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중전선(NFP)과 ‘복종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타협과 양보는 불가피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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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에서 신민중전선이 1위를 하고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RN)이 예상과 달리 3위로 내려앉자, 프랑스 안팎에서 가슴을 졸이던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안도했다.
매스 미디어는 신민중전선을 결성하고 결선에서 심지어 마크롱계 후보들과도 후보 단일화를 한 게 국민연합이 승리하는 것을 막는 데에 유효했다고 보도한다.
신민중전선의 134명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사퇴했다. 그들은 대부분 반동적이고 역겨운 마크롱계 후보들과 경합했어야 했을 지역구 후보들이었다. 덕분에 마크롱 주도의 선거 연합(앙상블)은 168석을 얻어 2위를 했다.
그러나 2017년까지만 해도 의원이 8명밖에 안 됐던 국민연합이 정부 구성을 위협할 만큼 성장한 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세력은 마크롱 정부다. 신민중전선은 파시즘의 부상을 막는 데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으로 드러난 공화주의자들을 부활시킨 것이다.
마크롱 정부는 프랑스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려고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를 의도적으로 이용했다. 예컨대, 학교에서 히잡 착용 금지에 이어 얼마 전에는 아바야(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헐렁한 전신 길이 의상)를 입는 것도 금지했다. 이런 인종차별이 파시스트들의 성장 동력이 됐다.
또, 마크롱 정부는 노동계급을 상대로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악 공격을 했다. 수많은 프랑스 노동자들이 연금 개악안에 반대해 파업했다. 2023년 1월 19일 파리 등 프랑스의 주요 도시들에서 200만 명이 파업하고 거리로 나왔다. 3월 7일에는 약 35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그러나 이 투쟁은 중단됐다. 노동조합들인 프랑스 노동총연맹(CGT)과 민주노동자총연맹(CFDT)의 지도자들이 마크롱 정부 퇴진 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았기 때문이다.
마크롱 정부가 이런 정책들을 시행하면서 사람들의 환멸이 커지자 파시스트들은 엘리트들에 반대해 서민을 지키는 세력임을 자처했다.
따라서 신민중전선이 1위를 하고 국민연합이 3위를 한 투표 결과가 상황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마크롱계 세력들이 되살아난 것은 파시스트의 최근 위협을 야기했던 정치적·사회적 자양분이 다시 공급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비록 승리에 제동이 걸렸지만 국민연합이 획득한 의석은 역사적 수준이다. 국민연합 지도자 르펜은 결선 직후 “승리가 연기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극우의 물결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타협
오른쪽으로의 타협의 악순환은 신민중전선 내부에서도 이뤄졌다. 장뤼크 멜랑숑의 급진좌파 정당 ‘복종하지 않는 프랑스(LFI)’는 쥐 죽은 듯이 지내야 했던 사회당에 산소마스크를 달아 줬다.
“이번 결선 투표는 신민중전선 내에서 복종하지 않는 프랑스(LFI)와 사회당(PS) 간의 균형도 뒤흔들었다. 사회당은 59석을 확보해 2022년(31석)에 비해 의원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74석을 얻은 LFI(이전에는 75석)에 바짝 다가섰다. LFI는 여전히 좌파의 선두 그룹이지만 더는 동맹 내에서 확고하게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는 않다.”(〈르 몽드〉, 7월 7일 자)
요컨대, 신민중전선은, 사회당 소속 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의 집권 시절에 파시즘이 성장하는 토양이 됐던 정책들을 집행한 자들에게 유리하게 타협한 것이다.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수록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압력도 더욱 커졌다. 신민중전선 내 ‘온건파’는 선거 승리를 위해 급진좌파의 요구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내재적 논리 때문에, 신민중전선이 파시스트들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며 지지자들 사기 저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민연합을 저지할 수 있는 힘은 좌파의 그럴듯한 선거 강령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거리와 일터에서 인종차별 반대와 파시즘 반대 공동전선을 구축해 실제로 싸우는 것에 달려 있다.
이번에 파시스트의 집권을 저지한 직접적인 요인은 6월 15일과 16일에 거리로 쏟아져 나온 80만 명의 시위였다. 이런 동원 덕분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투표장에도 나가 투표율이 67퍼센트까지 올랐다. 2022년 총선 투표율은 46퍼센트, 2017년은 43퍼센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