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저항에 공포 느껴 이스라엘군 자국 인질 오인 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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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의 슈자이야 지역에서 자국민 인질 3명을 오인 사살했다.
2명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나머지 1명은 총상을 입은 채 건물로 피신했다가 다시 이스라엘군을 향해 나오다 다시 총에 맞고 숨졌다.
인질들이 나온 건물은 이스라엘 군인들로부터 1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히브리어로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릴 거리였다. 게다가 인질들은 상의를 벗은 채 옷으로 만든 백기를 나뭇가지에 걸쳐 흔들고 있었다.
그런데도 현장의 이스라엘 군인들은 이 상황을 하마스의 유인 작전으로 오판하고 발포했던 것이다.
인질 사살은 이스라엘군이 저지르는 학살의 실체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이스라엘군은 교전 규칙 위반 사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질 사살은 그동안 이스라엘 군대가 닥치는 대로 학살하던 야만 행위와 맥을 같이한다. 다만 그 상대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아니라 이스라엘 인질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인질들이 숨진 슈자이야 지역은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격렬하게 전투를 치르는 곳이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는 “군이 자살 폭탄 테러범을 비롯한 테러리스트들을 마주치는 지역”이라고 인정했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하마스가 가자지구 북부 통제권을 상실했다”고 발표해 왔는데, 실제 전황은 영 딴판이다.
미국에 본부가 있는 ‘유대인 미국 국가안보 연구소’(JINSA)의 야코브 아미드로르(이스라엘군 퇴역 장성)는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아직 터널에 대한 좋은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4킬로미터 초대형 하마스 터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공개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획기적 전과가 없다 보니 면피성 전쟁 프로파간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격렬하게 전투를 치르면서 거리가 “죽음의 미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 군인들은 하마스의 매복·기습 공격을 두려워한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는 인질의 유족 등 수천 명이 “즉각 협상”을 요구하며 네타냐후의 전시 내각을 압박했다.
유엔의 인도주의적 휴전 결의안을 단칼에 거부하고 가자 지상전을 실행하던 네타냐후는 결국 카타르가 중재하는 인질 석방 협상 재개 논의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작했다.
10월 7일 직후 하마스의 선제 공격이 네타냐후를 이롭게 할 뿐이라는 견해가 파다했지만, 네타냐후는 사실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스라엘군 저격수, 가자 성당에서 비무장 모녀 사살
이스라엘군 저격수가 가자지구 가톨릭 교회 성당에서 비무장 상태였던 모녀를 사살했다. 그 교회에는 가족과 환자, 장애인만이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것은 전쟁이고 테러”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벌이는 잔혹한 전쟁을 “정당방위”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합리화하려고 팔레스타인 투사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운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비무장 상태의 여성과 아이들을 죽이는 것은 “정당방위”가 아니라 국가 테러일 뿐이다!
이스라엘군이 10월 7일부터 12월 18일까지 가자지구에서 학살한 민간인은 1만 9400여 명이다. 실종자 최소 6000여 명은 제외한 수치다. 부상자는 5만 2000여 명에 이른다.
전염병이 확산되어 가자지구에 ‘안 아픈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다. 그러자 이스라엘군은 오히려 병원들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의 카말 아드완 병원 분만실에 입원해 있던 두 여성을 죽였고, 그 사실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서도 군사 활동을 확대했다. 이스라엘 군대와 정착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이고, 잡아 가두고, 올리브 농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미국은 그런 참극을 외면하고 유엔 안보리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휴전 제안을 반대했다(12월 8일).
이스라엘은 더욱 기고만장해졌고, 바이든의 위선적인 민간인 보호 “요청”은 비웃음거리가 됐다.
그러자 가자의 재앙이 역내 불안정을 심화시킬까 봐 우려해 이집트와 이슬람협력기구(OIC) 의장국 모리타니 등은 12월 12일 유엔 긴급 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그 자리에서 인도적 휴전 결의안이 채택됐다. 153개국이 찬성했고, 미국과 이스라엘 등 10개국만이 반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음을 보여 줬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결의안이었다. ‘국제 사회’에 기대를 거는 것이 무망한 까닭이다.
네타냐후는 “국제 사회의 [휴전]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심지어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사상자 수를 축소 발표하고 있다
10월 말 지상군 작전이 본격화된 뒤 지금까지 전투에서 사망한 이스라엘 군인은 110명이다.
2014년 가자지구에서 50일 동안 지상전을 벌였을 때 이스라엘군 전사자는 66명이었다.
이스라엘군은 12월 10일 현재 부상자가 1593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559명은 지상전 개시 이후 부상당했고, 255명은 중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영자 일간지 〈하아레츠〉 기자가 해당 병원들의 진료 기록을 직접 취재한 결과, 군의 발표 수치는 실제의 15퍼센트 수준이었다. 실제 부상자는 1만 명을 넘을 거라는 얘기다.
앞선 전사자 수도 이스라엘군이 축소 발표했을 개연성이 크다.
이스라엘군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부상병 정보를 공개하지 말라고 의사들을 압박했다.
이스라엘군의 사상자 수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계속 학살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더러운 심리전
이스라엘 영자 일간지 〈하아레츠〉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심리전을 펴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스라엘군의 심리전 부대가 “적과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텔레그램 채널은 “가자지구 현지 독점 콘텐츠”임을 부각한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서 살해된 팔레스타인인들의 사진과 영상들을 포스팅했다.
10월 11일 포스팅은 이렇다. “저들의 어머니를 불태우고 있다. … 당신은 우리가 입수한 영상을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저들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팔레스타인인 구금자와 무장 투사의 시체 사진에는 이렇게 캡션을 달았다. “바퀴벌레를 몰살시키고 있다. … 하마스 쥐새끼를 몰살시키고 있다. … 이 아름다운 것을 공유하라.”
또 다른 영상은 이스라엘군 차량이 팔레스타인인의 시신을 깔고 지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채널 운영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하아레츠〉는 이스라엘군이 오래 전부터 적(가자지구, 이란, 레바논 등)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여 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이 관여했다는 증거가 남지 않도록 가짜 계정을 사용해 비밀리에 수행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