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중 행동의 날(서울):
팔레스타인인 등 내외국인 500여 명이 함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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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오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집중 행동의 날’이 열렸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사람들’은 재한 팔레스타인인들, 아랍인들, 국내시민사회단체 38곳이 함께하는 연대체다.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하 터널에 바닷물을 넣고, 하마스가 10월 7일에 조직적으로 강간을 저질렀다고 거짓말하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악마의 무기’ 백린탄을 비롯한 수많은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서안 지역으로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의 고립은 깊어지고 있고, 군사적으로도 저항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집중 집회·행진 참가 호소에 응했다. 인천에서는 아랍인들과 우즈베키스탄인들이 전세 버스를 대절해 집회에 오기도 했다.
갑작스런 영하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400여 명이 모였다. 집중 행동의 날 답게 지난주보다 참가자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보며 사기가 오른 듯했다.
특히, 유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참가했다. 팔레스타인인 3명이 집회에서 연설했다.
팔레스타인인들뿐 아니라 다른 아랍인들도 집회에 참가했다. 특히 무슬림 여성들이 대거 참여했다.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사람들, 영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도 집회에 나왔다.
매 주말마다 집회에 참가하며 안면을 튼 참가자들이 집회 전에 서로 인사하고 정답게 대화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스라엘은 이미 실패했다’
이날 집회에서 연설한 팔레스타인인들은 모두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정당하고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인 타이마 카타메시 씨는 두 달 넘게 이어진 이스라엘의 학살에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 운동이 굴하지 않고 저항해 왔다고 강조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방을 힘주어 비판했다.
“이스라엘과 서방이 떠드는 ‘인권’ 운운은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가자지구가 봉쇄된 지 17년 동안 이번이 다섯 번째 인종 학살입니다! 저들은 ‘인권’ 운운하면서 75년 동안 잔혹한 인종차별적 억압을 계속해 온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끈질기게 싸웁시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고, 팔레스타인은 해방될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인 압둘라 씨는 자신이 “1948년에 시온주의자들에게 쫓겨난 할아버지의 손자”라고 밝혔다.
“저와 같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재산이 아니라 해방의 꿈과 대의를 유산으로 물려받습니다.
“이스라엘 정부에 한마디 하겠습니다. 너희는 이미 실패했다! 너희는 우리의 대의가 잊히기를 바랐겠지만, 지금 이곳에 모인 이 얼굴들을 보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해방의 외침을 들으라! 이스라엘이여, 너희는 이미 실패했다!”
압둘라 씨의 발언에 대열에서는 “타히야 타히야 팔라스띤(만세 만세 팔레스타인)!” 하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아시아의친구들’ 차미경 대표는 팔레스타인의 그리스도교 단체들을 대표해 엠마뉴엘 씨가 보낸 연대 메시지를 대독했다. 엠마뉴엘 씨는 현재 가자지구에 있다.
“우리의 땅과 존엄을 되찾겠다는 이 꿈만이 지금 우리를 지탱해 주는 유일한 힘이며, 우리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투쟁은 저희 가자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천대받는 모든 이들,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투쟁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싸움입니다. 우리 모두는 정의가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 줘야 합니다.”
차 대표는 영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조직하고 있는 전쟁저지연합의 메시지도 낭독했다.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 유학생도 마이크를 잡았다. “저희는 매분 매초 누군가가 죽고 어딘가가 폭격당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연대해 주시는 여러분이 매우 소중합니다. 여러분의 연대 덕분에 저희는 계속 싸울 수 있습니다.”
연대
한편, 이집트인 무함마드 씨도 연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가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 팔레스타인이 억압에 맞선 저항의 상징이 됐다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진실은 태양과 같아 결코 가릴 수 없습니다. 팔레스타인 해방도 태양처럼 반드시 떠오를 것입니다. 그때까지 이집트인들도 팔레스타인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이스라엘의 공격 때문에 가자지구 보건 체계가 붕괴됐다며, 전염병 창궐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전 세계 민중의 연대만이 학살과 전염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항과 연대가 전염병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퍼질 수 있도록 힘을 모읍시다.”
윤지영 나눔문화 연구원은 “우리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만큼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있다”며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저항을 노래한 박노해 시인의 시 ‘꽃을 던진다’를 낭독했다.
노동자연대 이원웅 활동가는 “국제적 반대에도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이스라엘”과 “네타냐후에게 백린탄까지 쥐여 준 미국 정부”를 규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야만적 전술에 매달리는 것은 그만큼 전쟁이 안 풀리고 있다는 증거”임도 지적했다.
이원웅 활동가는 최근 하마스 비판에 무게가 실린 결의를 통과시킨 한국 국회를 비판하고, 윤석열 정부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법무장관 한동훈은 난민법을 개정하려고 합니다. 자국에서 탄압을 피해 한국에 온 난민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목소리를 내는 것을 겨냥한 것입니다.
“미국은 홍해로 이 전쟁이 번지려 하자 다국적군을 꾸리려 하는데, 한국이 동참할 공산이 큽니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함께 싸울 일이 많습니다. 그 싸움에 모두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호응
집회 후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대사관 앞을 지나 종로를 거쳐 명동 쪽으로 행진해 갔다. 행진이 시작되면서 대열은 500여 명으로 더 늘어났다.
힘이 느껴진 오늘 행진은 거리에서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종로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대열을 지켜보는 행인이 많았다.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행진 대열이 명동으로 들어서자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열정적으로 같이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행진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참가자들이 힘차게 외치는 구호가 명동 거리에서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을지로 도로에서는 차를 몰고 가던 사람들이 잠시 멈춰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깃발을 차창 너머로 손을 내밀어 받아드는 아이도 있었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대한 규탄 여론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행진 대열은 다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 도착해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집중 집회와 행진은 2달여간 진행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힘을 모으고 결속을 다지는 자리였다.
‘12월 집중 행동의 날’ 집회와 행진은 12월 17일에 부산에서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