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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쿠데타 기도와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열기 넘친 주말 반윤석열 집회들:
윤석열-명태균 통화 폭로로 더 커지는 윤석열 퇴진 요구

윤석열의 정치적 위기가 심해지면서, 반(反)윤석열 거리 운동들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명태균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줄곧 윤석열은 직접적 관련성을 부인해 왔다. 그런데 민주당이 10월 31일 공개한 윤석열-명태균 통화 녹취로 기존의 해명이 거짓이었음이 확실히 드러났다.

통화 시점은 윤석열이 명태균과 관계를 끊었다던 대통령 당선인 시절(취임 직전)이었다. 통화 내용은 윤석열이 명태균에게 ‘김영선의 공천’(명태균이 윤석열을 도운 대가로 요구한 사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달래는 것이었다.(통화 직후에 김영선은 국회의원 창원 보궐선거에 공천돼 당선했다.)

이 대화는 윤석열-김건희 국정 농단 의혹을 일부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마침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지지도는 2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다.

임기 절반 만에 윤석열이 레임덕 위기로 빠질 수 있는 국면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동아일보〉는 11월 2일(토) 아침에 일제히 레임덕 위기를 우려하는 사설을 내보냈다.

반윤석열 야권에선 여러 정치 세력들이 기회를 잡으려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1월 1일에는 민주노총과 진보당이 주축인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가 긴급 저녁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11월 9일(토)에 윤석열 퇴진을 걸고 전국 동원을 할 계획이다.

지난주에 윤석열 탄핵 추진을 선언한 조국혁신당은 매월 집회를 선언하고 지방 순회를 시작했다.(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2일 촛불행동 집회에서 연설했다.) 정의당은 11월 2일 윤석열에게 퇴진을 공식 요구했다.(퇴진 실현을 위한 행동 계획을 밝히진 않았다.)

11월 2일(토) 열린 두 개의 거리 집회는 꽤 성공을 거뒀다. 타이밍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서울역 4번 출구 앞 대로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10만 명 가까운 인파가 숭례문 건너 태평로까지 편도 차로와 인도를 가득 채우며 이어졌다. 조직된 당원들만이 아니라 ‘촛불행동’ 지지자 등 비당원 참가자들도 많았다. 같은 장소에서 6월 민주당이 주최한 해병대원 특검 거부 규탄 집회보다도 갑절 이상 컸다. MBC 등 여러 채널이 유튜브로 생중계를 했는데, 실시간 시청자가 수만 명이 넘었고, 채팅창에는 윤석열 퇴진을 바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민주당 집회 후 서울시청과 숭례문 사이 세종대로에서 열린 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퇴진 집회에도 연인원 2만 명이 참가해 위력적인 도심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전국 집중 집회가 아니었는데도 매우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것이다.

두 집회 모두 두드러진 것은, 규모도 컸지만 참가자들의 반윤석열 열기도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김건희 특검 촉구로 한정된 민주당 집회 참가자들도 대부분 윤석열 퇴진(탄핵)에 더 호응했다.

민주당 집회에서 이재명 대표를 제외하고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연사는 지도부 중 유일하게 “윤석열 물러나라”를 대놓고 외친 친명계 이언주 최고위원이었다.(이 최고위원은 지금은 대여 강경파지만, 과거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겼던 전력이 있다.) 그는 이어진 촛불행동 집회에서도 연설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대감 섞인 커다란 환호 속에서 마이크를 잡았지만, 윤석열에게 국정 기조 쇄신을 요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집회 참가자 대부분은 윤석열 퇴진(탄핵) 요구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요구를 김건희 특검으로 한정하고, 윤석열 퇴진 염원에 관해서는 “윤석열 심판 열차가 출발했다”는 식의 암시적 표현에 그쳤다. 민주당은 이날 집회에서 김건희 특검을 압박할 ‘천만인 서명운동’을 선포했다.

지금 시점에서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우선하는 것은 윤석열의 위기를 이용하면서도 탄핵 등을 포함한 퇴진 국면으로 가는 것은 늦추는 효과를 낸다. 윤석열 퇴진 요구의 김을 빼 정권이 위기를 수습할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다.

그에 비해 (김건희 특검을 요구해 왔지만) 김건희 특검보다 윤석열 퇴진(탄핵)을 더 중요한 당면 요구로 내건 촛불행동 집회가 기세와 활력이 더 컸다. 이날 행진에선 “탄핵”만이 아니라 “타도하자,” “몰아내자” 같은 구호들이 많이 나왔다.

촛불행동 집회에선 국정 농단 의혹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시도 등 윤석열의 호전적 안보 정책도 강하게 반대했다.

얼마 전 2주기였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 조미선(고 이지한 씨 어머니) 씨가 윤석열 퇴진이 진상 규명이고 책임자 처벌이라고 발언한 것도 뜻깊었다.

하지만 두 집회 모두에서 (상대적 차이는 있어도) 참가자들이 시간을 끌려는 민주당의 영향력을 지금 당장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었다. 민주당 지도부가 온건한 요구로 집회의 요구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항의는 없었다.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에게 국정기조 쇄신을 요구한다고 말할 때는 연설 시작 때보다 환호가 많이 줄었지만 말이다. 촛불행동 집회 연단에서도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11월 2일 집회들은 윤석열의 위기를 이용해 대중적 저항을 키우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 줘, 정권 퇴진 염원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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