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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 제한 알맹이 빠진 노란봉투법 환노위 통과. 이마저 거부하려는 윤석열 정부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조, 3조 개정안)이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노란봉투법은 애초 노동자들의 쟁의를 옥죄는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려는 취지에서 제기됐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을 이유로 5명에게 무려 470억 원의 손배가압류가 청구된 것을 계기로 다시 부상했다.

애초 정의당과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의 안에는 원청사의 사용자성을 명시하고, 그 사용자에 대한 하청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원청 사용자성, 노동자성 인정). 그래야 이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 공격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통과된 개정안은 소폭의 개선을 담고는 있지만, 애초의 제안 취지가 뭐였는지 헷갈릴 만큼 개선이 미흡하고 원래 요구에서 크게 후퇴했다.

특히 그 알맹이인 손해배상의 청구 제한과 노동조합원 개인 부과 금지 내용이 아예 빠졌다(지금껏 손배가압류의 94퍼센트 이상이 개인에게 청구됐다).

이 두 조항은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복수의 개정 법안들에는 (각 당의 안별로 수준 차이는 있었지만) 포함돼 있던 내용이다.

그런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명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재명 민주당 대표)며 후퇴안을 조율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에 정의당이 동의하면서 해당 조항들을 삭제했다.

그 대신에 포함된 개선 조항은 개인별 손해 책임 범위를 정하고,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면제하는 수준에 그쳤다.

다소 나아진 것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천문학적인 ‘손배 폭탄’으로 임금이 가압류되고 힘겹게 장기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다.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은 나아진 점이다. 합법 노동 쟁의의 범위도 약간 넓어졌다.

그러나 원청사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어야 사용자로 본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달렸다(이 점에서도 정의당을 포함한 노동계 원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게다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특수고용 원청의 사용자성)은 제외됐다. 화물연대 등이 강한 아쉬움을 표명한 이유다.

후퇴

그런데도 정부와 사용자들은 이런 미약한 개선마저 용납할 수 없다며 일제히 반대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은 “피해를 받는 사람보다 피해를 준 사람이 더 보호되는 모순과 불공정을 초래한다”며 결사 반대 의사를 밝혔다. 노동자들을 쥐어짜 이윤을 누리는 착취자들을 ‘피해자’로, 그들에 맞서 노동조건과 삶을 지키려는 피착취자들을 ‘가해자’로 둔갑시켰다.

이런 언사는 저들이 파업과 점거 투쟁 등 전투적 노동 쟁의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도 보여 준다. 사용자들과 친기업 언론들은 “불법파업 조장법”, “파업 만능주의”라고 비난하면서 개정안에 강한 적개심을 쏟아내고 있다.

2월 21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출처 〈노동과세계〉

안 그래도 윤석열 정부는 연일 “불법 노동 관행”, “깜깜이 노조 회계” 운운하면서 “기득권 노조 타파”를 외친다. 노동자들의 투쟁성을 약화시켜 깊어지는 복합 위기에 노동계급을 더 쥐어짜려고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윤석열은 국회 본회의 통과가 확실해 보이는 노란봉투법에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태세다. 국회 환노위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자, 국민의힘은 즉시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대통령실 관계자도 “거부권 행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동아일보〉)고 밝혔다.

노골적인 기업주 편들기다. 윤석열 정부에 단호히 맞서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