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강경 민주주의 운동가들을 사찰한 사실이 들통났다.
3월 내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회원들을 미행하며 몰래 촬영하던 국정원 요원이 3월 22일 오전 대진연 회원들에게 붙잡혔다.
대진연은 지난 2년간 촛불행동 가맹 단체로서 윤석열 퇴진 운동과 한미일 군사 공조 반대 평화 운동을 해 왔다.
국정원 요원은 신원을 묻는 대진연 회원들에게 자신을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단에 파견된 헌병이라고 밝혔으나, 국정원은 22일 오후 국정원 조사관임을 인정했다.
이 사찰 사실을 처음 폭로한 촛불행동은 국정원 요원의 휴대전화 사진과 카카오톡 보고용 방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국정원과 경찰이 팀을 이뤄 상시적 감시와 사찰을 진행한 사실과, 대진연 회원들뿐 아니라 촛불행동, 사회단체 회원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실시간으로 보고한 자료가 담겨 있다.
폭로된 자료를 보건대, 국정원 요원은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와 그 주최 단체인 촛불행동을 사찰하고 있었던 듯하다.
대진연 학생들이 카페에서 대화하는 장면, 아르바이트하는 장면, 암투병 중인 시민단체 활동가가 운동하는 모습,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의 거동, 감시 대상자의 초등학생 자녀 등하굣길까지 사진을 찍어 보고했다.
물론 국정원 측은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대북 연계 범죄 혐의가 포착된 인물에 대한 정당한 대공 ‘조사’ 과정이었으며, 오히려 자기네 요원이 감금 협박 당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윤석열 퇴진 집회의 인기 구호들, 가령 “퇴진이 (이태원 참사) 추모다” 등을 북한 지령에 따른 것이라고 비방했다.
촛불행동은 3월 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서 국정원 불법 사찰을 규탄하고 윤석열 정부가 총선 전 공안 사건을 터트려 선거에 이용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참가자 수천 명은 집회 후 서울 신촌과 홍대입구 거리 일대를 행진하며 민생을 파탄내고 불법 사찰을 자행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촛불행동은 25일 국가수사본부에 국정원을 불법 사찰 혐의로 고발했고, 추가 폭로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