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옹호 세력: 자유민주주의조차 우습게 아는 독재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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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 한덕수와 그의 내각이 쿠데타 주범 윤석열을 지원하려고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공수처·검찰·경찰이 제각각 수사에 나서고 있어 아직 정확한 실체를 알 수는 없지만, 군부·검찰·경찰을 비롯한 여러 국가기구에 쿠데타 가담·동조 세력들이 퍼져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권성동·권영세 등 친윤 세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 국민의힘도 “비상계엄이 고도의 통치 행위”라(거나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며 윤석열의 쿠데타를 옹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정부 관료들과 국민이 선출한 정치인들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며 이토록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꼴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많은 대학생들은 ‘왜 저들은 교과서에 나온 대로 민주주의 원리를 따르지 않는가?’ 하고 분노하며 거리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의 우익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조차 우습게 여기는 것은 한국에서 정치·경제 권력을 가진 지배자들의 DNA에 군사 독재가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권당인 국민의힘(과 그 전신들)의 기반은 한국 지배계급의 핵심 부분인 군부, 국가 관료, 재벌이다.
한국 국가 관료의 뿌리는 1945년 해방 직후 미군정이 발탁한 친일 관료에 있다. 점령군 통치를 하려다 보니 미국은 일제하 행정에 익숙한 인물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수치스런 전력을 반공주의로 세탁하고, 이승만 독재 정권부터 군사 독재 정권까지 정권의 중요 보루 구실을 해 왔다.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군부는 정부의 주요 직책을 차지하며 정권을 좌지우지했고, 1993년 이후 문민 통치와 절차적 민주화가 시행된 이후에도 한반도 분단 상황 때문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한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대재벌들은 모두 독재 정부와 유착해 성장했다. 해방 이후 적산(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재산) 불하와 1950년대 미국의 원조 자금은 재벌 탄생의 밑천이 됐다. 박정희 정권은 노동자와 농민을 혹독하게 탄압하고 쥐어짜면서 재벌들에게는 여러 수출 진흥 정책과 저리 대출로 지원해 줬다. 재벌들은 은혜를 잊지 않고 뇌물과 정치 자금 등으로 군부와 관료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 줬다.
이처럼 공생하던 한국의 지배계급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1987년 6~8월 이후 성장하던 노동계급의 저항에 밀려 더는 군부 독재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1987년 6월 학생들과 함께 거리에서 군사 독재를 항복시킨 노동자들은 6·29 양보에 용기를 얻어 경제적 요구를 내걸고 싸울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시작된 7∼8월 노동자 대파업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경제 투쟁이었지만, 이 투쟁은 독재 정권이 민주주의 투쟁의 성과를 돌이키는 시도를 하지 못하게 막는 구실을 했다.
결국 한국의 지배자들은 광주항쟁과 민주주의 운동, 노동운동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한국에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는 여러 해에 걸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의 지배계급과 우익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존중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민주화’ 이후에도 계속해서 ‘역사 전쟁’을 벌이고, ‘뉴라이트 역사관’을 퍼트리려고 노력하는 데서도 이 점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배력과 통치를 정당화하려고 자신들의 친일·친미·독재 전력을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미화하고, 급속한 한국 경제의 성장도 기업인과 대기업(특히 재벌)이 이끈 성과로 포장하는 것이다.
독재와 경제 성장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평범한 사람들이 겪은 고통은 불가피했고 견뎌 내야만 했다는 것이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이번 쿠데타를 기도하면서 윤석열은 “종북 주사파, 반국가 세력”을 “싹 다 정리”하려고 했다. 계속되고 있는 경제 위기와 지난 몇 년 사이에 더한층 고조된 동아시아 국가 간 긴장 속에서 군사 쿠데타라는 권위주의적 수단을 동원해 국내 반대자들을 공격하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1차 쿠데타 기도가 실패한 지금은 시간을 끌면서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를 노리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한국 지배계급을 굴복시켰던 힘을 다시 사용해야 할 때다. 윤석열 퇴진을 위한 거리 운동을 더욱 키울 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거리와 일터에서 투쟁을 벌여야 한다.