로 인정받아도 은행이나 정부기관을 찾아 가면 ‘당신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뿐이다. 그마저도 다른 기관으로 떠넘기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전세 사기 피해자는 “정부, 임대인, 은행의 책임이 너무나도 명백한 전세 사기의 책임을 왜 오롯이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하나.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특별법과 지원 대책을 만들어 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정부와 국회에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담긴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전세 보증금을 먼저 지급하고 추후에 경매 등으로 자금을 회수하라는 것이다.

이 요구에는 정부가 책임지고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떼이지 않게 해 주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또, 선 구제를 받는다면 피해자들이 빚을 짊어지고 개별적으로 경매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시민 2만 6738명의 서명도 외면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세 사기는 개인 간의 계약에서 받은 피해이지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며, “정부가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미분양으로 인한 건설사들의 이윤 손실에는 혈세를 척척 쓰면서, 정부의 주택 정책 실패로 인해 피해를 본 전세 사기, 깡통전세 피해자들에게는 한 푼이 아깝다니. 서민들을 대하는 이 정부의 민낯과 그들의 우선순위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누더기로 통과된 특별법 때문에 상당수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12월 21일 국회 앞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기자회견 ⓒ출처 참여연대

민주당과 정의당의 개정안

민주당과 정의당이 발의한 특별법 개정안에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담겨 있다. 최근 이 개정안을 민주당과 정의당이 의결해 국회 본회의에 부의했다.

그런데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밝혔듯, 두 야당의 안은 피해자들에게 전세 보증금을 100퍼센트 보상하는 것이 아니다. 경매 시 감정되는 시세가를 기준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세가보다 집값이 싼 깡통전세 피해자 다수는 큰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 여전히 울며 겨자 먹기로 ‘셀프 낙찰’을 받기 위해 경매에 매달려야 하는 세입자들도 상당할 것이다.

또, 선순위 근저당이 있는 후순위 피해자들의 경우 보증금을 대부분 날려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개정안에는 보증금을 최소 30퍼센트 이상 보상해 주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이는 전세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피해자들이 주택 시장 경기 악화로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손실을 볼 수 있다. 애초 정의당은 보증금을 최소 50퍼센트 이상 보상해 주는 안을 냈지만 민주당 안에 타협했다.

게다가 야당의 이런 안조차 국회에서 여당과의 합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후퇴할 공산이 있다. 야당들은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 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해 무산시킬 수 있다면서 여당과의 합의를 추구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 전세 사기 특별법이 누더기가 되는 과정이 정확히 이랬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이런 후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진정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도입되려면 기층에서 투쟁과 연대를 키우는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전세 사기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잘못된 주택 정책으로 빚어진 ‘사회적 재난’이다. 따라서 피해자들의 전세 보증금을 정부가 온전히 보상하라고 요구하며 더 많은 피해자들을 모아 운동을 더 크게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최근 대전, 수원, 대구 등 지역별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가 새롭게 꾸려지고 확대되는 등 피해자들의 행동이 성장할 가능성도 생기고 있다.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 피해는 서민들에게 큰 불안감을 주는 사회적 문제이다. 따라서 운동을 키워 간다면 더 많은 지지와 연대를 모을 잠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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